"공소시효 끝났잖아"19년만에 나타난 살인범

2016-01-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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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996년 봄 대구 달서구에 살던 A씨(당시 22세)는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996년 봄 대구 달서구에 살던 A씨(당시 22세)는 집 근처 슈퍼마켓 여주인 B씨(당시 29세)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B씨 남편 C(당시 34)씨가 두 사람의 불륜을 알게 됐다.

'남편이 자주 때린다'는 말을 전해 들은 A씨는 그 해 12월 8일 오후 10시께 C씨를 달성군 현풍면 한 공용주차장으로 불러냈다.

그는 C씨에게 부인과 헤어지라고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현장에서 11km 떨어진 달성군 옥포면 구마고속도변에서 휘발유로 시신을 불태우고 B씨와 함께 잠적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지명 수배했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이듬해(1997년) 8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수배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 지난 2011년 12월 7일 살인 공소시효가 끝나 사건은 종결처리됐다.

4년이 더 흐른 지난해 11월 9일 미궁에 빠진 사건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두 사람이 19년 만에 중국 상해시 공안국에 "밀항했다"며 자수해 조사를 받고 한국으로 강제출국 당한 것이다.

경찰은 범행 후 중국으로 달아나 숨어 살던 이들이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이런 방식으로 귀국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A씨와 B씨를 인천공항에서 긴급 체포한 경찰은 밀항 동기와 살인 여부를 조사했다.

A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하자 변호사 조력을 받아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그러나 밀항 시기를 2014년이라고 진술하며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나서 중국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외국에 있는 동안 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귀국했다가 체포되고 나서 이를 알게 되자 밀항 시기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이 없다 보니 정확한 밀항 시기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후 지금까지 국내에 머무른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공소시효 중단'을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인물 증언, B씨가 남편 사망 이후 장기실종 신고된 점 등 이들이 국내에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A씨(41)를 구속하고 B씨를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 구속해 범행 공모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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