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어남류' 슬프게 하는 10가지 장면

2016-01-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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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5인방 기념사진 / 이동휘 씨 인스타그램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

쌍문동 5인방 기념사진 / 이동휘 씨 인스타그램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20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을 마지막으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났다.

16일 '응답하라1988' 마지막 화는 평균 시청률 19.6%를 찍으며 케이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덕선이네, 정환이네, 택이네, 선우네, 동룡이네 가족 이야기는 여느 사랑 이야기보다 우리들을 울고 웃게 했다.

시청자들은 "응답하라1988 없는 금요일, 토요일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차 안에서 키스하는 덕선과 택 / 이하 tvN '응답하라1988'

또 그 어느 때보다 의견이 분분했던 '남편 찾기'. 결말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이었다. 마지막까지 연기하는 당사자들도 덕선 남편이 누군지 몰랐다고 하니 '어차피'란 단어는 빼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재 덕선(이미연 씨)의 남편(김주혁 씨)은 '택이'로 밝혀졌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는 택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덕선을 향한 마음을 키워왔다는 점, 두 사람이 고3때 했던 키스가 꿈이 아니었단 것을 알고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 등이 다뤄졌다.

그러나 등장 인물의 아픔과 사연을 고루 다뤄 온 '응답하라' 시리즈였지만 이상하게 정환과 덕선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마지막화엔 정환이 덕선을 향한 사랑을 추스르는 장면도 없었다. 19화에서 택이에게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빨리 덕선이 잡아"라고 말했을 뿐이다.

자신을 찾아 온 택이에게 덕선을 잡으라고 말하는 정환

많은 시청자들이 마지막화가 끝나자마자 "정환이 어디 갔니. 살아있니?"라며 정환 이야기가 빠진 것에 대해 크게 당황스러워 했다. "급마무리해버렸다. 허무하다"며 속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 여주인공 남편의 전형적인 캐릭터 '츤데레'가 정환이라는 점만 빼면 택이나 정환 둘 중 누구라도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택이도 복선이 충분했다.

시청자들이 '응답하라1988' 결말에 이토록 아쉬워하는 이유는 '결말이 어남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정환과 덕선'의 시간이 갑자기 증발돼 버렸기 때문 아닐까.

정환과 덕선의 시간은 정환만의 짝사랑도, 덕선만의 착각도 아니었다. 정환-덕선 장면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수많은 두근거림이 오간다. 시청자들은 '택이'가 남편이 되더라도 정환의 이야기를 무척 궁금해했다. 또 정환이에 대한 덕선의 마음도 조금은 읽어낼 수 있길 바랐지만 극 마지막 부분에서 이 부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응답하라1988'은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덕선의 남편이 택이냐 정환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응답하라1988'은 확실히 가족이야기 중심이었다. 하지만 가족이야기였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에 덕선과 정환의 관계가 다뤄지지 않은걸까? 드라마는 이미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정환과 덕선의 감정선에 집중했었다. 특히 정환의 마음은 '가족 이야기'라는 큰 주제 안에서 비집고 나올 만큼 커져버린 마음이었다.

답을 알 수 없는 '남편찾기'라는 콘셉트를 놓지 못했고, 마지막에는 '택이 남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느라 정환과 덕선 이야기는 갑자기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소개팅남과 만나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덕선을 만나러 급히 가는 정환

정환과 덕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힌트는 이제 없다. 대신 '덕선-정환'을 쉽게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사람의 감정선을 읽을 수 있었던 장면을 순서대로 정리해봤다. 청춘이었던 덕선과 정환의 두근거림과 안타까움이 뒤섞여있는 장면들이다.

<4화-Can't help ~ing>

버스에서 넘어질 듯 휘청대는 모습을 보곤 두 팔로 버티며 덕선을 지켜주는 정환

덕선이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게 뒤에서 받쳐주는 정환

정환은 넘어질 것 같은 덕선을 모른 척하지 못한다. 정환이 팔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버티는 덕분에 덕선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덕선은 흐뭇한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5화-월동준비>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정환과 그 모습이 낯선 덕선

독서실에서 덕선이 새벽 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정환은 마중을 나간다. 정환은 덕선에게 우산을 쥐여주며 "일찍 다녀"라고 한 뒤 돌아서 버린다. 덕선은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정환을 바라본다.

덕선에게 우산을 건네는 정환

정환을 멍하니 바라보는 덕선

<7화-그대에게>

덕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할 순 없지만 숨길 수도 없는 정환, 골똘히 생각하는 덕선

"너 내 마니또지?"라며 자신을 위해 강남 맥도날드까지 찾아온 정환의 마음을 몰라주는 덕선.

정환은 덕선 바라보며 "나 니 마니또 아니야. 내 마니또 택이야. 집에 가서 쪽지 보여줘? 잘 생각해봐. 내가 왜 왔는지"라고 돌려서 마음을 표현한다.

정환이 자신의 마니또라고 착각하는 덕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잘 생각해봐"라고 말하는 정환

정환은 크리스마스 선물도 전한다. 쑥스러운 마음에 덕선 동생 노을이를 통해서 준다. 갖고싶던 핑크색 앙고라 장갑에 덕선은 기뻐하고 정환 선물이라는 말에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앙고라 장갑을 전해준 후 안절부절 못하는 정환

정환이 준 장갑을 끼고 뭔가를 생각하는 덕선

7화 마지막 부분에서 덕선 목소리로 흐르는 내레이션이다.

"이제 더이상 마니또 게임에 설레지 않는 나이

몰래두고 가는 선물과 비밀스레 전해지는 은근함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나이였다.

담아두자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이 가빴던 그 두근거림 털어놓자면 가슴이 터질 것 같던 그 쑥스러움

못견디게 티내고 싶지만 들키기는 싫었던 쌍팔년도의 그 설렘. 우린 18살이었다 "

<10화-MEMORY>

정환의 진심이 궁금해진 덕선과 숨기지 않는 정환

이후에도 정환은 소심하지만 꾸준히 마음을 표현한다. "잘자라"고 말하고 집에 들어가버리거나 사진 찍을 때 못 이기는 척 덕선의 어깨를 감싸면서.

덕선의 친구들도 "이번엔 확실해"라며 정환이 덕선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덕선은 정환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정환에게 물어본다.

"나 소개팅 할까? 나 소개팅 하냐구"

"하지마. 하지마 소개팅"

"나 소개팅 할까?"라며 정환 마음을 궁금해하는 덕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정환

정환의 대답을 들은 날, 덕선은 마냥 기뻐하기보단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정환 대답을 듣고 잠 못 이루는 덕선

<11화-세 가지 예언>

망설이는 정환과 한발짝 다가가는 덕선

친구 택이가 덕선을 여자로 좋아한단 사실을 알게 된 후 정환은 망설인다. 결국 덕선에게 약속 때문에 콘서트에 같이 못 가게 됐다고 거짓말하고 덕선은 크게 서운해 한다.

그러나 덕선이 집 공사때문에 정환네에서 자게 된 날, 습관적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간 정환과 자고 있던 덕선은 한 침대에 있게 된다.

무심결에 두 사람은 눈을 뜨고 덕선은 다시 한 번 "콘서트에 가자"고 간절하게 말한다. 정환은 "응, 갈게"라고 덕선 마음에 응답한다.

한 침대에서 잠 든 정환과 덕선

덕선과 콘서트에 가겠다고 대답하는 정환

"정환아"

"응"

"가자 콘서트. 응? 같이 가자 갈거지? 응?"

"응. 갈게"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덕선을 밀어내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정환, 정환에게 집중하는 덕선

정환 등교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라 탄 덕선

잠든 채 정환 어깨에 기댄 덕선

<13화 슈퍼맨이 돌아왔다>

18살 덕선, 정환의 풋풋한 애정표현

콘서트를 보고 나온 덕선은 발목을 삐끗해 못 걷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정환은 "대체 여기 발목을 삘만한 곳이 어딨냐"고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덕선을 손을 잡고 부축한다. 그러나 덕선은 발목을 삐지 않았다. 정환과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다. 정환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덕선은 멀쩡히 쓰레기통에 걸어갔다 온다.

정환 역시 덕선을 짝사랑했다는 남학생을 화장실에서 실수인 척 밀치며 소심한 복수를 한다.

발목을 삐끗했다는 덕선을 부축하는 정환

정환이 자리 비운 틈을 타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덕선

<14화-걱정 말아요>

핑크색 셔츠로 생긴 오해 생긴 덕선과 정환

자신이 준 정환 생일 선물과 똑같은 셔츠를 입은 정봉 모습에 덕선은 크게 실망한다. 덕선은 정환이 자신이 준 선물을 형에게 줘버렸다고 생각한다.

해당 장면이 슬픈 이유는 이 사건 이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핑크 셔츠' 직후 두 사람은 그저 티격태격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덕선과 정환 관계가 회복될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핑크색 셔츠 입은 정환 형 정봉 모습을 본 덕선

정환이 셔츠를 형에게 줬다고 생각해 크게 실망한 덕선

<18화-굿바이 첫사랑>

덕선을 향한 사랑 고백하는 정환, 처음으로 정환 마음을 직접 듣게 된 덕선

정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덕선을 마음에 담아둔다. 그는 덕선이 소개팅남과 만나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손을 떨어가며 차를 운전해 콘서트장에 달려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택이에게 한 발 늦고 만다.

이후 동룡, 선우와 함께 넷이 있는 자리에서 피앙세 반지를 덕선에게 건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정환이 꺼낸 피앙세 반지

정환은 덕선에게 피앙세 반지를 건네며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나 너 좋아해"라며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 고백을 한다.

그러나 고백 끝에 그는 "됐냐, 븅신아?"라고 동룡에게 말하며 모든 것이 장난이었던 것처럼 말하고 만다. 그리고 이후 '응답하라1988'에는 정환이 덕선을 향한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나, 덕선의 속마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쉽게 정환과 덕선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이 '피앙세 반지'신이 정환이 자신의 사랑을 끝내고 정리하는 모습이 담긴 유일한 장면이 됐다. 덕선은 이 장면에서 정환을 바라볼 뿐 어떤 심정인지 알기 힘들다. 다만 장난을 가장한 '피앙세 반지 고백'에서 정환이 얼마나 깊이 덕선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어 많은 시청자들을 슬프게 했다.

"덕선아. 나 너 좋아해. 좋아한다고.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 줄 아냐. 너랑 학교 같이 가려고 매일 대문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집에 올 때까지 나 너 걱정되서 한숨도 못 잤어. 얘가 왜 이렇게 늦지? 또 잠들었나?

야,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같이 콘서트 갔을 때, 그리고 생일날 셔츠 선물 받았을 때 나 정말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보고싶고 만나면 그냥 좋았어. 옛날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