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은 싫어" 라면가게서 만난 '현기증남' 김형욱

2016-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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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주세요" 김형욱(37) 씨가 지난 2008년 2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주세요"

김형욱(37) 씨가 지난 2008년 2월 MBC '기분 좋은 날' 체중역전! 동반다이어트 시즌 2 코너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는 곧 유행어가 돼 온라인 상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 대사로 그는 '현기증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졌다.

MBC '기분 좋은 날'

아프리카 BJ, 페북 스타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일반인들은 많다. 하지만 그가 2008년 화제가 된 프로그램에서 얻은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비결은 뭘까? 당시 장면에 얽힌 비화와 그의 이색 경력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일본식 라면 가게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장소를 잡기 전 그는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특히 라면이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두터운 점퍼를 입고 있었던 그는 "일본식 라면은 처음 먹어본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후 주문한 라면이 나왔다. 그는 김이 나는 라면을 호호 불며 '오물오물' 복스럽게 먹었다. 다소 빠르게 먹었지만 기자에게 "천천히 먹으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게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김씨는 "다 잘먹는데, 매운 거랑 생강은 싫어한다. 지금도 이거 무인 줄 알고 먹다 죽을 뻔 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16일 김형욱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 위키트리

화제가 됐던 '현기증 발언' 장면에 대해 그는 "당시 방송에서 라면 먹는 장면을 찍기로 했다. 원래 대사는 그냥 '어머니, 라면 끓여주세요'였는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밋밋하더라. 그래서 애드리브형식으로 넣은 것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기증남'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선 "나쁘지 않다. 제가 그걸로 많은 분들께 알려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붙여진 '갓형욱'이란 별명에 대해선 "너무 감사하다. 저는 단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인데 '갓(god)'을 붙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온라인상에 알려진 '유치원 선생님' 경력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런데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내용이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운전사였다. 거기서는 운전사한테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운전사였지만 유치원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도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형욱 씨하면 '현기증'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평소 자주 쓰는 표현이었나.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다. 라면 먹는 장면을 찍기로 돼 있었고, 원래 대사는 '어머니, 라면 끓여주세요'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밋밋한 것 같더라. 그래서 애드리브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라고 한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 해당 장면으로 '현기증남'이란 별명을 얻었다.

나쁘지 않다. 제가 '현기증남'으로 많은 분들께 알려졌기 때문에 그렇다.

- 최근에는 '갓형욱'이라고도 불리는데.

저는 단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인데, '갓(god)'을 붙여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형욱 씨하면 두번 째로 떠오르는 게 라면, 치킨 등 먹방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저는 다 잘 먹는다. 싫어하는 것 빼고.

- 싫어하는 음식이 뭔가.

매운 거랑 생강은 싫어한다. 지금도 이거 무인줄 알고 먹다 죽을 뻔했다. (함께 찾은 라면 가게 식탁엔 생강이 놓여 있었다.)

- 지난해 10월엔 아프리카TV에서 먹방 BJ로 변신했다. 앞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과는 다른데 출연 계기가 있다면?

피시플러스라고 컴퓨터회사 사장님께서 저희 집에 찾아오셨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에서 순전히 방송에 등장한 장소만 보고 집을 찾아오셨더라. 사장님께서 "아프리카 먹방 방송을 하는 것 어떠냐"고 제안하셨는데, 제가 그때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터라 좀 망설여졌다.

그래도 결국 하게 된 계기는 "형욱 씨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에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놀랐다.

-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본인 아이디어인가.

피시플러스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 어머니도 아들내미가 한다고 하니까 흔쾌히 도와주시더라. 막상 해보니 어머니 웃음소리에 다들 좋아하시고 반응이 되게 좋았다. 요즘엔 어머니가 더 인기가 많다.

- 방송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날 방송할 때다. 그때 후식으로 케이크를 먹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하면서 소크라테스를 '바구니테스'라고 하셨다. 거기서 빵터져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엄청 웃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어머니와 함께 방송한 '크리스마스 먹방' 일부 화면이다. 이날 어머니는 철학자 소크라테스 명언 '너 자신을 알라'를 말하면서 '바구니테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 유튜브, 김형욱

- 방송을 보니 애교도 많은 것 같다.

살찐 사람들에 대해 "뚱뚱하다", "무섭다" 같은 편견이 있지 않나. 이거 커버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서 웃고 이야기하고 재밌게 하는게 몸에 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별풍선 주시는 분들께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집이 좁다 보니 춤추지도 못하고. 그래서 손하트라도 날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16일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손하트'를 선사한 김형욱 씨 / 아프리카TV, 귀여운 갓형욱

- 방송하면서 생긴 애로사항이 있다면?

지금 한번 방송할 때 한 시간 조금 넘게 하는 정도인데 음식 메뉴 때문에 고생한다. 똑같은 거 매번 하면 질리니까 어떤 걸 먹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저는 음식 나오면 10분 만에 먹어서 방송에서도 그렇게 했는데, 그러다 보니 먹는 양이 많으니까 배가 불러서 오래 못하겠더라.

다른 분들 방송 보니까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먹던데, 저도 이제 천천히 먹으면서 채팅창도 많이 읽어주려고 한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예전만큼은 많이 먹지도 못하고.

그리고 원래 20kg 정도 뺐었는데, 먹방하면서 다시 살쪘다. 살이 찌니 몸도 힘들고, 이제 운동하면서 하려고 한다.

- 지금 나이가 몇살인가. 과거 출연했던 MBC 다이어트 프로그램 부제도 'O.1톤 형욱이의 폭식습관'이길래 나이가 어린 줄 알았다.

79년생이다.

- 동안이다.

그런 얘기 많이 듣는다. 목소리가 미성인데다 술담배도 일찍 끊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남자애다보니 어머니께서 화장품 이런 것도 많이 챙겨주시고. 스킨로션 정도 챙겨주신다.

- 과거 유치원 선생님,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했다고 들었다. 유치원 선생님 경력이 이색적인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운전선생님(운전기사)이었다. 거기서는 운전사한테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다보니 오해가 생겼다.

- 앞서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출연해 끼를 발산했다. 'SNL코리아'에선 마찬가지로 먹방으로 유명한 김준현 씨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디든 불러주시면 열심히 할 생각이 있다. (김준현 씨는) 실제로도 크시더라. 나도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데 김준현 씨도 그랬다. 나중에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같이 나왔는데, 거기서도 정말 먹방의 큰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먹는 맛 표현을 정말 잘하시는 것 같다. 배울 점도 굉장히 많은 분이고.

김형욱 씨는 지난해 12월 24일 tvN 'SNL코리아'에 개그맨 김준현 씨와 함께 출연했다. (영상 42초부터 58초까지) 형욱 씨는 자신의 라면을 먹고 있는 김준현 씨에게 "내 라면이에요. 왜 내라면 드세요"라고 따진 후 "어디 가세요. 라면 새로 하나 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네이버TV캐스트, tvN 'SNL 코리아6'

- 18일 노래 '여자 마음을 난 몰라'를 발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지난해 12월쯤 싸이더스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여자 마음을 진짜 모르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곡이 나왔다.

Kahn Cho Project Album 32016. 01. 18 12:00Kahn Cho X 갓형욱갓형욱 - 여자 마음을 난 몰라Prod. By 칸초 Feat. 김경준 of 허니페퍼정오에 모든 음원사이트 공개저녁에 풀버전 M/V, 뒷이야기 공개함께 열심히 준비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Posted by Kahn Cho on Friday, January 15, 2016

김형욱 씨가 '갓형욱'이라는 예명으로 지난 18일 발표한 곡이다. "나이를 먹어도 아무리 책을 봐도 책 속의 여자는 내 여자가 아니야" 등 모태솔로의 아픔을 랩으로 표현했다. 프로듀서 칸초가 작사·작곡을, 그룹 허니페퍼가 함께 불렀다 / 페이스북, Kahn Cho

- 향후 계획은?

30대 중후반에 회사를 그만 두고 방송 일을 시작했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내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해본 게 많으니 새로운 것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아프리카 BJ 활동과 TV 프로그램 출연, 음원 발매도 그 중 하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끔 저한테 "초심 잃었다", "변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절대 그런 것 아니고, 더 재미있는 것을 하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아프리카 방송에서 선보인 '손하트'를 한 김형욱 씨 /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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