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명물 '성심당' 식당근무자, 눈물 흘리며 한 말

2016-01-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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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을 맞은 한 빵집 행사 현장이 담긴 글이SNS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직원들이

60주년을 맞은 한 빵집 행사 현장이 담긴 글이 SNS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직원들이 전한 기업 문화가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담겼다.

#성심당 60주년 비전선포식 풍경...1. 장기근속 표창 받은 한 분... 회사서 받은 인센티브를 한푼도 안 쓰고 모아 이번에 딸 미국 유학을 보냈다고 울먹... 2. 장기근속 표창 받은 또 다른 한 분이 하...

Posted by 김태훈 on 2016년 1월 4일 월요일

2016년 1월 4일 '성심당 60주년 비전선포식 풍경'이라며 페이스북 이용자 김태훈 씨가 올린 글이다. 김 씨가 언급한 빵집 '성심당'은 튀김소보로, 판타롱부추빵 등으로 유명한 지역 대표 향토기업이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본점 외에도 롯데백화점 대전점, 대전역 등에 분점이 있다.

김 씨는 "성심당에 대해 알고 지낸 지 5년 정도 됐다. 스토리텔러 자격으로 ('성심당 창업 60년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고 위키트리에 말했다.

그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바보 취급을 당하지 않나. 사업하는 사람이면 시장이 안 되는 사업을 안 한다던지 이런 식의 접근, 정치인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한다"며 "'가치'라는 것은 자신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장식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성심당은 말 그대로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 같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장기근속 표창장을 받은 직원 식당 근무자 박선희(59) 씨는 "막내딸이 고3일 때 성심당에 입사해 대학도 보내고 또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켰습니다. 자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제가 성심당에 다녔기 때문"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성심당 창업 60년 비전 선포식'에서 장기근속 표창장을 받은 박선희 씨 / 성심당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관 4층 직원 식당에서 박 씨를 만났다. "엄마는 말주변이 없는데..."라며 필자를 맞은 박 씨는 지난 15년간 성심당 정직원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전했다.

박 씨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웠다. 친정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 학비를 벌기 위해 성심당에 입사했다. 250여 명의 성심당 본점 직원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박 씨는 식당에 들어서는 직원들을 하나같이 "아가"라고 불렀다. 박 씨는 그들에게 "엄마"라고 불린다.

성심당 직원 식당에서 만난 박선희 씨 / 이하 위키트리

식당 안에는 밥 먹으러 오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박 씨는 "교대 근무 방식이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원들이 계속 와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식당에 머무른 동안 지켜본 직원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아는 듯 "안녕하세요 ~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수고하세요" 등 인사를 주고받았다.

박 씨는 "비바람 치던 장마철,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대표(임영진)님과 임원분들이 청주까지 일찍 오셨어요. 세상에 종일 있다 밤늦게 돌아가셨는데 뒤이어 다른 직원분들도 와서 손을 잡아주더라고요. 그때는 진짜 뭐라 감사하다고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뭐라고 다 보답 해야하나. 밥 맛있게 해 주는 것 밖에는... 그래도 내가 참 보람있는 밥을 해줬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박 씨는 "지금도 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양팔을 감쌌다.

박 씨는 "빵집이 어려웠을 때도 직원 월급 한 번 밀린 적 없었어요. 힘들 때도 직원들이 버틸만한 끈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어 "여기는 대표가 맨날 '사랑사랑' 해요. 일 잘하기보다는 화목하고 웃고 그런거를 좋아하고, 늘 사랑을 강조하세요. 근엄한게 없이 늘 이웃집 아저씨 같아요. 보기에도 소탈하고 꾸밈이 없는 분 같으시죠"라고 대표를 소개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지 않나'라는 물음에 박 씨는 "우리가 요구하기 전에 다 알아서 해주시니 크게 요구할게 없어요. 제가 책임지는 주방만 보더라도 아가들 재료 애끼지 말고 맛있는 거 최고 좋은걸로 무조건 잘해주라고만 이야기하시고...일하는 사람들 불편 없도록 하라고 항상 그말씀을 하셔요"라고 했다.

그는 "그런 주인 진짜 찾기 힘들 거에요. 우리 식당 소문났다니까요. 중앙시장 정육점에서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안 와봐도 알아요 성심당 사람들 잘 먹는다고. 아닌 게 아니라 일주일에 다섯 번은 고기를 먹으니까, 젊은 애들이 또 무조건 고기만 좋아해요 그래서 최근에 야채를 좀 늘렸어요"라고 했다.

성심당 본점 직원식당 주방

퇴근 시간이 지나도 성심당 직원 식당에는 항상 밥과 반찬이 남아 있다. 박 씨는 "집이 멀거나 혼자 사는 아가들 밥먹고 가라고 넉넉하게 하라고 해요, 여기서 두끼씩 먹고 다니는 애들이 많아요"라고 했다.

또 "주변 포장마차 장사하는 사람들도 성심당 수돗물 가져다가 장사해요, 상인들이 다 이 건물 화장실을 쓰는데 아무 말도 안 한다니까요, 그렇게 베푸세요. 없는 사람들은 큰집덕 본다고 하더만...."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식당 근무자는 총 3명으로 교대 근무를 한다. 모두 정규직 직원으로 월 8회 휴무가 주어진다. 휴무자를 제외하면 평균 2명이 밥과 설거지를 함께한다. 출근은 오전 8시 퇴근은 오후 6시다.

1956년부터 2016년까지 성심당의 변화 / 위키트리(성심당 제공)

성심당은 임영진 대표 아버지인 고 임길순 씨가 1956년 대전역 앞 노점상에서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됐다. 2001년 9월 1일 법인으로 전환돼 현재 성심당 정식 명칭은 ‘로쏘㈜성심당’이다. 1월 기준 성심당 근무자는 총 406명이다. 이들 중에는 정규직 298명, 시간선택제 근무자 16명, 비정규직 92명이 포함됐다.

성심당은 고용창출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대전 시장 선정 '고용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고용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 5일 근무, 건강검진, 중식제공, 퇴직연금 등 보통 기업이라면 지키고 있는 복리후생 제도와 더불어 분기별로 회사에 이익이 생기면 직원들과 나누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해진 금액이나 기준은 없다.

성심당은 '가톨릭 정신'을 경영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날마다 팔고 남은 빵을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에 나눠주고 아프리카 어린이돕기와 장학재단에도 기부한다.

임 대표는 지난 4일 '성심당 창업 60년 비전 선포식' 현장에서 "아무리 매출이 오르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서로 미워하고 무관심하다면 성심당이 아니다.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에 대한 철학을 지니고 서로 사랑하며 빵을 만든다면 당연히 최고의 빵이 될 것이다. 빵을 통해 사랑의 문화가 꽃피워 세상 밖으로 나가 가치 있는 기업으로 우리의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 있는 기업'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성심당 측은 "이웃과 사회, 고객, 근무 직원과 협력업체까지 모두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