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잘 알려지지않은 12가지

극장용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304억 엔(약 3000억 원)으로 2016년 기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영화다. 이는 영화 ‘타이타닉’(1997년)과 ‘겨울왕국’(2014년)을 제친 기록이다.

지난 2002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었다. 여전히 영화팬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작품 중 하나로 언급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12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1. 은퇴를 번복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1997년작 영화 ‘모노노케 히메’를 만든 후 은퇴할 생각이었다. 그는 친구의 10살짜리 딸이 짓는 뚱한 표정에 영감을 얻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었다.

2. 자세하게 묘사된 아우디 A4

영화 초반 장면에서 치히로 아빠가 운전하는 차는 ‘아우디 A4’(Audi A4)다. 하야오 감독은 아우디 차량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아빠가 숲 속으로 차를 몰 때 아우디 차량의 트레이드 마크 ‘콰트로 시스템’(4륜 구동)이 작동된다. 치히로 아빠가 석상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에는 잠김방지제동장치(Anti-lock braking system·ABS)가 작동한다.

3. 치히로 엄마 성우는 치킨을 먹으며 연기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치히로 엄마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찍기 위해, 엄마 역을 맡은 일본 배우 사와구치 야스코(沢口靖子)는 KFC 치킨을 뜯어 먹으며 연기했다. 영어판 더빙을 맡은 미국 배우 로렌 홀리(Lauren Holly)도 비슷한 방식으로 연기했다.

4. 오물신은 하야오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목욕탕에서 오물신을 씻기는 장면은 하야오 감독이 강 청소를 했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작품에서 유바바는 온천 직원을 동원해서 오물신 몸에서 폐자전거를 뽑아냈었다. 실제 하야오 감독이 강 청소를 했을 당시 버려진 쓰레기 중에는 폐자전거도 있었다.

5. 액땜의 뜻

용으로 변한 하쿠가 도장을 뱉는 장면이 있다. 치히로는 도장과 함께 나온 까만 벌레를 잡으려다가 실수로 이를 밟아 죽인다. 가마 할아버지는 치히로에게 “액땜”이라고 말한다. ‘액땜’은 앞으로 닥칠 불행을 가벼운 불행으로 미리 넘긴다는 뜻이다.

치히로는 양손을 네모모양으로 만들고, 가마 할아버지가 이를 손으로 갈라낸다. 이 행위는 일본에서 액땜할 때 하는 몸짓이다.

더빙 당시, 아역 성우 히이라기 루미(柊瑠美)는 액땜이라는 단어 뜻을 몰랐다. 하야오 감독은 “요즘 얘들은 이걸 모르는구나”라며 액땜 뜻을 설명했다.

6. 용으로 변한 하쿠

치히로가 용으로 변한 하쿠에게 약을 먹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위해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터와 함께 수의사가 개 턱을 벌려 치료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7. '픽사'에 대한 오마주

치히로가 제니바(유바바 언니) 집에 갈 때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램프가 등장한다. 이 램프는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Pixar) 로고 룩소 주니어(Luxo Jr.)를 오마주했다.

8. 하야오 감독을 존경했던 '픽사'의 수장

존 래시터 / 위키피디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어판은 픽사 수장 존 래시터(John Lasseter)가 지휘했다. 그는 캐릭터들 입모양과 영어 대사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래시터는 평소 하야오 감독을 존경했다. 그는 햐아오 감독을 2002년 픽사 스튜디오에 초대하기도 했다.

9. 뒤를 보지 말 것

마지막 장면에서 하쿠는 치히로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한다. 이 장면은 성경에서 롯의 가족이 소돔을 떠나는 일화에 모티브를 얻었다. 롯 아내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해 소금기둥이 됐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일화와도 유사하다.

10. 누에와 가오나시 공통점

가오나시는 일본 문화에서 중요한 동물인 누에와 상당히 비슷하다. 가오나시는 하얀 얼굴 밑으로 작은 입이 달려있다. 가오나시처럼 누에도 얼굴과 입처럼 보이는 무늬가 있다.

가오나시처럼 누에는 끝없이 음식을 먹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치히로가 제니바 집에 간 장면에서 가오나시는 제니바가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는 것을 도와준다.

11. 캐릭터 이름이 암시하는 것

캐릭어 일본어 이름은 각자의 정체성을 암시한다.

12. 처음 아카데미 상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라 상을 받은 첫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이스 에이지’, ‘릴로&스티치’를 제치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당시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 중에서 125분으로 상영 시간이 제일 길었다.

또한,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선정 2002년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