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르길래?' 섹스토이숍 '플레져랩' 탐방기

2016-01-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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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랩'은 합정역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이하 위키트리 오, 안이 투명하게 보

'플레져랩'은 합정역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이하 위키트리

오, 안이 투명하게 보이는 유리문이다. 오, 조명이 밝고 환해. 오오, 너무 예쁘잖아?

문을 열자, 따뜻하고 향기로운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머리가 쨍할 만큼 추웠던 지난 월요일(25일)이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성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이곳이 해외 매체에도 소개된 서울 합정동 섹스토이 부티크샵 '플레져랩(Pleasure Lab)'이다.

'플레져랩'은 밝고 깨끗하고 향기로웠다

"일단 가게부터 둘러보실까요?"
"아아, 네"
"여기에 손 한 번 대보세요. 진동이 느껴지시죠?"

"아아, 네(부끄부끄)"

똑 단발, 빨간 니트가 잘 어울리는 '플레져랩' 공동대표 최정윤(30) 씨가 내손에 바이브레이터(진동기)를 쥐어주며 말했다.

"해외에도 본격 부티크로 운영되는 성인용품샵은 별로 없어요. 밝은 분위기, 넓은 동선, 예쁘게 전시된 섹스토이들. 우리 가게를 찾는 여성 분들이 섹스를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으로 여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콘셉트를 생각했어요. 보통 성인용품전문점이 불투명한 검은 유리, 칙칙한 간판, 발을 들이기 힘든 어두운 느낌인 것과 상반되죠"

처음엔 섹스토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부끄하던 나는 어느덧 과감하게 윤활용 젤을 손등에 펴바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오, 문지르니까 따뜻해진다. 신기해)

'플레져랩'은 지난해 8월 기자 출신 최정윤 씨와 간호사 출신 곽유라(28) 씨가 차린 여성 친화적 섹스토이 전문점이다.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인테리어, 예쁘게 전시된 섹스토이, 여성 직원들의 친절한 상담 등 하나부터 열까지 여성이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장소다.

최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LA타임스, AP통신 등에 외신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였다.

"오래 전부터 섹스토이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이번 생은 안 되겠지'라 생각하며 포기하고 있었죠. 그러다 곽 대표를 만난 거예요"

2013년 최 씨는 공동의 지인을 통해 곽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섹스토이에 관심이 많았고, 여성이 편하고 즐겁게 섹스토이를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고 싶다'는 막연함은 2014년 여름 '해보자'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곽 씨가 먼저 직장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곽 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환자실에서 '플레져샵'으로 근무지가 바뀌었을 뿐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성은 단지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건강 면에서도 중요해요. '플레져랩'이 몸을 알아가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장소이길 바랍니다"

"플레져랩' 공동대표 곽유라(왼쪽) 씨와 최정윤 씨
남자들을 위한 섹스토이도 한 켠에 마련돼 있다

갱년기 여성 등을 위한 '케겔운동(질 근육 운동)'에 도움되는 도구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의상, 수갑·안대 등 가벼운 SM 플레이 도구 등도 진열돼 있다

"섹스토이를 편안하게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잡히길 바랍니다"

장소가 편안해지자, '플레져랩'을 찬찬히 다시 둘러봤다. 80여 가지 섹스토이가 브랜드별, 용도별로 진열돼 있다. 온라인 매장에는 600여 가지 섹스토이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두 대표는 '플레져랩'의 친절한 안내자다

"유럽 안전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입니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요"

"한 여성 분이 이 오리 바이브레이터를 사서 엄마에게 선물하기도 했어요"

섹스토이를 아름답고 친숙하게 전시하는 것만큼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이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만족스런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도 제공한다.

"안전이 매우 중요하죠. 몸에 닿고, 넣는 물건이니까요. 저희가 취급하는 물건 대다수가 유럽, 미국, 일본 등 수입품입니다. 모두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것들이죠"

"저희가 파는 모든 섹스토이는 직접 사용해본 거예요. 알아야 이곳을 찾는 분들께 자세히 설명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들은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에 걸쳐 소비자와 대화를 나눈다. 성생활 관련 어떤 욕구가 있는지, 이전에 써본 섹스토이는 어땠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을 이야기 나눈다. 말하자면 '성 상담'이고 '성 교육'이다.

"그래선가. 저희한테 좋은 일 한다며 고마워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케이크 같은 선물도 주시고요"

[위키 토막 상식] '플레져랩' 사장에게 듣는 섹스토이 트렌드

"섹스토이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최 씨에 따르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섹스토이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왼쪽 위는 남성 성기 모양이 적나라한 1세대 바이브레이터들이다. 기능이 막강해도 누군가는 모양새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모양새 때문에 선호할 수 있다.오른쪽 위는 색깔도 밝고 환해졌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변한 2세대 바이브레이터들이다. 진동 세기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오른쪽 아래는 도무지 섹스토이로 보이지 않는 3세대 바이브레이터들이다. 만져보면 촉감도 기가막히게 부드럽다. 흰색, 연분홍색 등 파스텔 톤 색상, 귀여운 모양도 사랑스럽다. 왼쪽 아래는 '플레져랩'이 최근 들여온 '브랜드뉴' 바이브레이터다. 위쪽 흰색 부분에 있는 구멍이 여성 성기를 공기압으로 빨아들인다. 진동으로 자극하던 과거 방식과 획기적으로 달라진 셈이다.

최 씨는 국내가 섹스토이를 단지 '향락품'으로 취급해 금기시하는 것에 반해, 해외는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을 거쳐 기능·외양 등 사용자를 더 정교히 배려하는 방식으로 섹스토이가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젊은 여성이 창업한 '플래져랩',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첫 달 매출이 1000만원 대 중반이었어요. 그다음 달에 2000만원, 다시 2000만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12월은 거의 4000만원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도 예상 이외의 결과였다고 한다. 석 달 적자를 예상하며, 아르바이트 할 각오까지 했던 두 사람은 새해 연 매출 목표를 5억으로 세웠다.

"섹스토이 판매만이 아니라 성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성인용품을 좀 더 대중화하는 게 첫번째 목표예요. 그다음은 좀 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매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성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우뚝 서고 싶어요. 특히 여자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찾는 사업이 성공했다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있는 목소리로 두 사람이 말했다. 막연했던 꿈을 멋진 '실험실'로 현실화한 두 사람이기에, 즐거움을 탐구하고픈 많은 이들의 소망을 알고 있기에 '플레져랩'이 만들 미래가 멀지 않게 느껴졌다.

끝으로 위키트리로 '플레져랩'을 접할 십대 독자들에게 곽유라·최정윤 대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나라는 십대에게 콘돔 구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섹스토이 구입은 금하고 있다. 이건 해외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두 대표는 "십대 중에 간혹 문의가 온다. 그러나 구입은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십대들이 자기 몸을 잘 살피면서 스스로의 건강과 기쁨을 돌보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위키트리로 '플레져랩'을 접할 십대 독자들에게

위키트리 10대 독자분들,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몸과 욕구를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잘 지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고요.

절대로 어떤 분위기에 휩싸여, 혹은 압박에 의해, 혹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성적 행동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몸과 욕구를 제대로 아는 건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해야 해요.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10대에는 몸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더 주시하길 권합니다. (여자 청소년들도 자신의 성기를 거울로 들여다봐주길 추천해요)

만약 성적 괴롭힘을 받거나, 성병·임신 등 어려움에 처한다면 빨리 어른에게 알리고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끙끙 앓으면 해결할 수 없어요. 특히 건강 관련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될 뿐입니다.

성적인 것을 포함해 우리가 삶에서 겪고 배우는 모든 건 스스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독립된 인간으로 서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쉬운 여정은 아닙니다.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이후 일어날 행동에 대해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것, 파트너를 배려없이 대하는 게 부끄러운 겁니다.

스스로를 만질 때나 남을 만질 때 손을 꼭 깨끗이 씻고, 콘돔을 쓰세요. 자신과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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