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더 없는 요물 밴드 'The 1975' 매튜 인터뷰

2016-01-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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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잽'을 날렸던 최근 영국 록계에 등장한 '결정적 한방'이라고 했다.'The 197

간간이 '잽'을 날렸던 최근 영국 록계에 등장한 '결정적 한방'이라고 했다.

'The 1975'. 영국 맨체스터 출신 친구 4명이 결성한 이 밴드는 세상에 제대로 '한방'을 먹였다. 이들은 록적이지만 팝적이고, 모던하지만 레트로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강했다.

극적인 매력을 가진 이들이 '또 다른 한방'을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타이틀부터 심상치 않은 2집 '아이 라이크 잇 웬 유 슬립, 포 유 아 소 뷰티풀 옛 소 언어웨어 오브 잇(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 신곡 몇 곡을 들고서다.

2016년 1월 마지막 목요일. 위키트리는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 무대에 오르기 전 'The 1975' 프런트맨 매튜 힐리(Matthew Healy·26)와 만남을 가졌다.

왼쪽부터 로스 맥도널드, 조지 다니엘, 매튜 힐리, 아담 한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공연만 했다 하면 보는 이들을 홀린다는 '마성의 남자'.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다는 '요물'. 매튜를 만나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정말로 홀려버릴지도 모를 테니까)

찬찬히 지난 'The 1975' 내한 기억을 더듬었다. 약 1년 5개월 전 이들은 도심형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 무대에 섰다. 단 20여 분. 사운드 체크에 문제가 생겼던 탓이었다. 매튜에게 이날의 기억을 물었다. "그래서 한국 팬들이 이번 두 번째 내한 공연을 많이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아...기억하고 있어요. 맞아요"

그날의 기억에 매튜는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그리곤 입을 뗐다.

아 맞아 그때… / 위키트리

"사운드 체크로 공연이 늦어진 것은 팬들에게 정말 불공평한 일이었다.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를 냈었던 일이기도 하다. 일 때문에 꼬장꼬장한 성격은 아닌데... 그때는 사운드 문제가 생겨서 굉장히 화가 났었다"

그는 몇 번이고 강조했다. "매우 매우 화가 났고, 매우 매우 크루들에게 실망했다"고.

"BUT" 이 소리 반전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는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크루와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문제가 없을 거다. 이번에는 1시간 30분 공연이다. 아마 좋은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집 커버(왼쪽)과 2집 커버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The 1975'는 좀처럼 알 수 없는 밴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집을 예고했다. 물론 그들 다웠지만 말이다. 애써 만들어 놓은 '블랙&화이트' 콘셉트를 '핑크&화이트'로 바꿨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흑백으로 일관하던 밴드가 '핑크'라니 예상 밖이다. 2집 콘셉트 직접 설명 부탁한다"고 질문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상하라'가 어떻게 보면 우리 밴드 콘셉트인 것 같다. 우리는 늘 변화하고 발전을 꾀했다. 이번엔 핑크를 통해서 발전 또는 변화를 준거다.

뭔가 분명히 대조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핑크&화이트'다. 일렉트로 핑크 혹은 베이비핑크라고 하는 색은 내게 있어서는 '블랙&화이트' 반대 개념이기도 하다.

시대정신과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 보면 핑크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처럼 보인다. 팬들이 우리 사진을 편집해서 올릴 때 핑크를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17, 18살 소녀들의 것 일수도 있지만(웃음) 참고했다.

- 1집이 성공한 밴드일수록 2집에 대한 걱정들을 주변에서 미리 해준다. 그런데 공개된 2집 곡을 보면 주변 말들을 별로 신경 안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냥 우리 좋은 거, 새로운 거 해볼래" 느낌인데.

음악이나 예술에 민주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다수의 타협이나 의견을 거치면서 희석화된 것보다 한 사람의 비전이 명료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스튜디오 위치를 몰라서 누구도 와서 참견하거나 작업에 끼어들 수 없었다. 멤버들과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피드백이 비전을 더 뿌옇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단한 거다.

어차피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 음악을 만들어야지!

흐흐. 그냥 우리 음악 할래요 / 이하 위키트리

- 팀 내부 멤버들은 어땠는지. 누가 '유지파'였고 누가 '변화파'였나.

우린 민주주의이면서 독재주의다. 내 아이디어 또는 조지(드럼)의 아이디어를 나머지 밴드들이 수용하는 편이다.

내가 이상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밴드 멤버들이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렇지도 않는다. 어떻게 결과를 나오는지 지켜보는 편이다. 어떤 것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할 것 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뤄진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있을 뿐, 시도해 보는 것이란 없다(Do, or do not. there is no try). '스타워즈' 요다가 한 말이다.

"신곡 중에 '어(UGH)'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이 많던데…"

질문이 채 전해지기 전에 매튜가 말했다. "아 진짜? 나도 좋아하는데..."

진짜 질문은 이랬다 "왜 셋 리스트에 찾아볼 수가 없는지. 왜 라이브로 부르지 않는지"

뭔가 철학적인 대답을 주고 싶긴 한데 때로는 답이 참 단순하다. 시간이 없어서다. '어(UGH)'를 포함해서 3곡을 준비할 시간이 3일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준비가 제대로 안됐고 리허설이 안된 상태로 공연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이번 한국 공연 셋 리스트에도 없다. 스스로도 아쉽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곡이라서... 다음번에 왔을 때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UGH' 준비가 안됐어. 매튜 무룩

내친김에 한국팬 이야기를 하나 더 꺼냈다. 한국 팬들이 'The 1975'를 "더 나인틴 세븐티 파이브"라고 부르는 것보다 "일구칠오"라고 보통 부른다고 알려줬다. 매튜 반응은 이랬다. 'The' 때문에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영상으로 보자.

유튜브, wikitree4you

- 개인적으로 'The 1975' 음악은 모던함과 레트로가 공존해 있다고 느꼈다. 50:50 정도. 2집은 레트로 쪽으로 조금 더 기운 듯하다. 매튜 생각은 어떤가.

"그렇게 생각하세요?" (정말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아이컨택. '심쿵'했지만 대답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은 안 해 봤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 체인지 오브 하트(A Change of Heart), 러브 미(Love Me), 쉬스 아메리칸(She's American) 같은 곡들이 80년도 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 특징이라고 하면 1집의 좋았던 것을 과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잘 만들어진 2번째 앨범들을 보면 첫 번째 앨범에서 나왔던 좋은 것들을 더 진하게 만든 작업들을 거쳤다. 라디오헤드 앨범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렇게 벌써 앨범에 대한 의견들을 듣는 게 상당히 좋다. 앨범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와 의견이 아직 없는 상태인데 이런 식으로 피드백을 들으면서 나 역시 이 앨범에 대해 더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 같다.

- 신곡 '러브 미(Love Me)' 같은 경우 데이비드 보위가 부른 '페임(Fame)'을 연상시키는 이들이 많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노래 중간에 '페임'이라고 말하고 '1975'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 곡과 연관시키는 것 같다. 사실 노래만 보면 관련이 없다. 오히려 데이비드 보위 '레츠 댄스(Le’t Dance)'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요즘 데이비드 보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다 보니까 연관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아. '러브 미' 뮤직비디오에서 매튜 춤 잘 봤다. 본인의 댄스 실력을 평가한다면.

"하하핫. 어떻게 스스로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말할 수가 있어요(수줍)"

그럼 보는 이들의 판단에 맞긴다. '러브 미' 뮤직비디오다.

유튜브, The1975VEVO

맨체스터 출신 백인 남자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크리스 브라운이나 어셔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안무는 거의 다 외웠을 정도다.

뭐. 내가 안에 리듬적인 센스가 있어서 그게 음악적으로 표출이 된다고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만약에 스스로를 '나 춤 좀 춘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에 나는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 록, 팝, 일렉트로, 펑크. 장르를 내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다 들으면 'The 1975'같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장르를 'The 1975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신은 어떤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 같다. 사람들은 다양한 장르 음악을 듣는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매우 상반된 음악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은 이거야"라고 개인마다 말할 수 있다. 우리 음악도 그런 것 같다.

(비밀 말하듯) 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건 기자님과 밤새도록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우리 음악을 만들 때 항상 사용하는 트릭이 있기도 하다. 그걸 모든 노래에 적용한다. 그렇지만 그 방법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다.

또 우리는 'The 1975'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다움은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예상 가능하고 뻔한 음악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대로 된 우문현답. 예는 적절했으며 예상치 못한 귀한 '비밀(?)'까지 얻었다. 이 순간 인터뷰 현장 모든 이들은 매튜를 '똘똘이'라고 여기게 됐다.

'똘똘이' 매튜 힐리 / 위키트리

여기에 매튜는, 또 'The 1975'는 알아주는 '성실왕'이다. 참 공연에 많이 오른다. 이에 대해 물었다.

- 2014년 가장 무대에 많이 오른 밴드로 조사되기도 했다. 올해도 8월까지 스케줄이 빼곡하더라. 이렇게 되면 공연이 놀이가 아닌 일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

공연은 나를 표출하고, 내려놓고, 발산하는 유일한 창구다. 지금도 예전이랑 똑같이 좋다. 다만 공연장 밖만 나가면 내가 보지 못한 세상과 풍경이 펼쳐진 나라가 있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그냥 대기하고 기다리고 하는 시간이 조금 지루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그들보다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간호사, 의사, 소방관 등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내 일이 그렇게 고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나를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 끝으로 '절친' 조지에 대해 묻고 싶다. 두 사람이 옆집에 살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투어 내내 같이 붙어 다니면서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있나. 서로 어떤 의미인지.

따로 산지가 얼마 안 됐다. 사실 지난 3년 간 한 집에서 살았다. 최근에 내가 집을 구입했고 그리고 나서 조지가 길 건너편에 집을 샀다.

그것은... 우리는 좀 커플 같기도 하지만(웃음) 조지는 나에게 손 같은 사람이고 나는 그에게 목소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없이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직업이면서 동시에 취미다. 조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이 사는 것은 완벽한 것 같다.

"정말 끝으로 한국식 애칭을 넣어 팬들에게 인사 보내달라"는 말에 매튜가 응했다. 끝까지 봐야 한다. '심쿵' 애교가 담겨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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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조형애, 전성규 기자가 공동 취재했습니다.(글= 조형애 기자, 사진·영상 =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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