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가상상황 5가지

2016-02-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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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전이 모조리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이하 위키트리 '동전'이 사실상 사라

지금 동전이 모조리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이하 위키트리

'동전'이 사실상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를 오는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용하기 불편하고 제조비용이 액면가보다 비싸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미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시스템 등 현금을 대체할 수단도 발달해 있는 상황이다.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4일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한 가능성 연구를 올해 안에 끝낼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 내년부터라도 동전 사용을 줄이는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전 없는 사회를 앞두고 머릿속으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지금 당장 동전이 모조리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회가 혼란에 빠질까.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벌어질까'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가상 상황(하늘색 부분)을 적어봤다. 물론 미래의 '동전 없는 사회'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동전 없는 사회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거스름돈'이다

A씨는 편의점에서 현금 5000원을 내고 4500원 짜리 물건을 구입했다. 그런데 동전이 사라져 거스름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동전이 없어져 거스름돈을 줄 수 없으니, 500원짜리 물건을 더 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A씨는 "동전이 없어지니 소비자만 손해"라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당장 동전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게 '거스름돈'이다. 요즘 동전은 대부분 거스름돈 용도로 쓰이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물건을 사면 상관 없겠지만 현금을 내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한국은행은 '충전식 선불카드'를 동전을 대체할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소에서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주지 않는 대신 이 카드에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일정 금액이 채워지면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동전이 사라지면 '돼지저금통'과 이별해야 한다

B씨는 동전이 사라져 더 이상 '돼지저금통'에 저금할 수 없게 됐다. 틈틈이 동전을 모아 필요한 물건을 사고자 했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사라졌다. 쓸모 없어진 돼지저금통. 그는 '꿀꿀이'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녀석의 배를 갈랐지만 동전을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동전이 사라지면 돼지저금통도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돼지저금통은 대부분 동전을 넣어 저금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동전 대신 금액이 큰 지폐를 모아두자니 부담스럽다.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분수대 낭만'도 사라지게 된다

연인인 C씨와 D씨는 분수대를 찾아, 결혼에 성공하길 바라며 소원을 빌었다. 남자친구인 C씨는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찾았다. "아참..." 하지만 동전은 이미 세상에 없었다. 지갑에 있던 지폐를 꺼내봤지만 물에 젖을까봐 분수대에 넣을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 동전 없는 사회는 삭막하게 다가왔다.

분수대에 가면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빌곤한다. 어떤 이는 대학입학이나 취업을 바라고, 또 다른 이는 사랑의 결실을 소망한다. 동전이 없어지면 이런 '분수대 낭만'도 사라지게 된다.

순서를 정할 때 동전만큼 명쾌한 수단은 없다

사회인 야구단 감독인 E씨와 F씨는 각각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먼저 공격하길 원하며 아웅다웅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동전을 던져 순서를 정하면 됐지만 지금은 동전 없는 사회다. 사다리타기를 해도 되지만 동전만큼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처럼 가위바위보를 하자니 체면이 서지 않는다.

운동경기나 놀이에서 순서를 정할 때 동전이 사용된다. 결정을 빨리 할 수 있고 그저 운을 따르는 거라 다툼도 잘 생기지 않는다. 동전이 사라지면 대표적인 '순서 정하기' 수단도 없어진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있는 동전들. 이제 동전을 박물관에서나 보는 날이 멀지 않았다

동전이 사라지자 한 대형마트는 4550원에 팔던 상품을 5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100원이나 10원 단위를 현금으로 결제할 수 없게되자 아예 가격을 올려버렸다. 더 싸게 팔려는 대형마트 간에 '10원 경쟁'도 사라졌다. 그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앉게 됐다.

동전이 사라지면 현금(지폐)의 경우 1000원·1만원·5만원 단위 결제만 가능해져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걱정도 든다. 이에 대해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오히려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국장은 "대형마트를 예로 든다면 거스름돈용 동전 관리 비용이 줄어들게 돼 결국 상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