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졸려 죽겠을 때 '커피냅' 하면 좋다?

2016-02-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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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졸음과의 사투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졸음과의 사투는 고3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신이시여... 저를 시험에 들지 않ㄱ..."

giphy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잠이 쏟아질 때 대부분은 커피를 떠올린다. 화장실 한 켠에 들어가 불쌍한 자세로 쪽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졸릴 때 낮잠을 자야 할까, 커피 마시는 게 나을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둘 다 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커피냅(coffee nap)'이다.

wikipedia(왼쪽), wikimedia

'커피냅'은 커피를 마신 뒤 바로 15~20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자는 방법인데 잠에서 깨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한다.

커피 한 잔, 낮잠 15분. 투자하기 부담스럽지 않다. 평소 원치 않는 졸음으로 고통받아 온 필자는 당장 '커피냅'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능한 날에 커피냅을 시도해봤다. 낮잠은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30분 사이에 15분씩 잤고 장소는 회사 휴게실 테이블이었다.

일단 지난달 28일, 첫번째 날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낮잠을 잤다. 예상대로 필자는 쉽게 잠이 들었고 미리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짧은 낮잠을 잔 건 처음이었다. 꿀잠을 잔 것 같았지만 몸이 피곤한 느낌은 계속돼 개운하지 않았다. 일과 시간에 조는 일은 없었다.

처음으로 커피냅을 시도했다 / 이하 위키트리

이후 지난 1일 첫 번째 커피냅을 했다. 차가운 것보다 잠이 더 잘 올 것 같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종이컵 2/3 정도 담아 마셨다.

실험 당시 마셨던 커피

사람들이 커피냅을 듣고 갸우뚱 하는 부분이 바로 커피랑 낮잠이 동시에 되냐는 점이다. 서로 충돌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커피를 마셨다고 해서 잠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평소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했다.

15분 낮잠에서 일어난 직후에는 지난달 28일 낮잠만 잤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근무 시간에 졸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곤한 느낌이 덜 들었다. 이날은 '파워근무'를 할 수 있었다.

3일 수요일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커피냅을 했다.

두 번째 커피냅. 생각이 많아 첫 번째보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똑같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2/3컵을 마셨지만 이날은 밀린 일이 떠올라 편히 잠을 자기 어려웠다. 잠이 들긴 했지만 지난 3일보다 제대로 자지 못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후 근무를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피로감이 많이 사라져 신기했다.

커피냅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커피냅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두뇌 활동을 하면 '아데노신'이라는 부산물이 생긴다. 아데노신이 쌓이고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면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 카페인이 들어가면,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버리면서 아데노신-아데노신 수용체의 합체를 막는다.

반면 낮잠은 아데노신을 제거해주는 효력을 가졌다. 섭취한 카페인이 효과를 내기까지 약 20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짧은 낮잠을 자면 아데노신 수가 줄어들게 된다.

카페인 효과가 나타날 때쯤 낮잠 덕분에 아데노신 수가 줄어있으면 카페인이 아데노신에 맞서 싸우기 훨씬 쉽다는 것이 커피냅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유튜브, Vox

커피냅과 관련된 연구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일본 히로시마대 미츠오 하야시(Mitsuo Hayashi) 교수 연구팀은 여러 활동과 낮잠을 병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했다. (☞바로가기) 대상은 젊은 성인 10명이었으며 오후 12시 40분부터 20분간 낮잠을 잤다.

실험 참가자들은 카페인 200mg을 섭취한 뒤 낮잠을 잤을 때 밝은 빛을 쬐거나 세수하기를 함께 했을 때보다 더 확실히 잠이 달아났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커피냅을 했을 때 컴퓨터 작업을 가장 잘 해내기도 했다.

영국 러프버러대(Loughborough University) 연구팀이 했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군용차 운전자들이 졸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찬 바람 쐬기, 휴식, 낮잠 등을 적용해봤다. 그 결과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고 짧은 낮잠을 자는 것이 이상적인 조합이었다고 밝혔다. 단 당이 높은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오히려 더 졸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직접 커피냅을 해 본 결과, 카페인에 유독 민감하거나 밖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커피냅은 꽤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졸린 것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한결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좋았다. 실험을 하느라 일정한 시간에 낮잠을 잤지만 졸음이 쏟아지는 순간에 하면 더욱 좋을 듯 했다.

또한 미국 뉴스사이트 복스(Vox)에 따르면 낮잠을 푹 자지 못하고 반 정도만 잠 든 상태였더라도 커피냅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