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7개 학교 사용" 가정통신문 앱 만든 학생들

2016-02-17 09:00

add remove print link

왼쪽부터 최기섭, 박민용, 한승완 / 이하 위키트리 고등학생들이 3337개 학교에서 쓰는

왼쪽부터 최기섭, 박민용, 한승완 / 이하 위키트리

고등학생들이 3337개 학교에서 쓰는 가정통신문 앱을 개발했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소식을 알기 위해 종이 가정통신문을 더이상 볼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앱 ‘스쿨맘’으로 가정통신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을 이용하면 교육청과 학교에서 오는 공지사항이 실시간 푸시로 전송된다. ‘스쿨맘’은 전국 3337개 학교에서 6만 명 넘는 사용자(2016년 1월 기준)가 쓰는 가정통신문 앱이다. 놀라운 것은 디자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전부 고등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스쿨맘 앱

스쿨맘은 지난 2012년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서라벌고등학교 앱 창업 동아리에서 시작했다. 이후 송파 공업 고등학교를 포함한 총 5개 학교가 개발에 참여했다. 이 앱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하는 창업 동아리 발표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후 선생님과 학생을 중심으로 영리법인 ‘아이위드앱’이 세워졌다.

최기섭(19) 군을 포함해 앱 개발에 참여한 고등학생 3명을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서라벌 고등학교 앱 창업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태권 교사, 한용수 아이위드앱 기술이사도 함께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태권 교사는 학생에 대한 자랑부터 늘어놨다. 김 씨는 덕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최기섭 군을 “우리 최고 기술자”라고 소개했다.

쑥스러워하는 최기섭 군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을 앞둔 최 군은 스쿨맘 서버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스쿨맘 앱은 지난 2015년 3월에 만들어졌는데, 최 군은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를 맡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최 군은 “스쿨맘은 2년 정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앱 개발에 참여했다. 내신 공부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쪼개야 했다.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끝나고 앱을 만들었고, 야자 시간에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와 개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 군은 대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 스쿨맘 앱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서라벌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박민용(17), 한승완(17) 군은 현재 홍보를 맡고 있다. 박 군은 “곧 선배들이 졸업하니까, 이어서 앱 개발을 할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코딩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아직은 기초반이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한 군은 “동아리를 계기로 대학도 소프트웨어 전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용수 기술이사는 “말하는 속도와 프로그래밍 속도가 같다”며 학생들을 칭찬했다. 그는 “이들은 신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팀워크도 완벽하다”라고 말했다. 한 씨는 “하지만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라며 학생들은 아직 경험이 없으므로 어떤 게 적절한 방향인지 모른다고 할 때는 자신이 직접 조언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앱 개발이 너무 재밌어요"

학생들은 앱 개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재미’를 뽑았다. 최 군은 “내가 구상한 대로 서비스를 만들고, 출판해서 사용자가 늘어나는 게 너무 재밌다”고 전했다. 이에 박 군은 “아무리 좋은 앱같아 보여도 허점이 조금씩 있다. 사람들이 지적한 점을 모아서 앱에 반영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태권 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앱의 잠재성을 보고 영리법인을 추진했다. 김 씨는 “학생들이 기업체를 만들기 어려우므로, 어른들이 도와 아이위드앱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은 대부분 선생님이다. 현직 선생님은 겸업이 불가능하므로 지분만 갖고 있고,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이 따로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하지만 스쿨맘은 디자인부터 전부 고등학생이 만든 앱”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학교가 함께 앱을 개발하는 만큼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씨는 “요새는 SNS가 발달해 자기들끼리 즉각 잘 모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혼낼 때도 있느냐”고 묻자 그는 “요새 얘들 혼내서 되나요? 매달 피자나 사주는 거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카메라를 들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프로그래밍 경력, 입시에 도움 안 돼"

물론 전부 학생인 만큼 앱 개발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앱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입시제도를 뽑았다. 최 군은 “부모님에게 컴퓨터만 하고, 공부는 하지 않느냐는 말을 3년 동안 매일 들었다. 많은 고등학생이 앱을 개발한다고 팀을 모으지만, 대부분 입시 공부 때문에 흐지부지 된다”고 말했다. 한 군은 “나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했었지만, 내신 시험 성적을 보고 다 접었다”고 했다.

최 군은 한국에서 (고등학생이) 프로그래밍하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전하며, 입시 제도가 조금이라도 바뀌어서 프로그래밍과 공부가 병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군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스쿨맘 개발에 참여한 일은 입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김 선생님은 최 군에게 “성적에 비하면 (대학교를) 잘 갔다”며 농담했다.

한용수 기술이사는 “이런 프로그래밍 경력이 입시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숙제는 실력 있는 학생들이 계속 프로그래밍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