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에 대해 당신이 궁금해할 7가지

2016-02-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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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왼쪽부터), 문병호, 은수미 의원, 박원석 의원/ 이하 뉴스1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김광진(왼쪽부터), 문병호, 은수미 의원, 박원석 의원/ 이하 뉴스1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계속되고 있다.

23일 정의화 국회의정이 직권 상정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 순으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전 2시 30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10시간 18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신이 궁금해할 7가지에 대해 살펴본다.

1. 야당 의원들은 왜 긴 시간을 버티나?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진 더민주당 의원(5시간 33분) →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1시간49분) → 은수미 더민주당 의원(10시간 18분)

긴 시간 동안 의원들이 연설을 이어가는 건 합법적 의사 진행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 직권 상정으로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이란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쉽게 하는 내용을 담는다. 국정원장 소속 테러통합대응센터 설치, 테러기도 지원자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한 정보수집, 테러 선전·선동 등 글과 그림, 표현 등을 인터넷 유포시 긴급 삭제 허가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테러방지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정보 수집 권한 역시 넓다고 지적한다. 국정원이 법이 아닌 자의적으로 테러위험 인물을 판단하고,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록 합법적인 의결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긴 연설로 막는 것이다.

2.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 막을 수 있을까?

필리버스터가 긴 연설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것이라면 얼마의 시간을 끌어야 하는 걸까. 국회법상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토론이 가능하다. 약 2주쯤 야당 의원이 연이어 연설을 하면 다음 회기로 법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도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은 여야가 다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의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 필리버스터는 아무때나 발동할 수 있나?

필리버스터가 불필요한 의사진행으로 정작 필요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3년 국회의원 발언 시간을 규정하는 국회법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가 부활됐고 이번에 43년만에 실시됐다.

필리버스터 조건도 있다. 국회법 106조의2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서명을 받아야 필리버스터를 요구할 수 있다. 토론 진행 중에는 본회의 참석자 5분의 1이하가 돼도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토론은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만 끝이 난다.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는 국회/뉴스1

4. 필리버스터, 아무 내용이나 말해도 상관없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 시즌2 17화에서는 78세 노인 상원의원인 하워드 스톡하우스가 어린이 보건 관련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법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다가 이후 아무런 관련 없는 요리책을 가지고 나와 레시피를 읊는다. 요리책 다음에는 소설책을 읽기도 한다. 그는 결국 8시간을 버티고 결국 하워드 스톡하우스에게 불치병에 걸린 손자가 있음을 알게 되며 마무리된다.

NBC '웨스트윙'

미국 의회에서는 의원 발언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의장석에서 계속 발언을 하고 발언이 중단되면 안 된다. 화장실에도 갈 수 없다. 하지만 의원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으며 어떠한 내용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KBS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배우 정재영(46) 씨는 국회의원 진상필 역을 맡아 필리버스터를 연기했다. 그는 토론을 이어가기 위해 헌법 전문을 외거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부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토론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말해서는 안 된다. 국회법 제 102조에 따르면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KBS '어셈블리'

5. 필리버스터, 언제 처음 시작됐을까?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해적선', '약탈자'라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유래했다. 서인도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스틸컷

정치적으로는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처음 사용됐다.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다.

고대부터 의결 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로마 집정관인 카이사르가 발의한 농지개혁법을 저지하기 위해 카토가 원로원에서 하루종일 연설한 것을 역사학자들은 최초의 의결 방해 행위로 보고 있다.

6. 세계에서 가장 긴 필리버스터는?

국내에서는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시간 18분으로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을 가졌다.

해외를 포함하면 1957년 미국 상원 스트롬 서먼드(Strom Thurmond) 전 상원의원이 세운 24시간 8분이 세계 최장 기록이다. 그는 1957년 8월 28일 오후 8시 54분에 시작한 연설을 다음 날인 29일 오후 9시 12분에 끝냈다.

그는 몸에 수분이 남아 있지 않도록 연설 당일 증기 목욕을 했다. 연설 도중 화장실을 찾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설 도중 배고픔을 달랠 목적으로 다른 의원에게 짧은 말을 할 기회를 주거나 질문을 하기도 했다. 휴대품 보관소에서 샌드위치를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기도 했다.

August 28, 1957: U.S. Senator Strom Thurmond begins a filibuster to prevent the Senate from voting on Civil Rights Act...

Posted by Daily Black History Facts on Friday, August 28, 2015

7. 필리버스터, 스타 정치인를 만든다?

이름을 알리거나 공천권을 얻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설 시간보다는 그 내용이 화제성을 몰고 오는 것으로 보인다.

2016 미국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역시 필리버스터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지난 2010년 12월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연장안을 막기 위해 8시간 37분 동안 연설을 했다. 시간보다 주목 받은 건 그가 관련 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연설이다. 해당 연설은 책으로 출간될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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