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는 왜 '멀쩡한' 교가를 바꿨을까?

2016-03-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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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가 2일 새 교가를 전교생 및 직원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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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가 2일 새 교가를 전교생 및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예전 교가는 하나고 내부 비리를 폭로한 전경원(46) 교사가 작사한 곡이었다. 일각에서는 교가 교체가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전 교사는 '내부 고발자'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 논란 특위'에 출석해 하나고가 ▶ 성비 균형 위해 남학생에 보정 점수 부여 ▶ 청와대 고위 공직자 자녀의 학교 폭력 은폐 ▶ 이사장 직권 교사 채용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는 모두 범법행위다. 하나고는 "한 교사의 일방적 폭로다. 사실과 거리가 멀고 일반적인 사학비리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같은 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은 "자체 조사 결과 전 교사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며 전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폭로의 대가'는 가혹했다. 전 교사는 폭로 후 열린 '동료·학부모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나고는 지난해 11월 그를 ▶ 품위 불량 ▶ 학생·교사 명예훼손 ▶ 직장 이탈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전 교사는 하나고 개교 위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1년에 한 번 시상하는 '우수 교사' 표창을 받은 교사다.

전 교사 징계를 놓고 일부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보복성 조치'라며 반발했다. 하나고는 "전 교사에 대한 징계 절차는 고발 전부터 착수한 것"이라며 "사회단체나 정치계에 정당한 절차에 간섭하는 건 부당하다"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보복성 조치' 논란은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하나고 관계자는 2일 위키트리에 "(바꾼 이유를) 딱히 뭐라 말씀드릴 게 없다. (아마도) 내부 고발 교사의 교가를 쓰는 게 (윗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아니겠냐"며 "다만, 보복 조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체 전 하나고 교가 / 이하 하나고 공식 홈페이지

관계자는 "밖에서는 그가 한 행동을 공익제보라고 여길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내부고발자"라며 "전 교사는 (고발) 이전부터 내부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새 교가의 작사는 정호승(66) 시인이, 작곡은 이 학교의 음악 담당 이 모 교사가 맡았다. 이 교사는 예전 교가도 직접 작곡했다.

교체 후 하나고 교가

이 교사는 "지난달(1월) 초 '전 교사가 쓴 가사를 바꾸기로 했으니, 새 가사에 맞게 곡을 수정해 달라'고 (학교 측이) 요청해왔다"며 "이미 쓰여진 노랫말에 따라 곡을 만든 만큼 쉽게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전 교사는 2일 위키트리에 "이 선생님이 먼저 연락을 줘서 (교가가 바뀐) 사실을 알았다"며 "2009년에 (내가) 작사해, 2010년 개교 때부터 6년간 불려진 노래다. 이런 노래가 바뀌었다고 하니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문자나 카톡으로 동료 교사들이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라'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사는 내부 고발 이후 담임에서 배제돼 국어 수업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고는 지난 2010년 학교법인 하나학원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다. KEB 하나은행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회장(73)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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