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정치실록' 만드는 청년들 화제

2016-03-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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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 Wikipedia "태종이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

조선왕조실록 / Wikipedia

"태종이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넘어졌다. 일어난 태종은 좌우를 둘러보며 '이를 사관(史官)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였다" - 조선왕조실록 태종 4년(1404년) 2월 8일

조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쥔 태종(1335~1408)도 사관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부끄러운 일은 빼고, 좋은 일만 기록하고 싶었을 테다. 물론 사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사관에게 '곧이곧대로' 기록하는 것은 목숨보다 소중한 일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역사상 가장 객관적인 사서"라 평가하는 이유다.

여기 '현대판 사관'을 자처하는 학생들이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근우(24) 씨와 사회학과 문상덕(25) 씨는 1일 한겨레에 "정치인의 중요한 약속이나 발언이 (쉽게) 휘발되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꼈다"며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장관 등 정치인들이 그간 한 발언을 시간대별로 모은 '헬조선 정치실록(이하 '정치실록')'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난 1월부터 개발 중인 '헬조선 정치실록'은 특정 정치인을 검색하면 정치, 경제, 안보, 복지 등 분야별로 과거에 어떤 말을 했는지 '타임라인'처럼 나오는 게 특징이다. 또 망언, 토픽 등 '번외항목'도 만들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트위터와 만듦새가 유사하다.

이들의 첫 작업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 시작한 1975년부터 올해 1월 신년 발언까지 모았습니다.#정식오픈은_3월말

Posted by 한겨레 on 2016년 3월 1일 화요일

이들에 따르면 '정치실록' 첫 번째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영애(令愛) 신분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1975년부터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까지 발언을 빠짐없이 정리했다. 김 씨는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신념이 실종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처한 입장에 따라 행동이 다른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저처럼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의 '말'을 토대로 사람을 판단한다"며 "시민들이 (정치인의 발언을 정리한) 타임라인을 훑어보면서 그 사람의 신념과 태도를 유추해 자신을 대리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1월부터 '헬조선 정치실록'을 준비 중인데 개발자와 디자인, 컨텐츠 제작을 맡을 능력자를 모시지 못했다"며 구인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4·13 총선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빠르게 결과물을 선보이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시물은 같은 날 오후 5시 기준 삭제된 상태다.

이들은 오는 3월 말, 4·13 총선에 맞춰 온라인에 '정치실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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