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댄서' 제이핑크·제이블랙 인터뷰
2016-04-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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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wikitree4you여자 분장을 하고 걸리시 댄스를 출 때는 '제이핑크', 힙합
여자 분장을 하고 걸리시 댄스를 출 때는 '제이핑크', 힙합 댄스를 선보일 때는 '제이블랙'으로 바뀌는 남자. 한국 스트릿 댄스 1인자 조진수(34) 씨는 춤을 출 때 여성이기도 하고, 남성이기도 하다.
조 씨가 제이핑크와 제이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살게 된 계기는 '지인의 장난' 때문이었다. 조 씨는 "제이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우연히 나간 대회에서 지인이 장난으로 제 이름을 '제이핑크'로 표시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그때부터 제이핑크와 제이블랙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화양동 한 댄스 학원에서 조 씨를 만났다. 큰 키에 초록색 모자를 쓴 조 씨는 한 걸음 뗄 때 마다 화려한 춤이 연상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지금은 '제이핑크', '제이블랙'하면 누구나 아는 댄서가 됐지만,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에는 게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조 씨는 "저는 결혼도 했다. 예술이고 춤일 뿐이다. 여성으로 분장하고 춤을 추는 '제이핑크'를 보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걸리시 댄스를 시작했다. 그때는 장르조차 생소했다. 지금 저를 보는 분들은 제이핑크와 제이블랙을 구분해 제 춤을 인정해주고 있다.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하 위키트리
제이핑크로 활동하면서 조 씨는 성소수자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게이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저를 받아주셨다. SNS로 많은 성 소수자가 '조진수 씨가 제이핑크로 활동하고 나서부터 성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좋아졌다'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제이핑크가 여성성을 보여주는 댄스로 주목받았다면 제이블랙이 추는 춤은 힙합 댄스가 가진 매력을 보여준다. 최근 세계적인 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26)이 조 씨 춤을 극찬하는 글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이블랙으로 변한 조 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춤을 보여줬다.
조 씨는 "크리스 브라운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실력자가 나를 인정해주니 정말 기분 좋았다"며 "은근히 (공연에)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댄서지만 춤을 처음 시작했을 때 조 씨는 고단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조 씨는 "24살 때 제대하고 약 4년간 하루에 라면 1개만 먹고 살았다. 집이 못 사는 건 아니었지만 군대 다녀와서 손을 벌릴 수 없었다"며 "무조건 연습을 했다. 저를 불쌍하게 여긴 형이 있었다. 그 형 덕분에 한 달 6만원을 받는 레슨을 했다. 한 달 6만 원을 벌며 4년간 연습만 했다"고 했다.
약 4년간 춤을 추며 무명 시절을 보낸 조 씨는 댄스 대회 '포다 넥스트 레벨(4da next level)'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한국 댄스계 표면에 올라왔다.
이후 조 씨는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조 씨 등장에 많은 사람이 '반짝'하고 천재가 나타났다고 했다.
조 씨는 "많은 분이 제가 갑자기 나타난 줄 안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춤을 췄었다. 어릴 때는 한국 가수들 안무를 따서 연습했다. 제 관심사는 항상 춤이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조 씨는 조용한 성격 때문에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를 왕따에서 구해준 것은 '춤'이었다고 한다. 조 씨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무대에 올랐다. 소외만 받다가 처음으로 많은 사랑을 느꼈다. 그때부터 춤에 미쳤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조 씨를 '왕따'에서 구해준 춤은 이제 조 씨에게 숙제를 주고 있다.
최근 조 씨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시작해 방송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그의 행보에 일부 댄서들은 '돈에 환장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방송을 하면서 춤과 댄서에 좋은 영향이 생겨났다. 댄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씨는 올해 34살이다. 한국에서는 '이제 춤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조 씨는 "저는 일본에 있는 댄서들처럼 할아버지가 돼서도 춤을 추고 싶다. 최고의 댄서. 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조 씨는 방송 활동 등 다양한 곳에서 얼굴을 비칠 예정이다.
* 사진·영상 = 전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