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인권침해 vs 인권보호

2016-04-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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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위헌여부 공개변론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본인 의사

정신보건법 위헌여부 공개변론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의 요청과 의사의 진단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도 되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헌재는 14일 오후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등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의 공개변론을 열고 보호의무자 동의에 의한 정신병원 입원 제도의 위헌 여부를 심리했다.

위헌심판을 신청한 박모(60·여)씨의 대리인측은 이 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악용 사례도 빈발한다고 주장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응급환자 이송단이 다짜고짜 목을 조르고 팔을 묶는 등 불법체포인 경우가 많다. 범죄자에게도 지켜지는 적법절차의 원칙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절차보장이 인권보호의 핵심이다.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인신구속은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게 헌법의 요청"이라며 강제입원은 영장주의 원칙 위반이라는 논리를 폈다.

재산다툼같은 가족내 갈등이나 정신병원 운영상 필요 때문에 강제입원이 남발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비율이 70%를 넘고 입원기간도 평균 247일 수준이라는 통계가 근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강제입원 비율은 12.5%, 입원기간은 평균 35.7일이다.

권오용 변호사는 "정신질환자 치료·보호 재정 가운데 70% 정도인 연간 2조원이 병원에 지출된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빨리 내보낼 수 없고 인권을 담보로 잡은 채 장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측은 오남용 방지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강제입원은 인권 침해가 아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대심판정 들어서는 박한철 헌재소장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정신질환자가 방치되는 것을 막고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아니면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라며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임을 전제로 의미를 파악해달라"고 했다.

그는 "입원 치료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의 개선안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아니고 수사나 행정절차가 아니어서 영장주의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의료계에서는 스스로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언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수석부회장은 "병에 대한 자기인식이 없는 게 중증 정신질환의 가장 안타깝고 흔한 증상"이라며 "환자 개인이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면 초기에 완치될 가능성을 놓치고 증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입법 목적에 유일하고 최적의 수단이 아닐 수는 있지만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환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위헌심판대에 오른 정신보건법 조항은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지금까지 이 조항에 10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심판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됐다. 이날 공개변론이 열린 위헌심판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이 2014년 5월 박씨의 인신보호 청구 사건을 심리하던 중 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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