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만원' 메가 드라이브 게임팩을 전부 모은 남자

2016-04-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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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수집가에게 한 게임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모으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많은 시간과

게임 수집가에게 한 게임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모으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대식(34) 씨는 지난 1월 추억의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MD) 일본 게임팩 423개를 전부 다 모았다. 메가 드라이브는 일본 게임 회사 세가(SEGA)가 1988년 발매한 세계 최초 16비트 가정용 게임기다.

한국에 사는 전 씨가 일본 게임팩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메가 드라이브는 출시된 지 30년 가까이 됐다. 일본에서도 희귀 게임팩은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전 씨는 4개월 반만에 ‘메가 드라이브’ 콜렉션을 완성했다. 약 4500만 원이 들었다.

전 씨는 어렵게 수집한 이 게임팩 전부를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 올렸다. 판매가는 수집에 들어간 돈보다 적은 3500만 원이다. 이 소식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높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국에서 특정 게임기의 모든 콜렉션을 인터넷에서 판매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전대식 씨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영상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에있는 사무실은 마치 게임회사 같았다. 전 씨 사무실에는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고전 게임기, 게임팩이 잔뜩 있었다. 한 직원 책상에는 애니메이션 ‘원피스’ 피규어가 가득 올려져 있었다. 전 씨는 “직원들이 각자 뭔가를 수집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대식 씨가 일하는 영상 프로덕션 사무실이다. 직원들 책상에는 피규어가 가득 올려져 있었다. / 이하 위키트리

게임 수집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게임기 수집으로 시작했다. 게임기를 회사에 진열하고 싶었다. 휴대용 게임기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가정용 게임기에 욕심이 생겼다. 인테리어 비용과 게임기를 모으는 게 큰 차이가 없다. 사무실에 방문한 클라이언트들도 게임기를 보면서 추억에 잠긴다. 이야기를 꺼내기도 더 쉽다.

전대식 씨 뒷모습이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사양했다.

닌텐도 패미컴, MSX, 세가 마크3, 아타리 링스 등 1세대 게임기(1980년대 초반 기종)부터 3세대 게임기(1990년대 초반 기종)까지 대부분 수집했다. 그 중에는 카세트 비전 같이 구하기 힘든 게임기도 있다.

나중에는 제주도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보고 저거는 못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 정리했다. 더 의미 있는 것을 모으고 싶었다.

의미 있는 것이 왜 ‘메가 드라이브’인가

메가 드라이브에 확장기기 메가 CD, 슈퍼 32X를 합쳤다. 일본에서는 이 3단 합체 상태를 '메가 타워'라고 부른다.

슈퍼 겜보이(메가 드라이브의 한국 출시명)는 어린 시절 처음 돈을 주고 산 게임기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안 계셨다. 고아였다. 초등학교 시절 공병을 주어 고물상을 돌아다녔다. 값을 비싸게 치는 훼미리 쥬스 공병을 발견하면 기뻤다.

어릴 때는 게임이 그렇게 하고 싶지만, 게임기가 없었다. 게임을 하려면 친구에게 빌붙거나, 게임 매장에 가야 했다. 초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슈퍼 겜보이를 샀다. 뜻 깊은 게임기다.

메가드라이브 게임팩을 모으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지난해 8월 27일부터 수집을 시작해 올해 1월 6일에 다 모았다. 4개월 반이 걸렸다. 다른 수집가에 비해 엄청 빠른 기록으로 알고 있다.

메가드라이브 게임팩을 모으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가

메가 드라이브 게임팩들이다. 옛날 비디오 대여점 같다.

일본판 메가드라이브 팩은 총 422개다. 거기에 ‘WWF 로우’(WWF RAW)라는 게임을 하나 더 모아야 컬렉터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총 423개인 셈이다. 이 게임은 정식 발매되진 않았지만, 일본에 있는 일부 게임 매장에서 풀렸다. 정식 라이센스 넘버까지 있다.

‘WWF 로우’ 물량은 200개에서 300개 사이로 추정된다. 일본 오사카에 물량이 있어 아내와 함께 갔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도쿄 만다라케(서브 문화 관련 중고서점)에 갔지만, 거기도 없더라. 나고야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WWF 로우’를 100만 원에 샀는데, 일본판 설명서도 없고 품질이 너무 안 좋았다. 설명서, 엽서, 게임팩 등이 모두 있어야 수집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높은 가격에 비해 'WWF 로우'는 평범한 레슬링 게임이었다. / 바인, Nes

‘WWF 로우’는 일본 야후 옥션에서 1~2년에 하나씩 올라오는 제품이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일본 옥션에서 발견했다. 중국인 수집가와 1시간을 경쟁한 끝에 겨우 낙찰받았다. 15만 7000엔이었다. 관세와 대행 수수료를 합하면 200만 원이 넘게 나왔다.

다른 게임팩들도 구하기 힘든가

'NBA94'를 제외하고 어클레인 저팬 게임이다. 어클레임 저팬 게임은 메가드라이브 인기가 저물던 시기에 나왔다.

메가 드라이브에서 구하기 힘든 게임팩은 대략 5개다. 어클레임 저팬에서 내놓은 게임이 특히 물량이 없다. 제일 비싸고, 수집하기 어렵다. 하지만, 게임들은 대부분 ‘쿠소게’(糞ゲー·쓰레기 게임이라는 일본어)다.

어클레임 저팬이 발매한 ‘맥시멈 카니지’, ‘포먼 포 리얼’은 메가 드라이브에서 제일 비싼 게임이다. 전부 200만 원이 넘는다. 온종일 일본 옥션, 일본 이베이, 해외 이베이를 스마트폰으로 봤다. 그래도 물량이 안 나왔다.

기자가 '포먼 포 리얼'은 플레이했다. 비싼 게임이지만, 어렵고 재미없었다. 조지 포먼을 한 대도 때릴 수 없었다. / 바인, Nes

새벽 2시에 누워서 일본 아마존을 보던 중 ‘맥시멈 카니지’, ‘포먼 포 리얼’ 2개가 딱 올라왔다. 밤 10시까지 없었던 물건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샀다.

다른 하나는 ‘NBA 94’라는 게임이다. 일본에 사는 수집가들도 구하기 힘든 게임이다. 어느 날 일본 옥션을 보다가, 농구 게임 하나가 끼어있는 세트가 있었다. 이 물품이 금액이 막 올라가더라, 뭔가 있겠지 싶어서 입찰했다. 인터넷에서 이 게임을 검색했는데, 게임 정보가 안 나왔다. 일본 웹에서 검색했더니, 이 게임이 말로만 들었던 NBA 94였다

수집가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것 같다

우정 파괴 게임으로 유명한 '뿌요뿌요2'도 있었다. 귀여운 캐릭터에 속으면 안된다.

나는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수집한 게임 절반은 엔딩을 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와니와니 월드, 샤이닝 포스 등을 플레이했다. 엔딩을 본 게임도 꽤 많다. 퍼즐, 액션, 어드벤쳐 게임을 좋아하다.

주로 에뮬레이터(게임기를 컴퓨터 가상 환경에서 플레이하는 것)로 플레이했다. 나는 정품 유저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에뮬레이터를 돌릴 수 있다.

물론 수집만 하는 분들도 있다. 보통 올 컬렉션(All Collection)을 달성하는 분들은 플레이를 잘 하지 않는다.

게임 팩 수집에 얼마가 들어갔는가

금액을 책정하기 어렵다. 3500만 원에 게임팩 컬렉션을 올렸지만, 실제 금액은 훨씬 많이 들어갔다. 4500만원 가량이다.

게임팩을 수집하다 보면 설명서가 없거나, 패키지 안에 다른 게임팩이 들어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런 경우에는 게임팩을 다시 사야한다. 수집가격에는 그 손해 비용을 더해야 한다.

힘들 게 모은 게임팩을 왜 파는지

게임팩 423개다.

현자타임이 왔다. 컬렉션을 완성하면 허탈해진다. 그리고 한국에서 ‘올 콜렉션’ 매물은 한 번도 없더라. 그래서 "올려 볼까"라는 마음이 생겼다.

외국은 게임 콜렉션을 파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일본 옥션에 플레이스테이션 CD 3000개가 올라온 적이 있다. 판매자도 자신이 파는 소프트웨어를 정확히 모르더라.

영상 프로덕션을 운영하는데, 장비보다 게임 수집에 붓는 돈이 더 많은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도 있었다. 카메라 렌즈 살 돈이 없었다.

사려는 사람은 있는가?

2명 정도 있다. 한 분은 세금 자료를 끊어달라고 하더라. 이게 매출로 잡히면, 부가세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보류했다. 한 분은 그냥 찔러 본 것 같다.

고전 게임의 매력은 뭘까

메가 드라이브 주변기기 박스

단순하게 말하자면 '추억 팔이'다. 어릴 때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못 했던 게임이 많았다. 당시 게임팩이 너무 비쌌다. 어릴 때 못 가졌던 물건을 가지고 싶은 이유가 제일 크다. 30대가 되면서 취미 생활에 돈을 부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많은 사람이 고전 게임에 대한 추억들이 많다. 페이스북에 게임팩 사진을 올리면 "나도 저 게임 갖고 있었는데"라는 댓글이 달린다. 게임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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