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그런 부모 둔 적 없는데요?" 인터뷰

2016-04-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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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후레자식연대'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우린 그런 부모 둔 적 없는데요?

페이스북 페이지 '후레자식연대'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우린 그런 부모 둔 적 없는데요?"

극우 성향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에 맞선 한 단체가 주목 받고 있다. 이름도 당돌한 '후레자식연대'다.

'후레자식'의 사전적 의미는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시위 과정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기도 하다. '후레자식연대'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연대를 만든 최황(32)씨는 "본인들 스스로 적대적인 관계의 누군가들에게 후레자식이라 했으니 어버이연합 등 과격 보수단체에 대응하는 입장이라면 후레자식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이유로 '후레자식'이라는 총대를 멘 걸까?

최황 씨는 지난 22일 '후레자식연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후레자식연대'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운영되는 커뮤니티다. 29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좋아요' 수는 4775명이다. 최황 씨는 이 페이지를 '좋아하는' 회원들과 이슈가 생길 때마다 연대해 활동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정식 단체 신청 계획은 없다고 했다. 운영자 최황 씨가 페이지 정보 소개란에 쓴 글이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같은 부모를 두지 않은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비폭력, 보편적 인권, 평등, 자유, 평화를 지향합니다"

호응은 좋았다. 개설 7일 만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언론도 주목했다. '후레자식연대'에 대한 기사가 포털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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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관심에 최황 씨는 "어깨 위 책임감이 몇 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트래픽으로 인한 알림이 너무 많아 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순식간에 줄어드네요" '후레자식연대'에 쏟아진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본인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조지오웰 소설 '1984'를 좋아하는 1984년생"이라고 했다. 미술을 전공했고, 회사에 다니며, 진보주의자고, 술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1~2년 전 술자리에서부터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 등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후레자식연대 같은 걸 만들어야겠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최황 씨가 본격적으로 연대 활동을 하게 된 건 시사저널 보도로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4월 한달, 주간지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단독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우회 지원' 받고 청와대로부터 '관제 집회'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이 요지다.

최황 씨는 "항상 어버이연합의 과격함과 그들에 대한 법 적용의 관대함에 놀라웠었다"며 "그들의 대단한 정보력에는 '분명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품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6년 4월, 시사저널 특종 보도 이후 더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저런 뉴스를 읽다가 '이 뉴스들을 모아보고 좀더 파급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페이지를 혼자 만들었다"며 "현재 페이지 관리자는 저와 친구가 하고 있다. 사정상 아직까지는 모든 글은 제가 쓰고 있다"고 전했다.(아래는 최황 씨가 '후레자식연대'에 가장 최근 게시한 4월 28일 자 글이다)

'후레자식연대'에 쏟아지는 관심에 최황 씨는 "시기가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페이지에 공유된 기사를 읽거나 공감한다는 면에서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다고도 했다.

그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같은 단체들이 와해될 때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들도 건드릴 생각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후레자식연대'가 건드릴 만한 것들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덧붙였다.

연대의 공식적인 행사는 어버이날인 다음달 8일로 예정돼 있다. 최황 씨는 이 날을 맞아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에 카네이션과 편지를 보낼 계획이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