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순간, 세자녀 창밖으로 던져 구한 엄마

2016-05-0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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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기적적인 구조로 새 삶을 찾은 Enyoko씨 가족 / 이하 뉴스1 "너무 두렵고

시민들의 기적적인 구조로 새 삶을 찾은 Enyoko씨 가족 / 이하 뉴스1

"너무 두렵고 무서웠어요. (아이들의 손을 놓기가)죽기보다 싫었지만 선택의 길이 없었어요. 신께 기도했었어요. 아이들만은 살려달라고…"

화마를 피해 4층 베란다 창밖으로 어린 자녀들을 밀어낸 뒤 그 손을 놓아야만 했던 세 아이의 엄마 Onyiechi씨(31·여·나이지리아 국적)는 아찔했던 화재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스1은 1일 '기적의 화재 현장'인 평택을 찾아 시민과 미군의 도움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새 삶을 찾은 Onyiechi씨 가족을 만났다.

인근 친언니 집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Onyiechi씨는 당시 후유증으로 허리와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의 품안에는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기의 왼쪽 손등에는 당시 입은 화상 흔적이 있었다.

4세, 3세인 두 딸은 화재 순간을 잊었는지 한손에 햄버거를, 다른 한손에는 장난감을 든 채 사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민들의 구조를 믿고 화마를 피해 자녀 셋을 4층 아래로 떨어뜨린 뒤 자신도 뛰어내려 생명을 구한 Onyiechi가 7개월 아들을 품에 안은 채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시민들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은 Onyiechi씨는 "선택의 길이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펼쳐진 이불에 어린 자녀들을 떨어뜨리는 순간 신을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그는 두 딸과 아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시민들의 외침을 듣고 난 후에나 스스로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1층에는 이불을 펼쳐든 시민과 미군 등 10여명이 있었고 합심해 이들 가족 모두를 무사히 구해냈다.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집안이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창밖을 향해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상인과 시민, 미군 등이 이불 등을 모아 쌓은 뒤 뛰어내리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이들의 손을 놓기가)죽기보다 싫었지만 선택의 길이 없었다. 신께 빌었다. 아이들만은 살려달라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 연기에 휩싸였던 집을 찾은 남편 Enyoko씨가 아내와 아이들이 뛰어내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인근 자동차 부품 정비공장에서 일하던 그의 남편 Enyoko씨(43·나이지리아 국적)는 화재 당시 소식을 듣고 달려와 1층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불길에 휩싸인 탓에 4층 베란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Enyoko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다. (아내가 아이들을 떨어뜨릴 때)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더 두려웠다. 이웃들 덕에 우리 가족 모두가 살았다. 너무 감사하다. 그분들을 모두 만나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Enyoko씨는 2011년 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Onyiechi와 결혼했고 이듬해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 직장이 있는 평택에 정착했다.

Enyoko씨를 제외한 이들 가족은 현재 화재현장 인근 Onyiechi씨의 언니 집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상태다. Enyoko씨는 집이 좁은 탓에 가족과 떨어져 친구 집에 머무르고 있다.

Enyoko씨는 "가족이 함께 살던 집이 그렇게 돼 큰일이다. 살 집을 찾아야하는데 정말 막막하다"면서도 "이웃들의 도움으로 가족들의 새 삶을 찾은 만큼 저 또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가며 더욱 열심히 살도록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Enyoko씨 부부와 아이들은 집을 나서는 취재진에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화재현장 전경

한편 이번 화재에서는 인근 상인들과 현장을 지나던 시민·미군이 기적을 만들었다.

이들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건물 4층 베란다에서 구조요청을 하는 Onyiechi씨를 발견, 화재현장 옆 이불가게 사장이 내준 이불 20여장을 가져다 바닥에 겹겹이 쌓은 뒤 그 위로 또 다른 이불을 사각형 형태로 펼쳐 잡고 뛰어내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망설이던 Onyiechi씨는 이내 아이 셋을 연이어 아래로 떨어뜨렸고 자신도 뛰어내렸다. 시민들은 떨어지는 아이들과 Onyiechi씨를 차례로 받아 냈고 모두 무사했다.

Onyiechi와 4살·3살 딸, 7개월 아들이 화마를 피해 뛰어내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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