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2년, 무엇이 달라졌나

2016-05-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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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오는 11일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오는 11일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장경색으로 입원한 지 만 2년이 된다.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부재 이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천재 경영자'로 불린 이 회장의 공백이 경영 차질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삼성그룹은 여전히 치열한 글로별 경쟁 속에서도 차분하게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와 또다른 스타일로 삼성의 색깔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룹 사업재편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에 비해 경직되고 뒤떨어진 조직문화 전반의 혁신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의 사업재편, 특히 외형 확장보다는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이 부회장의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 하드웨어 정비 이어 소프트웨어 혁신 추진

삼성그룹은 지난 2년 간 이 부회장의 주도 아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10여차례가 넘는 계열사 재편작업을 벌였다.

한화그룹 및 롯데그룹과의 1·2차 빅딜을 통해 화학 및 방위사업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그룹 내 소규모 사업재편도 이어졌다.

그 결과 삼성그룹은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이 정리됐다.

외형 불리기나 과거의 선단식 경영 보다는 젊은 3세 경영인으로서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스티일이 녹아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작업과 관련해 현재 수면 위에서 진행 중인 것은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 매각건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계열사의 매각,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사 전환 등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다.

사업재편이라는 일련의 하드웨어 정비 작업을 일단락한 이 부회장은 삼성의 소프트웨어적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인 삼성전자를 스타트업 기업처럽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문화의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이 대표적이다.

야근과 특근,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 문화를 조직 전반에서 걷어내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스타트업 삼성'의 지향점이다.

이같은 혁신문화 선포는 아래로부터의 혁신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23년 전인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회장이 설파한 '신경영'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이 회장의 장기 와병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혁신문화 선포는 '새로운 시대의 삼성'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국내외서 활발한 교류…미래 먹거리 발굴이 관건

삼성이라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이 부회장은 지난 2년 간 활발한 대회 행보를 펼쳤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있을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핵심사업에 포괄적으로 관여하면서 글로벌 기업 대표와 국가 정상들을 만나며 조용히 인맥을 넓혀왔다.

그러나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으면서 전자와 금융,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글로벌 인사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로서 3년 연속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방문하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는 등 세계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의 지도자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매년 7월 휴양지인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코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도 꾸준히 참석하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과 금융산업을 이끄는 미국 핵심 인사들과 만나왔다.

여기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구글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 등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도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4대 금융지주 CEO들과 잇따라 만나며 금융 산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이 부회장의 고민이 활발한 교류와 외연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현재진행형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제2의 반도체, 제2의 휴대전화와 같은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가 무엇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아버지인 이 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은 아직 삼성 안팎의 현안이나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나 목소리를 외부에 비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이 그리는 글로벌 삼성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현재 추진하는 변화가 삼성을 어디로 이끌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제2의 삼성', '뉴(New) 삼성'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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