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증언한 강남 살인범

2016-05-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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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1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상가 남녀 공용 화장실 안. 여

지난 17일 새벽 1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상가 남녀 공용 화장실 안. 여성 A씨(23)가 약 30cm 흉기에 왼쪽 가슴을 서너 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 김 모(34) 씨는 사건 발생 9시간 뒤 범행이 벌어진 강남역 인근을 찾았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용의자 김 모(34) 씨 / 이하 뉴스1

 

소위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라 불리는 이 사건 용의자 김 모(34) 씨는 한때 목회자를 꿈꾼 신학도였다. 

김 씨가 잠시 몸담았던 서울 A신학원 관계자는 김 씨에 대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 얘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며 "결석이 잦았다. 그래서 입학 1학기 만에 제적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에 머문 기간이 짧아 (김 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평소 행동이 어땠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상가 건물에서 근무하는 B씨는 "김 씨가 건물 1층 술집과 인근 식당에서 일하다가 금방 잘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B씨가 언급한 술집 관계자는 "김 씨를 고용한 사실이 없다"며 했다. 

주요 언론 보도로 드러난 김 씨 '이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부터 모두 4회에 걸쳐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09년 한 나이트클럽에서 가방을 훔친 혐의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범행 10일 전까지 떠돌이 생활을 했다.

경찰과 관련 보도, 주변 사람들 증언 등을 종합하면, 김 씨는 여성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자체를 힘들어 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모 열기로 뜨거운 강남역 10번 출구 전경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에게 무시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교회에서 일했으나, 교회 여성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과거 병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씨는 심한 조현증(정신분열)을 앓고 있었고, 지난 3월 가출 전까지 관련 약물을 복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정신질환에 따른 살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씨 범행 동기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여성혐오'와 '정신질환'이라는 상반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남녀 네티즌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씨가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 씨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 숨어 1시간 반가량을 기다리며 여성 손님을 노렸다. 그 와중에 남자 손님 6명이 화장실을 찾았지만, 그는 잠자코 숨어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여성을 노린 범죄'라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혐오범죄'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일 MBN '굿모닝 MBN'에서 "강력 범죄 피해자 80% 이상이 여성이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생각에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며 "(하지만) 아동이나 노인도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혐오 범죄를 생각하기보다는 무차별, 묻지마 범죄에 근접하다"며 말했다.  

범죄 심리학자 출신 표창원(50) 당선자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의자의 정신질환 경력 등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짓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낯 모르는, 관계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계획적인 범행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그 저변에는 일베와 소라넷 등으로 대변되는 비뚤어진 남성중심주의 하위 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아울러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설계(공용 화장실 등) 및 ‘치안 선진국’을 강조하는 정부가 조장하는 지나친 범죄 위험 불감증도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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