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라 외쳤지만..." 화재로 숨진 철창 안 유기견 120마리

2016-05-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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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충남 천안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개 120마리와 고양이가 불

이하 연합뉴스

충남 천안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개 120마리와 고양이가 불에 타 죽었다.

26일 충남소방본부는 전날 낮 12시 50분쯤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유기동물 보호소 '반송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아들의 이사를 도와주러 자리를 비운 허경섭 원장 대신 허 원장의 부인만 보호소에 남아있었다.

전기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허 원장의 부인이 밖으로 나가보니 보호소 컨테이너에 불이 붙었다. 불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져 유기견이 있는 비닐하우스까지 옮겨 붙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유기견 130마리와 유기 고양이 20마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원장의 부인은 불이 난 현장을 뛰어다니며 철창을 열어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철창 안에 있었고 불길에 휩싸였다.

허 원장 부부와 유기 동물의 인연은 2004년 다음 카페 '반송원'을 운영하던 카페지기가 식용으로 팔려가던 유기견 20마리를 구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구조된 유기견 중 대형견 20마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자 허 원장이 비어있던 개농장 시설 토지를 임대해 유기견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후 '반송원'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허 원장 부부는 이때부터 10년 넘게 유기 동물을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 원장은 "사체 처리와 남은 아이들의 치료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