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뺀 다음 해야하나” 타투입문자가 궁금한 9가지

2016-05-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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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이참에 나도 타투해볼까!) 포트폴리오 좀 보여주세요. (두근두근)시오 : 이 분은 의상 디자인하는

기자 : (이참에 나도 타투해볼까!) 포트폴리오 좀 보여주세요. (두근두근)

시오 : 이 분은 의상 디자인하는 분이라 손에 옷걸이를, 이 분은 크리스찬이라 예수 그림을 그렸어요.

기자 : (저런, 난 아무 생각이 없는데) 자기가 원하는 도안을 가져오나봐요?

시오 : 그런 경우가 많죠. 자기한테 의미있는 그림을 그려야 오래봐도 안 질리거든요.

시오타투 스튜디오 대표 이시오(37) 타투이스트 2016년 인터뷰

이시오 타투이스트는 '지름신'을 멀리멀리 쫓아내주었다. 지난 27일 충동과 사심을 가득 안고 서울 홍대거리를 찾았다. 몇몇 타투이스트는 인터뷰를 꺼려했다. 취재를 허락한 이시오 씨는 13년째 홍대에서 타투샵을 운영해온 타투이스트다.

제자에게 설명 중인 이시오 타투이스트(왼쪽) / 이하 위키트리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로 살기 힘들거든요. 좀 더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 열심히 합니다. 음지에 있다보니 이용자들도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기 어렵고, 이 업계가 발전이 더뎌 안타깝죠"

타투가 불법 의료행위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2008년 2월 개정된 한국 의료법은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의료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타투이스트는 경찰 단속 대상으로 분류됐다. 단속에 걸리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씨도 10차례 경찰서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타투를 받는 사람의 경우 무조건 처벌 대상은 아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 벌금, 구료 또는 과료 형을 받는다. 즉 시술 받는 것 자체론 처벌을 받진 않는다.

하지만 해당 법은 수년 전부터 실효성을 잃어 왔다. '사회이탈자', '범법자' 전유물로 여겨졌던 타투가 패션, 예술로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법과 현실 사이 괴리가 커지자 단속도 의미를 잃어갔다.

미국, 영국 등 다른 곳은 타투이스트를 '아티스트'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몸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위생 부문 규제도 법으로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국은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타투 합법화가 논의에 올랐다. 의료기관 외에서도 타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 '규제개혁추진 TF' 일환이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다 '반대'로 결론이 났다.

"사실 타투 의료사고는 매우 드물어요. 조심해야할 건 타투 자체라기보단 2차 감염입니다. 불법으로 횡행하는 타투샵 위생 관리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고요"

타투는 여전히 불법이나, 타투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어떤 타투샵이 좋은지, 타투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궁금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드물다. 13년차 타투이스트면 홍대 타투이스트들 가운데 '큰 형'쯤 된다고 한다. 이 씨는 친절한 '큰 형'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다.

Q1. 타투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신체 부위가 있나요?

입문자든, 여러 번 타투를 해본 사람이든 똑같습니다. 신체 부위보다 중요한 건 그리고 싶은 그림입니다. 그림마다 어울리는 신체 부위가 다르거든요. 요즘 트렌드는 귀 뒤, 손목, 손가락 등 액세서리처럼 예쁘게 노출되는 곳이긴 합니다. 하지만 타투를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이라거나,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걸 고려해서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Q2. 건강상 타투를 하면 안 되는 사람도 있나요?

검증된 염료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염료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경험적으로 문제 있었던 적은 없지만 당뇨병, 켈로이드성 피부라면 조심하실 필요는 있습니다.

Q3. 고통이 제일 적은 곳과 제일 많은 곳은 어디인가요?

무릎 뒤, 허벅지 안 쪽처럼 연한 피부가 가장 아픕니다. 발 등, 어깨, 팔꿈치, 명치처럼 뼈가 만져지는 곳도 아프죠. 하지만 다른 곳도 안 아픈 건 아닙니다. 아픔을 견디는 것도 타투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타투 바늘은 표피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따끔따끔한 정도지, 욱신거리는 아픔은 아닙니다.

이날 시오타투 스튜디오에서 목 뒤에 타투를 한 여성. 평화를 뜻하는 그림을 선택했다.

Q4. 타투 받은 다음에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타투는 첫 일주일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때 발색이 얼마나 잘 되는지 거의 정해진다고 볼 수 있어요. 풍문과 달리, 한 번 한 타투가 색이 점점 빠지진 않습니다. 처음에 바늘이 너무 얕게 들어가면 색이 흐리고, 적당히 깊어야 발색이 제대로 되는 거죠. 너무 깊이 찌르면 피부가 볼록 솟아 가려움증 등이 생깁니다. 숙련자와 비숙련자는 여기에서 차이가 납니다.

타투 직후 관리는 건식과 습식 두 방식이 있습니다. 건식은 딱지를 자연스럽게 내버려둬서 상처가 아물게 하는 거죠. 신경쓸 일이 없어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새 살이 돋으면서 발색이 떨어지고, 회복기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습식은 타투 부위에 바셀린 등을 여러 차례 발라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3일 정도 지속적으로 바셀린을 바르며 관리하면 타투 발색도 좋고, 회복도 빠릅니다.

Q5. 좋은 타투샵은 어떤 곳인가요?

방금 말했듯 숙련자가 운영하는 타투샵입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바늘을 찌르는 깊이라든가, 그림 숙련도 등이 섬세하고 좋아지기 마련이거든요. 샵에 가면 꼭 포트폴리오를 확인하세요. 얼마나 경험이 많은지, 그림 그리는 솜씨가 좋은지 꼼꼼히 보셔야 평생 후회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흑백 명암을 준 '예수' 타투 / 이하 이시오 씨 제공

색깔을 입힌 '우산 쓴 소녀' 타투

Q6.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나요?

한국은 업계 관리가 안되는 상황이라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이 없어요. 대체로 타투하는 데 걸리는 시간, 타투이스트 실력과 비례해 가격이 비싸집니다. 저 같은 경우 (100원 동전 크기 정도) 작은 포인트 타투는 10분이면 그립니다. 10만원 정도되고요.

Q7. 마음에 안 들어서 지우고 싶을 땐 어떡하죠?

점 빼는 것처럼 지울 수 있습니다. 대신 완벽히 지울 순 없습니다. 가격도 타투할 때보다 5배 정도 비싸고요.

Q8. 살찌거나 빠지면 타투 모양도 변하지 않나요? 몸매 완성 뒤에 타투 받아야 할까요?

약간 살이 찌고 빠진다고 타투가 달라지진 않아요. 20~30kg 이상 크게 차이나는 게 아니면 상관 없습니다. 여자 분들 경우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배에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Q9. 요즘 유행하는 수채화 타투라든가 좀 특이한 타투를 하고싶은데. 주의해야할 게 있나요?

수채화 타투는 컬러 타투 일종이예요. 색깔을 수채화처럼 표현하는 방식이죠. 수채화 타투든, 뭐든 따로 주의할 건 없어요. 다만 섬세한 표현이 중요한 그림일수록 싼 곳보다는 숙련자를 찾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명 '수채화 타투'로 불리는 컬러 타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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