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졸업식에서 울까봐' 선글라스 끼고 온 오바마

2016-06-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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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저는 (말리아의 졸업식에서) 어두운 선글라스를 쓰고 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저는 (말리아의 졸업식에서) 어두운 선글라스를 쓰고 흐느끼면서 앉아있을 거예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NBC 인기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큰딸 말리아(18) 졸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개월 후인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시드웰 프렌즈 고교 졸업식에서 공언대로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참석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올해 시드웰 고교 졸업식은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는 만큼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오바마는 졸업식 연설 제안을 받았으나 감정이 너무 복받칠 것이라는 이유로 연설할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말리아와 같은 학교에 다녔던 딸 첼시를 위해 졸업연설에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졸업식에 참석한 오바마는 행사가 매끈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스스로 관심을 끌지 않았고, 아무도 대통령 부부에게 주목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던 오바마는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말리아가 졸업장을 받으러 연단에 오르자 다른 아빠들처럼 벌떡 일어나 손뼉을 쳤다.

졸업식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오바마 대통령은 그냥 평범한 아빠였다"며 "대대적인 축하도 없었고, 그가 졸업식에 있었는지 다들 잘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연합뉴스

또 리차드 닉슨, 허버트 후버 등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이 주로 다녔던 시드웰 고교는 평등을 강조하는 '퀘이커(Quaker) 전통'을 따르고 있어 졸업식에서 상을 주거나 VIP를 특별대우하지 않는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면서 졸업식에는 특별 보안 조치가 취해졌다.

졸업식 아침이 되자 경찰들이 학교가 위치한 위스콘신 애비뉴를 둘러쌌고, 졸업식 참석자들은 금속 탐지기를 거쳐야 했다.

또 작년까지 일반에게 공개됐던 졸업식이었지만, 올해는 입장권이 배부됐다. 학생들이 선생 등 학교 관계자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전통 행사도 올해 생략됐다.

오바마는 미셸 여사보다 빨리 졸업식장을 떠났지만, 식이 끝난 후 사진을 찍어달라는 참석자들의 요구에 말리아와 포즈를 취했다.

이날 오바마가 울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울었어도 선글라스 때문에 눈물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오바마는 말리아의 졸업식을 위해 무하마드 알리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백악관에 입성했을 당시 10살이었던 말리아는 이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년 가을 미국 명문의 사립대인 하버드대학에 입학한다.

영화감독이 꿈인 말리아는 입학에 앞서 1년간의 '갭 이어'(gap year·흔히 고교졸업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해)를 가질 예정이다.

오바마는 퇴임 후에도 언니와 같은 시드웰 고교를 다니는 둘째 딸 샤샤를 위해 워싱턴DC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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