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로 남은 국내 실종 사건 5건

2016-06-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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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실종 아동 및

실종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실종 아동 및 기타 이유로 가출한 성인은 총 9만 6446명이다. 하루 약 264명이 가출한 셈이다. 이 가운데 5343명(약 18%)은 '미귀가자'로 처리됐다. 10명 가운데 2명(1.8명)이 집에 돌아오지 않거나, 혹은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 사건은 통계를 내기 힘들다. 자발적 가출인지, 납치 등 범죄 사건인지 판단하기 힘들어서다. 또 장기화 할수록 해결이 어렵다. 범죄 피해를 의심하게 되지만, 증거가 부족하니 수사 당국도 속수무책이다.

실종 사건은 그래서 '시간' 싸움이다. 국내 '장기 미제 실종사건' 5가지를 소개한다. 혹시나 이들의 소재나 상태를 알고 있다면 가까운 경찰서로 연락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1. 천안 여고생 실종 사건(2004)

이하 Pixabay

2004년 10월 9일 오후 12시 30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황동 A 여고에 재학 중이던 1학년 박수진 양이 수업을 마친 후 홀연히 사라졌다.

이날은 토요일로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사라진 박 양은 이후 세 곳에서 목격됐다. 첫 번째는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학교 교문과 인근 백화점(신부동 백화점)에서였다. 두 번째는 오후 2시쯤 학교 인근 골목 앞 버스 정류장에서였다. 세 번째는 오후 2시 30분쯤 학교 앞 서점과 학교에서였다.

실종 당일 박 양 행적엔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박 양은 당일 특별수업을 지도한 담임교사 유 모 씨에게 수업이 끝난 후 찾아가 "수업 용지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유 모 씨는 "이름과 번호를 적어 교무실로 오라"고 했지만, 박 양은 교무실을 찾지 않았다.

하교한 뒤 백화점, 서점 등을 방문한 박 양은 무슨 이유에선지 오후 2시 30분쯤 학교로 돌아왔다. 이어 운동장 벤치에 앉아 경비원 김 모 씨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박 양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박 양의 가족은 실종 당일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날 10일 오후 1시 반쯤, 유흥업소가 즐비한 동남구 성정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박 양의 교복 재킷, 와이셔츠, 치마, 가방, 구두, 브래지어 등 유류품이 발견됐다.

특이한 점은 시력이 마이너스 0.3으로 알려진 박 양이 '안경'까지 벗어두고 사라진 것이었다. 경찰은 범죄 피해를 추정하고 현상금까지 걸며 수사에 나섰지만 추가 단서를 찾지 못했다.

박 양은 12년째 행방불명 상태다.

2. 구미 여대생 실종 사건(2002)

2002년 8월 8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서 대학교 1학년 장윤정 양이 실종됐다.

실종 당일 오후 2시 8분쯤, 장 양은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나왔다. 장 양은 그에게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취를 감췄다.

실종 다음 날인 9일, 장 양의 가족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주변 인물을 수소문하던 가운데 중요 증언 하나를 확보했다. 실종 며칠 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는 장 양에게 낯선 남성 두 명이 접근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들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장 양이 실종된 지 1주일 후인 15일 오후 7시 30분쯤, 장 양의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 양 아버지의 애타는 목소리만 몇차례 허공을 맴돌았다. 경찰이 발신 지역을 추적해서 경북 김천시에 있는 한 대학교 근처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장 양 실종과의 특별한 관계를 찾지 못했다. 발신자도 알 수 없었다.

한편 당시 경찰은 '부실수사'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장 양의 부모가 실종 당일인 8일 오후 10시쯤 신고를 하러 인근 경찰서에 갔으나 "혹시 밤에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려보라"는 말에 다음날 오전 9시쯤 지연 신고를 한 것이다.

장 양의 가족은 이에 "경찰이 뚜렷한 가출동기도 없는 윤정이의 실종 신고를 접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실종 50일이 지난 지난달(9월) 28일에야 겨우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 양은 이후 연락이 끊긴 채 14년째 행방불명 상태다.

3. 우정선 양 실종 사건(2004)

2004년 9월 19일, 경기도 광주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던 우정선(당시 6세) 양이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던 도중 실종됐다.

우 양은 맞벌이하는 부모님 사정상 큰어머니집에서 생활했다. 우 양의 놀이터는 큰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앞 공터였다. 실종 당일, 공터 옆에서는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19일 오후 12시 40분쯤, 막걸리를 따던 한 아저씨 얼굴에 막걸리가 튀었다. 이를 눈물로 착각한 우 양은 급히 식당에 돌아와 "어느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 닦아줘야한다"며 휴지를 갖고 달려갔다. 큰어머니가 본 우 양의 마지막 모습이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음날(20일) 우 양을 찾기 위해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어 몇 가지 신빙성 있는 제보가 들어왔다.

첫 번째는 실종 당일 오후 1시 15분쯤 우 양이 광주 한 버스정류장에서 신원 미상의 50대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제보였다. 두 번째는 그 후 약 7시간 뒤인 오후 8시쯤 우 양이 이 버스정류장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한 음식점에서 울고 있었다는 제보였다.

우 양은 실종 4일째 되던 날, 30대로 보이는 남성과 광주 한 마을에서 과자 봉투를 들고 있었다는 제보를 끝으로 더는 목격되지 않았다.

한편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로 강력한 의심 받은 인물이 있었다. 꽤 많은 목격자들이 그가 우 양이 실종된 당일 마지막까지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 양 집 인근에 거주하던 박 모 씨다.

그는 절도 등 전과 7범이었으며 평소 우 양과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도 박 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추정아래 적극적으로 수사했지만, 끝내 증거를 찾지 못했다.

우 양은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4.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2002)

2006년 6월 6일, 전북 전주시 인근 대학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4학년 이윤희 씨가 행방불명됐다.

이 씨는 실종 전날인 5일, 자취하는 원룸과 약 1.5km 떨어진 한 호프집에서 새벽 1시까지 학과 교수, 학생 40여 명과 함께 종강총회를 했다. 이 씨는 행사가 끝난 후 새벽 1시 50분쯤에 집에 귀가했다. 이후 이 씨는 행방을 감췄다.

평소 이 씨는 결석 한 번 안 한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다음다음 날인 8일까지 수업에 결석하자, 이 씨를 걱정한 친구들은 그의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안에선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친구들이 경찰과 119를 불러 이 씨 집 잠금장치를 강제로 뜯어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집 안은 이 씨가 키우던 애완견 2마리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방안도 심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실종으로 판단한 경찰은 10일 이 씨 집을 수색하던 중 수상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 씨가 실종 당일 새벽 2시 59분쯤부터 3시 2분쯤까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씨가 이 사이트에서 검색한 내용이다.

이 씨는 '어떤 남학생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내용', '어떤 아저씨가 따라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내용', '이런 것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느냐"는 내용을 검색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씨가 성추행을 당했을 것이라 의심했지만 이외의 단서를 찾을 순 없었다.

수상한 점은 그 뿐만 아니었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씨 집 창틀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후에 친구들은 이 씨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가끔 담배를 폈다고 진술했다). 또 방에 늘 있던 찻상과 공구함 속 망치가 사라졌다. 찻상은 실종 5일 후인 13일 이 씨 집 근처 도로변 폐가구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발견됐다.

이외에도 몇 가지 수상한 증거가 더 포착됐지만, 이 씨 실종과 연관지을 특이점을 찾긴 힘들었다. 이 씨는 10년째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5. 남해 고속도로 실종사건(2013)

'장기 미제'는 아니지만 워낙 미스터리해 한동안 화제가 됐다. 2013년 5월 27일 오후 8시 5분쯤, 경남 진주시 문산읍 남해고속도로 24번 나들목에서 운전자 강임숙 씨가 실종됐다.

앞서 이날 오후 8시쯤 외제 차를 몰던 서 모 씨 부부가 같은 장소에서 우측 가드레일을 받는 사고를 냈다. 이어 5분 뒤 강 씨가 사고현장 바로 맞은편 중앙분리대와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사건을 접수한 고속도로 순찰대는 사고 차량을 수색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량에 있어야 할 강 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강 씨 차량 앞유리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됐는데, DNA 검사결과 이 머리카락 주인이 앞서 사고를 낸 서 씨의 부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강 씨 실종과 서 씨 부부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서 씨 부부는 사건과의 관계를 완강히 부정했다.

다만 서 씨 부부도, 당시 사고 차량 견인을 위해 왔던 견인 차량 운전자도 일치하는 한 가지 증언이 있었다.

바로 외제 차 조수석에 탑승 중이던 여자가 강 씨의 사고 당시 고속도로 위에 누워있는 걸 봤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강 씨가 서 씨의 부인을 피하려다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낸 것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강 씨는 너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수사팀이 현장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강 씨 차량에서 발견된 유류품을 제외하면 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강 씨는 실종된 지 5년만 지나면, 즉 2018년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으면, 사망 처리돼 약 7억3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퍼지자 실종이 강 씨의 자작극이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아직도 확실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강 씨는 3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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