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병원가기 겁난다면 먼저 이 두곳을 찾아라

2016-06-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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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디아 '왜 살지...?' 사회 초년생 문모(여·25) 씨는 요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위키미디아

'왜 살지...?' 사회 초년생 문모(여·25) 씨는 요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농담하며 웃기도 하지만 집에만 들어서면 표정이 사라진다. 그는 "집에서는 청소하면서도 '왜 사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고 우울하다"고 했다. 남부지방이 고향인 그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생활을 한다.

그는 도움을 받고 싶지만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해 답답했다.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한번 상담에 10만 원을 웃돈다. 병원에 발을 들어놓는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릴 것도 같았다"

최근 문 씨는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소개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무료 상담센터였다. 그는 회사 근처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문의해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다. "더 일찍 알았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끙끙대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이하 pexels

우울한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20대 우울증 환자 수가 약 13%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40%를 넘어서며 전 연령층·성별 가운데 증가폭 2위를 차지했다. 우울증에 취약한 80대 남성그룹 다음이었다. 20대 여성 우울증 환자는 2만 9500명에 달했다. 20대 남성 환자수 2만 2200여 명보다 32% 많았다.

이들은 문 씨처럼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정신적 고통을 키우곤 한다. 우울증은 자칫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2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병원보다 문턱이 낮은 정신건강 기관들이 있다. 앞서 소개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대학에서 운영하는 '학생생활 상담센터'다.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역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대학 학생생활 상담센터는 해당 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8일과 9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와 서울시 OO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체 어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정말 무료인 건지, 상담 질은 좋은지,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기관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에 224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는 구마다 1개소씩 25곳과 광진구에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해 모두 26곳이 있다. 지역에 사는 주민이나 지역에 있는 학교·회사에 다니는 학생·직장인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OO 정신건강증진센터 팀장과 인터뷰

-정신과 병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는(이하 센터) 뭐가 다른가요?

센터는 '병원'은 아니기에 약을 줄 수 없다. 병원에서는 상담한 뒤 의사가 약을 처방해 치료한다. 의사가 아니면 약물처방은 불가능하다.

병원과 센터는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다. 센터 상담자들은 자신들 역할을 '내비게이터'라고 말한다. 상담하면서 대상자가 목표하는 지점으로 방법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현재 마음 상태를 함께 파악하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담은 어떤 식인가요? 조언을 하는 건가요?

조언이라기보다는 작은 코멘트를 준다.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안을 제시하고, 다음 상담에 만나 후기를 묻는다.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어느 부분이 좋았고, 어느 부분이 안 좋았는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다음 실행방향을 수정하고 또 실천한다. 센터를 방문하고 돌아가면서 적어도 '뭔가 도움이 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만약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으면요?

어려움이 심한 사람에게는 병원을 소개한다. 센터 상담자들에게는 내담자들이 '병원에 가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닙니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의심환자를 발견하면 보호자를 설득해 정신과로 데려간다.

중증정신질환자를 도와주는 역할도 센터가 한다. 환자 가운데 본인관리, 약물관리, 일상생활 관리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 직접 가정을 찾아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안내한다. 조현병, 조울병 등 중증정신증 발병률은 1% 정도다. 꽤 많은 수다.

-상담은 몇 시간인가요? 장기상담도 가능해요?

상담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대략 1시간 전후다. 길어지면 2시간, 짧으면 30분이 되기도 한다.

장기상담도 가능하다. 초기 상담에서 평가를 거치고, 상담이 필요하다 싶으면 4회 정도 대면 상담을 더 하도록 권유한다. 4회 상담 후, 센터 '등록'을 결정한다. 등록하면 6개월간 약속을 정해 상담을 이어가게 된다. 마음 상태 진전 여부에 따라 상담 기간을 정한다. 6개월 이상 할 수도 있다.

만나는 빈도는 다양하다. 긴박하면 1주에 2번, 1주에 1번을 하고, 양호하다면 1달에 1번을 만날 수 있다. 상담 기간 중 대상자에게 전화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주로 오나요?

센터를 찾는 직장인이 늘어가는 추세다.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반차를 내고 온다.

직장인 외에도 노인, 청소년, 대학생 등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는요?

스트레스, 우울감이다.

-우울증이 아닌, 우울감이요?

우울증과 우울감은 차이가 있다. 우울증은 병원에서 내리는 진단명이고, 우울감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우울증은 의사가 진단해야 하는 병명이다. 의사를 만난 적이 없다면 우울증은 아닌 거다.

사람들은 우울증을 쉽게 이야기하곤 한다. 우울증이라고 말해버리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된다. 우울감, 울적한 기분은 치료가 아니라 자가관리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직장인은 충분히 자가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직장인은 정기적으로 출퇴근하고, 결근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업무수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본인이 노력하려고 하고, 자신 상태를 잘 안다. 이겨내기 어려운 사람도 물론 있기는 하다.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이 오면 좋을까요?

문제라는 단어를 잘 안 쓴다. '어려움'으로 대체한다. 문제라는 단어는 낙인을 찍는 느낌을 준다. 반면 어려움은 익숙해지거나 해결되면 자연스레 풀리는 요소로 본다.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라고 인식해주면 좋겠다. 직원들이 말하는 여러 표현이 있다. 아웃렛, 배출구 등이다. 감정 배출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왔으면 한다. 이야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환기된다. 특히 가벼운 어려움일 경우에는 이야기하면 한결 후련해진다.

Flickr, ryan melaugh

-근데, 정말 무료인가요?

무료 맞다. 센터에서 하는 행위는 모두 무료다.

-신청하면 언제쯤 상담받을 수 있어요?

센터를 방문하면 바로 가능하다. 시급한 상태라면 상담자가 가정으로 '출동'한다.

대학 학생상담센터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주요 대학에 있다. 전국 대학교 학생생활 상담센터 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250여 곳이 있다.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학생복지 기관이다.

8일 찾은 고려대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주요 통로인 중앙광장 한가운데 있었다. 중앙광장은 열람실, 각종 편의시설이 모인 곳이다.

고려대학교 학생상담센터 김현정 교수 인터뷰

-어떤 상담을 받을 수 있나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본인이 해결책을 잘 찾도록 돕는다.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전문 상담자와 이야기하는 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비밀도 보장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곤 한다. 개인 상담은 개인별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

심리검사도 기본적으로 한다. 객관적인 상태를 알기 위해서다.

-정말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가요?

이곳 상담자들은 대개 석사를 졸업하고 3년간 수련과정을 거친 뒤 자격증을 딴 전문가들이다.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상담 전문가 자격증도 엄격하게 관리된다. 개개인에 따라 상담 전문가로 수련하는 과정은 다르지만 의사와 비교해도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상담자는 단지 의사처럼 약물처방은 할 수 없다.

-조현병이나 공황장애 등을 보이는 사람이 온다면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상담자에게 병원을 추천한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실, 학교에서 상담받기를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소문날까 봐'인데요.

상담 여부와 내용, 모두 비밀이다. 본인 이야기 누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친구들에게 '나 상담받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상담을 받아본 친구 권유로 오는 학생, 친구들에게 '상담 전도'를 하고 다녔다는 학생도 있다. 과거보다는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

-지금 신청하면 언제 상담받을 수 있나요?

상담 인력이 신청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대기를 1달씩 하고 있다. 개인 상담의 경우다.

-장기상담도 가능한가요?

상담이라는 게 단기간에는 잘 안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난다. 외부 기관들은 6개월에서 1년까지도 하지만, 학생상담센터는 그만큼 수용하기는 어렵다. 12회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곳도 정말 무료?

당연하다. 대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면 된다. 이 때문에 졸업하기 전에 꼭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학생도 은근 있다. 외부에서 받으면 비싼데 이곳에서는 공짜니까 말이다. 이곳 상담자 경력과 전문성이 외부 기관 못지않아 학생들이 만족해한다.

졸업생, 일반인은 서비스가 안 된다. 재학생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학생상담센터 내부. 상담실이 마련돼 있다

-상담센터는 정말 힘든 사람만 가는 곳인가요. 사소한 문제를 가져와도 되겠죠?

누구나 환영이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사소하지 않을 수 있고, 사소한 것도 얼마든지 이야기해볼 수 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모두 수용한다. 거절하는 경우는 없다.

-스트레스 해소에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특별한 비책이 있다기보다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기본적이지만 사실 이런 게 중요하다. 삶을 돌아보고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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