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관련 '앵무새 발언', 법정 증거 채택될까

2016-06-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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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사상 처음으로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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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의 소리가 법정 증거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앵무계의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탁월해 사건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로버트 스프링스테드 검사는 19살짜리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버드'의 "쏘지 마" 발언을 토대로 피의자를 기소할지를 고려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에 발생했다. 앵무새 주인이던 마틴 듀람이 여러 발의 총을 맞아 사망했는데 당시 듀람 옆에는 부인인 글레나 듀란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글레나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봤다. 그러나 그녀가 사건 발생 전에 친척에게 유서를 남긴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글레나는 당시 총격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으며 병원에 실려 왔을 때 기억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듀람이 길렀던 앵무새가 결정적인 사건 힌트를 제공하고 나섰다. 목격자가 없는 이 살인사건에서 앵무새가 듀람과 글레나의 대화를 재연하는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 앵무새는 남자 목소리로 비속어를 섞어 "쏘지 마"(Don't f---ing shoot)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듀람의 전처로 이 앵무새를 현재 맡아 키우는 크리스티나 캘러는 "이 앵무새가 전 남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앵무새는 뇌에 각인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듀람의 부친인 찰스 듀람은 "나는 앵무새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기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정 증거로 채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이클 월시 변호사는 앵무새의 말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93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산타로사에서 그레이라는 남성이 사업 관계로 한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맥스'가 있었는데 '안돼! 리처드. 안돼"를 되풀이했다.

변호인 측은 앵무새가 '리처드'를 외친 것을 볼 때 그레이는 무고하다며 앵무새를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했으나 결국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시간주 사건은 좀 양상이 다르다. 1993년 사건은 변호인이 앵무새를 증거로 채택하려고 했으나 이번은 검사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스프링스테드 검사는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며 아프리카 앵무새에 대해 배우는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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