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노래방 반주기 '금영'의 몰락 풀스토리

2016-06-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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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금영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금영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래방에 가면 10곳 중 7곳은 금영의 노래반주기를 썼다.

그러나 이제 ㈜금영은 껍데기만 남았다.

검찰 수사 결과 ㈜금영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일확천금을 노린 기업사냥꾼 변호사의 합작(?)으로 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7월 노래방 반주기 업체 1위였던 ㈜금영의 김승영 회장은 변호사 A(58)씨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이자 2위 노래반주기 업체를 인수하려고 했다.

독과점 문제 때문에 2008년 9월 금영 자금으로 페이퍼 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을 만들고, 같은 해 12월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800억원에 2위 노래반주기 업체를 인수하기로 하고 50억원을 가계약금으로 지급했다.

이어 금영 자금 170억원으로 2009년 2월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코스닥에 상장된 B사를 인수했다. 본 계약 때는 이 회사 2위 노래반주기 업체를 인수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문제가 생긴 건 이때부터였다.

2위 노래반주기 업체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가계약을 파기했다. 김 전 회장은 2009년 7월 인수계획을 포기하고 위약금으로 받은 25억원을 자신이 ㈜금영에서 가져다 쓴 가지급금을 갚는 데 썼다.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경쟁 노래반주기 업체를 우회 인수하는 데 필요해 B사를 인수하는 데 쓴 170억원을 달라고 했다.

A씨는 다른 상장사를 인수하면 170억원도 갚고 수익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2009년 12월 B사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휴대폰 액정 부품업체 C사를 400억원에 인수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에게 돌려줘야 할 돈 120억원을 갚는 등 2010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회사자금 205억원을 빼돌렸다.

주로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들에게 '수수료'를 주겠다며 C사가 지인 회사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한 것처럼 꾸며 돈을 빼내고 나서 다시 대여금액이나 투자금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을 썼다.

잘 나가던 C사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0년 매출 2천248억원에 영업이익이 37억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매출 2천149억원에 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C사는 영업실적이 악화하면서 올해 4월 상장 폐지됐다.

결국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범행과 각종 무리한 투자로 ㈜금영은 올해 2월 말 인수자 측 신설 회사에 노래반주기 사업 전체와 상호를 양도하고 나서 사실상 폐업했다.

C사와 D사 주식이 있었지만 둘 다 상장 폐지되면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망하면서 국내 노래반주기 1위 업체는 허울뿐인 껍데기 법인이 돼 버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A씨의 투기적 시도 때문에 ㈜금영이 망한 것으로 봤다.

김 전 회장이 당시 2위 노래반주기 업체를 탈법적으로 인수하려고 A씨를 끌어들이고 상장사 B사를 인수하면서 몰락의 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수가 무산되자 위약금 25억원만 받아 자신의 가지급금 변제에 쓰고, B사 처리문제를 A씨에게 떠넘겨 투자금 170억원만 회수하려고 하면서 A씨에게 범행 동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B사와 C사 지원금 등 400억원이 넘는 돈을 각종 투자사업에 쓰는 등 방만하게 경영을 하는 바람에 ㈜금영이 몰락하는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B씨는 자기 돈 한 푼 안 쓰고 상장사 두 곳의 회장으로 보수를 챙기면서 더 큰 욕심으로 205억원을 횡령했다가 잘 나가던 상장사를 상장폐지로 내몰았다.

검찰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70%, 연 매출 700억원 규모로 안정적 수입구조와 자금 여력을 갖춘 우량기업의 오너가 위법적 기업 인수·합병과 횡령·배임 범죄를 저질렀고, 무자본 기업사냥꾼이 코스닥 상장사를 투기 목적으로 장악한 후 거액을 횡령한 범행의 전모를 수사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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