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진행자가 된 '치어리더 강윤이' 인터뷰

2016-07-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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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디 갔지? 왜 없지……"'2016 프로야구' 시작과 동시에 몇몇 야구 팬들 시무룩

"어? 어디 갔지? 왜 없지……"

'2016 프로야구' 시작과 동시에 몇몇 야구 팬들 시무룩할 수밖에 없었다.

박기량 씨, 김연정 씨와 함께 국내 스포츠 팬들이 꼽는 '3대 치어리더'로 불리는 이가 야구장 응원 단상에서 또다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치어리더 강윤이(26) 씨 이야기다.

원주 동부 프로미 치어리딩하는 강윤이 씨 / 뉴스1

치어리더 10년 차.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린 강윤이 씨는 프로야구 한 시즌을 통째로 거르고 최근 새로운 변신을 했다.

바로 이렇게!

녹음 전 스튜디오에서 / 이하 위키트리

자그마한 머리를 먹어 삼킬 것 같은 헤드폰과 유난히 커 보이는 마이크 앞에 선 강윤이 씨. 그렇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 진행자가 됐다. '강윤이와 아재들'이 바로 강윤이 씨가 목소리를 담고 있는 팟캐스트다.

최근 팟캐스트계에서 입담이 트여가고 있다는 강윤이 씨. 그의 소식을 접한 뒤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 위치한 팟캐스트 스튜디오를 찾았다.

"아! 안녕하세요"

강윤이 씨는 굽이 전혀 없는 코르크 샌들에 루즈한 멜빵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인사를 건넸다. 화려한 응원 단상 위 '치어리더 강윤이'는 없었다. 아이라인은커녕 색조 화장도 하지 않아 민낯에 가까운 그는 수수한 얼굴로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방송 낯가리는 강윤이에게 '팟캐스트'는 좋은 기회

강윤이 씨는 지난해 남자 프로농구와 여자 프로농구를 마친 뒤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발목이 문제였다. 활동량이 타 종목에 비해 많은 야구는 더더욱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는 팬들과 소통은 하고 싶지만 몇몇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방송에 나가기는 부담이 있었던 그에게 제격이었다.

"카메라 앞에 당장 서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팟캐스트는 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였죠. 어쨌든 야구 응원 단상에는 못 서고 있잖아요. 활동을 아무 것도 안 해서 잊혀지기 보다는 이렇게 소통하면서 근황을 좀 알리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SK 와이번스 치어리딩하는 강윤이 씨 / 이하 강윤이 씨 제공

강윤이 씨의 팟캐스트 진출은 그 끼를 알아본 개그맨 김범용(38) 씨 역할이 컸다. 강윤이 씨 소속사와 인연이 있던 김범용 씨는 '아재들'과 함께할 이로 강윤이 씨를 적극 섭외했다.

"요즘 치어테이너가 인기잖아요. 윤이 씨가 뭔가 하고 싶은 열정도 보이고, 툭툭 내뱉는 말도 괜찮았어요. 실제로 보면 되게 털털하거든요. 야구 보면서 그리워하느니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 재활하면 좋다고 봤죠" (김범용 씨)

강윤이 씨는 점점 '팟캐스트화'돼 가고 있다. 말 주변이 없다며 '아재들'에게 기대던 그도 이제는 점점 날개를 펴고 있다. 이에 김범용 씨는 "잠재력이 아직 다 터지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게 많다"며 기특해했다.

강윤이 씨는 말없이 웃고, 춤추던 단상 위 치어리더가 아닌 솔직한 팟캐스트 진행자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직업 탓에 보이는 이미지로만 평가받길 10여 년. 그는 이제 제 성격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요. 성격 그대로요. '싸가지 없게 생겼다'. '못 되게 생겼다' 이런 말 되게 많이 듣거든요... 여우같고 깐깐할 거 같고 하는 이미지. 안 그렇지 않나요...?"

발목 상태는 아직... 목표는 농구 코트로 '컴백'

강윤이 씨 발목에 문제가 생긴 건 오래전 일이다. 발목 부상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7년 치어리더를 시작한 뒤로 열심히 달린 영광의 상처다.

사실 발목 때문에 진지하게 은퇴를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2014년 1월 강윤이 씨는 치어리더를 안 하기로 마음을 굳혔었다. 하지만 마음속 미련과 절친의 권유로 6개월여 만에 다시 단상에 올랐다.

"진짜 그만두려고 했었죠. 그런데 SK와이번스에 있는 친한 친구가 한 번만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제 안에도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또 있었겠죠. 그래서 하게 됐어요. 근데 야구는 역시 어렵더라고요. 발목도 다시 아프고요..."

스튜디오에서 강윤이 씨

다시 야구 한 시즌을 쉬기로 한 강윤이 씨는 오는 겨울 농구 코트에서 팬들 앞에 설 예정이다. 발목 상태는 아직 70%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며 그는 재기 의지를 힘주어 밝혔다.

강윤이 씨가 보고 있는 '치어리더 강윤이'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요즘은 30대 들어서도 많이 하는 추세지만 그는 발목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농구 시즌 올 때까지 발목 관리 잘 하려고요. 치어리더를 오래 하지는 못할 거 같아요. 길어야 2~3년 정도 보고 있어요"

"용기 내 보려고요" 팬으로 찾는 잠실 구장

'치어리더 강윤이'에서 '팟캐스트 진행자 강윤이', '인간 강윤이'로 돌아간 그는 야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LG 트윈스는 그에게 '첫사랑'이라고 했다.

LG 트윈스는 강윤이 씨가 처음으로 치어리딩을 하게 된 야구 구단이다. '구하라 닮은 꼴'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얻은 것도 LG 트윈스 치어리더 시절이었다.

은퇴 의사를 접고 SK 와이번스로 팀을 옮겼을 때는 사실 LG 트윈스 팬들 대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했었다고 그는 밝혔다.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저를 어떻게 볼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LG 팬들께서 응원을 해주시더라고요. '어딜 가든 응원하겠다'면서 SNS 메시지도 주시고 편지도 주시고요. 정말 울컥했어요... SK 와이번스 팬분들도 정말 감사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SK 팬분들 정말 매너 있고 좋았어요"

팟캐스트 스튜디오 앞에서 강윤이 씨 / 위키트리

이제 관계자가 아닌 팬으로 돌아간 강윤이 씨는 용기내 LG 트윈스 홈구장인 잠실 구장을 찾을 예정이다. 그동안 차마 용기가 안나 잠실 구장 근처도 가지 못한 그였지만 '아재들'을 따라 잠실 구장에 이미 티켓을 구해 뒀다며 설레여했다.

"잠실 구장을 가보려고요. 처음이에요. LG 트윈스 치어리더 그만두고서요. 1루는 아직 용기가 안 나고요. 먼저 3루로, 그다음은 외야에서 보려고요. 그래도 마음 속에서 응원하는 팀은 1루 팀이죠"

*사진 =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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