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내한 앞둔 '투 도어 시네마 클럽' 인터뷰

2016-07-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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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렉트로닉을 10 스푼 넣고, 댄서블한 록도 10 스푼 넣자. 좋아, '둥둥둥' 베

"먼저 일렉트로닉을 10 스푼 넣고, 댄서블한 록도 10 스푼 넣자. 좋아, '둥둥둥' 베이스 사운드도 5 스푼 정도 넣어줘야지. 소년의 순수함과 록스타의 시크함도 적당히 섞어줘야겠어. 완벽해! 이제 완성인가? 엇!!! 꿀성대를 쏟아버렸어......"

지난해 유행했던 '신이 누군가를 만들 때'에 빗대 표현하자면 이렇다.

앨범 단 2장으로 '일렉트로-팝-록의 대명사'가 된 북아일랜드 출신 3인조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이 3년 만에 내한한다. 3년 공백을 깨고 발표한 새 싱글 '아 위 레디(Are We Ready?)'를 들고서다.

왼쪽부터 샘 할리데이, 알렉스 트림블, 케빈 베어드 / 워너뮤직 코리아

이들은 A.K.A '쌍문동 영화 동호회'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다. 다음달 12일부터 3일간 펼쳐질 '201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펜타포트 3일째 '더블 헤드라이너' 중 한 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세 남자를 위해 3년 간 묵혀둔 질문을 꺼냈다. 수화기 너머 대답은 베이시스트 케빈 베어드(Kevin Baird·26)가 해줬다.

저예요, 케빈! / giphy

투 도어 시네마 클럽, 3년 공백을 말하다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1989년 생 동갑내기 친구 셋이서 만든 밴드다. '튜더 시네마(Tudor Cinema)'를 '투 도어 시네마'로 잘못 발음한 것이 계기가 돼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이 됐다는 건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얘기다. 이들이 영국 록신에서 손꼽히는 밴드가 됐다는 것도 더 말하면 입 아프다.

세 친구는 1집 '투어리스트 히스토리(Tourist History)'에 이어 2집 '비컨(Beacon)'까지 성공 가도를 달렸다. 주가는 나날이 높아졌고 부르는 데는 차고 넘쳤지만 그들은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2013년 8월 발표한 싱글 '체인징 오브 더 시즌스(Changing of the Seasons)'가 본격적 휴식기를 앞두고 내놓은 마지막 곡이었다.

새 싱글 '아 위 레디'가 공개되기까지는 약 3년이 걸렸다. 팬들 목 빠지게 했던 기나긴 공백기에 대해 케빈은 "솔직히 쉬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모두 쉴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앨범 두 개를 연달아 내놓고... 약 5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까요. 더 이상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체인징 오브 더 시즌스'는 본격적인 공백기로 들어가기 전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던 거였어요"

3년 만에 나타났다. 짜잔! / 이하 워너뮤직 코리아

무대에만 서면 관객들을 '춤판'으로 몰아넣었던 '록스타'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그렇게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갔다. 케빈과 기타리스트 샘 할리데이(Sam Halliday·27)는 런던에 머물렀고 보컬 알렉스 트림블(Alex Trimble·26)은 미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케빈은 충분히 쉬고 나니 세 멤버 모두 자연스럽게 새 앨범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밀린 빨래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가족·친구·여자친구 등과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고 나니까 다들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됐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같이 저녁 먹고 펍에서 술 한잔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음악 작업을 하게 됐어요"

새 앨범 작업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케빈은 정규 3집 '게임 쇼(Gameshow)' 작곡부터 녹음까지 모두 6개월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쉬는 동안 차곡차곡 앨범 구상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공개 곡 '아 위 레디?'는 투 도어 시네마 클럽만의 독보적인 사운드가 담겼다. 그들이 자랑하는 청량감 넘치면서도 댄서블한 록 사운드는 여전했다. 유일하게 달라진 건 긴 머리로 돌아온 알렉스였다. 케빈은 "멋진 수염 여전하다"는 말에 피식 웃고는 알렉스의 '단발머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알렉스는 보컬로서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았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보여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압박감 같은 거 말이에요. 휴식 기간 동안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알렉스가 원해왔던 걸 한 것 같아요. 알렉스는 긴 머리를 하고 싶어 했거든요. 저는 멋진 거 같아요"

미리 엿듣는 3집 '게임쇼(Gameshow)' 이야기

3년 공백 뒤 '단발머리' 알렉스와 샘, 케빈이 들고 온 앨범은 정규 3집 '게임쇼'다. 발매일은 오는 10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팬들에게 안겨질 노래는 모두 10곡이다. 알렉스가 가장 3집 가운데 "가장 애정한다"고 말한 곡이 포함된 보너스 트랙 5곡까지 더해지면 '디럭스 에디션'으로는 총 15곡을 들을 수 있다.

3집 '게임쇼' 앨범아트

가장 먼저 공개된 곡은 '아 위 레디?'다. '아 위 레디?'는 스타카토로 끊어지는 리듬감과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이 자랑하는 캐치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알렉스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느꼈던 허무함과 부조리함을 가사에 담았다.

"'아 위 레디?'는요~ 무언가에 지배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가사에 담으려고 한 곡이에요. 상업주의가 가진 모습을 뮤직비디오에 담고, 그것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려고 했던 거죠”

케빈이 곡을 소개하며 언급한 '아 위 레디?' 뮤직비디오다.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배경에서 이마를 훤히 내놓은 세 멤버는 인위적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유튜브, Two Door Cinema Club

“뮤직비디오엔 1차원적인 것보다 2차원·3차원적인 모습을 담는 것이 좀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어색하지만요... 그래도 사람들이 즐거워해 준다면 뮤직비디오 찍어야죠. 두 번, 세 번 봐야 이해가 되는 요소들을 넣고 싶었고요. 저희는 그런 게 좀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하고, 예쁘게 표현하는 건 투 도어 시네마 클럽 취향이 아니라고 한 케빈은 "한국에 갈 때쯤 새로운 싱글이 공개될 것 같다"고 귀띰했다. '아 위 레디?'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곡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3집은 네 가지 정도 다른 콘셉트가 존재해요. 두 곡 정도는 그 곡만의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요. '아 위 레디?'를 먼저 공개한 건... 좋은 곡이서도 그렇기도 하고요. 레이블에서 어떤 곡을 밀어야 될 지 조언을 해줬어요. '아 위 레디?'가 좋을 것 같다는 이유를 여러가지 말해주길래... 우린 그냥 '알겠다'고 한 거예요(웃음)"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이 기억하는 '2번의 내한'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한국을 찾은 편이다. 그들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데뷔 앨범이 나왔던 해인 2010년이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열렸던 '섬머 위크엔티 2010'이 세 남자의 첫 내한 무대였다. 6년 전 이야기지만 케빈은 그날이 생생히 기억난다며 당시 라인업까지 줄줄 말했다.

"생생히 기억나요. 그때 작은 비행기를 타고 한 공항에서 다른 공항으로 이동했거든요. 심지어 그 공항은 우리를 위해서 열어 놓은 공항이었어요. 아마 그때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32)가 디제잉하고 메인이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39)였죠? 해변가에서 공연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관객들도 열광적이었고 한국 사람들도 좋았어요"

2번째 내한은 2013년에 이뤄졌다. 3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의 투 도어 시네마 클럽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서브 헤드라이너 격이었고, 현장은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을 보기 위해 온 팬들로 북적였다.

사실 공연 전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첫 번째 내한에 대해 "사실 우리가 누군지 아는 이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무대가 떠나가라 함성이 터져 나왔고 첫 곡 '슬립 얼론(Sleep Alone)'부터 마지막 곡 '왓 유 노(What You Know)'까지 '떼창'이 이어졌다.

네이버 TV 캐스트, 업티비 공연

이날 기억은 케빈에게도 별났던지 그는 "2번째 내한 공연 기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엄청난 기억력을 뽐내며 말했다.

"슈.퍼.소.닉. 아니었나요?"

"맞다!"고 하니 케빈은 당시 유쾌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케빈이 너무도 또렷하게 말한 '슈퍼소닉'은 2014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실내형 음악 페스티벌이다.

"당시 정말 재미있었죠. 아, 팬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사인회 때 몇몇 팬들이 사인을 받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바리케이드를 넘어오라고 했는데 한 100여 명이 우르르 몰려온 거예요~ 아마 팬들 한 명 한 명 사진 찍어주느라 경호원분들께서 힘들었을 거예요"

To. 3년 동안 기다려준 한국 팬들에게

케빈은 20여 분이 넘는 전화 인터뷰에도 '한국 팬들에게 전할 이야기'라 하니 술술술 성실한 대답을 내놨다. 흔한 록스타의 허세는커녕 "우린 그저 음악을 만들고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몸을 낮췄다.

♥ / giphy

'2013 슈퍼소닉' 공연 이후 오래 한국 팬들이 기다렸다는 말에는 "아 그랬어요?"라며 수화기 너머 미안해하는 목소리를 냈다. 끝인사에는 3년여를 기다려준 한국 팬들에게 남기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을 대표해 케빈이 한국 팬들에게 남긴 말이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만큼! 한국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다시 한국에 가게 돼서 정말 기쁘고요~ 이번에는 지난 두 번 내한보다 좀 더 제대로 한국을 즐기고 싶네요. 빨리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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