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증명사진 올리는 취준생들

2016-08-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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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직 지원했습니다. 이력서 사진 평가 부탁드립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직 지원했습니다. 이력서 사진 평가 부탁드립니다", "안경 쓴 거랑 안 쓴 것 중 뭘 내는 게 좋을까요", "배경색 좀 골라주세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취업정보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질문과 사진을 올리는 이들은 취준생들이다. 답변자들 역시 주로 이 카페를 방문하는 취준생들이다.

질문자들은 자신이 입사 지원서(이력서)에 제출할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질문을 적는다. 주로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나 기업을 적고 인상평을 묻는다. 이름과 학력, 나이 등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답은 다양하다. "좋다", "멋지다"는 의견도 많지만 "배경을 바꾸시는 게 좋겠어요", "안경알이 조금 더 작은 게 좋겠어요", "앞머리면 조금 손보시면 될 것 같아요", "넥타이를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요?" 등 구체적인 조언이 올라온다.

취업정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 사진 평가 게시판

회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일이 제법 민감하게 여겨질 법하지만, 불안한 취준생들은 이렇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다.

사진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펙' 평가를 부탁하기도 한다. 학교와 전공, 학점, 어학 점수, 경력사항 등과 희망 기업과 직무를 올리고 댓글로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진 촬영에만 적게는 1만원 내외, 많게는 1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포토샵을 이용한 보정 등 후처리 작업도 필요하다.

이와 맞물려 메이크업 실과 메이크업 아카데미까지 갖춘 면접사진 전문 스튜디오들도 성업 중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인사담당자에게 잘 나온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지나친 보정은 신뢰를 줄 수 없다고 하니 외모로 호감을 살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변에 묻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하 연합뉴스

실제로 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 시 서류전형에서 이력서에 사진을 제출하지 않는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3월 7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4%는 입사지원서에 사진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 중 66.6%는 사진을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서 인사담당자의 62.8%는 '채용 시 지원자의 외모가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8일 "미국과 호주,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은 이미 이력서상 사진을 첨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공기업 경우에도 90% 이상이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더딘 편이다.

LG[003550]와 롯데, SK 그룹은 신입사원 공채 지원서에 사진 첨부란을 없앴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승무원 채용에 증명사진을 받지 않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캐주얼한 옷을 입거나 단정치 않은 모습, 배경이 부산한 경우에는 지원자가 성의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며 "사진이 당락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진, 연령, 출신 지역, 가족관계 등에 의한 차별을 없애겠다며 2007년부터 공공부문과 1천명 이상 대기업에 '표준이력서'를 보급해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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