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줄걸음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줄걸음

[뜻]벗어나려고 또는 쫓기어 달아남=도망

[보기월]저도 놀랐는데 저보다 더 놀랐는지 그 고양이는 줄걸음을 쳐버렸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날씨에 시원하다 못해 썰렁하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래서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을 하는 분들도 보입니다. 저는 한 사흘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실도 다니고 밤에 바람틀 없이 잠을 잘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올여름에는 우리나라로 온 돌개바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켜가는 돌개바람에 울릉도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사흘 동안 엄청나게 많이 내린 비와 바람 때문에 잠기거나 무너진 곳이 많아서 되돌리는 일도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시원해서 좋다고 한 게 좀 부끄러웠지만 저녁을 먹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나가는 김에 쓰레기를 버리러 쓰레기통 쪽으로 가는데 뭔가 시컴한 게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먹을 것을 뒤지러 온 것이지요. 저도 놀랐는데 저보다 더 놀랐는지 그 고양이는 줄걸음을 쳐버렸습니다. 집도 없고 먹을 것도 넉넉하지 않을 텐데도 그렇게 살아가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저 때문에 놀라서 저녁도 못 먹은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습니다.

줄행랑과도 비슷한 말이며 '도망'이라는 한자말을 써야 할 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배때(신학기)를 여는 날 느끼는 반가움과 웃음 띤 얼굴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길 비손해 봅니다.^^

-우리는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줄걸음을 쳤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무단 횡단을 하던 그는 경찰과 눈이 마주치자 줄걸음을 놓았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49. 9.1.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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