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해도 살 빠지는 약? 1주간 직접 복용해보니

2016-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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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20살 이후 체중계 눈금이 세 자리 수를 벗어난 적 없는 필자는 올 여름,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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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후 체중계 눈금이 세 자리 수를 벗어난 적 없는 필자는 올 여름,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필자는 운동을 싫어한다. 먹기만 해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이른바 ‘칼로리 커팅제(이하 ‘다이어트 식품’)’가 눈에 쏙 들어왔다. “며칠 만에 *kg이 빠졌다”는 후기가 감량에 대한 확신을 부추겼다. 현재 가장 인기 있다는 제품 하나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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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는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한 주는 먹지 않았다. 다이어트 식품 복용에 따른 몸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었다. 식단은 다이어트 식품을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 비슷하게 꾸몄다. 식품 복용 전후 체내 지방 양 차이는 체성분 분석기로 측정했다.

다이어트 식품을 먹지 않은 일주일

다이어트 식품을 먹은 일주일

다이어트 식품을 먹지 않은 8월 22일부터 26일 사이 체내 지방 양은 0.5kg 줄어든 반면, 식품을 먹은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체내 지방 양은 0.1kg 줄어들었다.

다이어트 식품을 먹지 않은 일주일

다이어트 식품을 먹은 일주일

체성분 분석표를 본 김영석(27·터닝포인트짐) 트레이너는 “다이어트 효과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안미선(32) 트레이너 역시 “(다이어트 식품을 먹기 전과 후) 별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혹시 필자만 유독 ‘재수’ 없었던 건 아닐까. 필자와 비슷한 제품을 2주 정도 복용했었다는 직장인 홍 모(28)씨는 “판매자가 ‘명현 현상’이라고 주장한 배탈 증상만 심하게 시달렸을 뿐, 살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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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다이어트 식품이 알려진 것과 달리 감량 효과가 미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과장 광고에 속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림대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비만 치료제를 먹어도 살 빼는 게 힘든데, 칼로리 커팅제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살이 빠지겠냐”며 “그렇게 효과가 좋으면 제약 회사가 이미 약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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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비만은 식욕, 운동 등 기전(원인)이 아주 다양하다”며 “이런 것을 함께 풀어야 해결 가능하다.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살이 빠진 사람들은 운동, 식단 조절 등 부수적 노력이 뒤따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례들을 쉽게 일반화해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식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 실제로 다이어트 식품 생산량도 상승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탄수화물의 체내 축적을 막아 많은 다이어트 식품에 원료로 사용되는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 생산액은 2013년 기준 541억 원이다. 2011년(207억)과 비교할 때, 2배 넘게 성장한 수치다.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소비자연맹과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이어트 식품 관련 소비자 피해는 1265건이었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연구진은 "식이요법이나 운동할 필요없이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광고 내용에 소비자들이 충동적인 구매를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먹는 거 다 먹어도 이거 먹으면 살 안찌고 유지돼요!"

"한 달째 먹었는데, 몸무게도 *kg이나 빠졌어요!"

"기름진 음식 섭취 후 살찔 틈 없이~"

"평소처럼 먹어도 체지방 감소 성분이 있어 건강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

포털사이트에서 ‘다이어트 식품’ 또는 ‘다이어트 약’으로 검색하면 눈에 띄는 문구들. 쉽게 살을 빼고 싶은 소비자 욕망을 자극하는 표현이다

직장인 이 모(29)씨는 홈쇼핑에서 10만 원을 주고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해 약 세 달 동안 먹었다. 이 씨는 “‘평균 12kg 정도 살이 빠진다’, ‘운동 안 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을 믿고 꾸준히 먹었지만, 효과는 잘 모르겠다”며 “운동을 했다면 효과가 더 좋았겠지만, 다이어트 식품만 먹으면 체중이나 몸매는 똑같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장인 이 모(28)씨도 ‘(다이어트 식품을)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에 현혹됐다고 했다. 이 씨는 “다이어터(다이어트를 하는 사람)가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문구였다”며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효과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트레이너는 “과장 광고만 믿고 다이어트 식품 같은 건강기능식품에 의지하면 안 된다”며 “먹더라도 권장 섭취량을 넘어서면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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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28·터닝포인트짐) 트레이너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대부터 30대 초반 회원들이 다이어트 식품에 대해 많이 물어보지만, 살은 운동과 식단 관리로 정직하게 빼는 게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 트레이너도 “다이어트 식품을 장복(장기 복용)하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요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이 식품을 먹고 얼마나 빠졌다’고 남기는 체험기 자체가 건강기능식품에서는 과장 광고”라고 비판했다.

“제품이 효과가 있다”거나 “몇 kg이 빠졌다”는 후기를 광고로 쓰는 것은 불법이라는 뜻이다. 이런 광고들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혼동시킬 수 있는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결국, 소비자의 몫은 다이어트 식품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이 실장은 “다이어트 식품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은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며 “식약처나 시민단체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식품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양원모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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