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세모녀 자살사건' 담당 관리 6명 징계 처분

2016-09-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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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 일가족이 숨진 중국 간쑤성의 시골 마을 / 이하 연합뉴스(중국청년보 웹사이트 캡처)

양씨 일가족이 숨진 중국 간쑤성의 시골 마을 / 이하 연합뉴스(중국청년보 웹사이트 캡처)

양씨 일가족이 숨진 집안 모습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간쑤(甘肅)성 시골마을에서 아무런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한 빈곤층 일가족 6명의 자살 사건으로 담당 관리 6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17일 중국 관영 인민망에 따르면 간쑤성 캉러(康樂)현 정부는 최근 발생한 '양가이란(楊改蘭·28·여) 사건'에서 드러난 정책 실책의 책임을 물어 마융충(馬永忠) 부현장 등 6명의 현지정부 책임자를 징계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6일 간쑤성 캉러현 징구(景古)진 아구산(阿姑山)촌의 저소득층 주민 양가이란씨가 자신의 집에서 4명의 3∼8세 자녀와 함께 농약을 마시고 숨진데 이어 양씨의 남편 리커잉(李克英·31)씨도 집 부근에서 음독 자살한 사건이다.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대대적인 탈빈곤 정책을 추진 중인 중국 정부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2014년 2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울 송파구의 세모녀가 정부당국로부터 기초생활 지원 등 아무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채 자살한 사건과도 유사하다.

경찰 조사 결과 양 씨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학교를 다닌 적이 없고 19살 때 리 씨와 결혼한 이후 4자녀를 낳고 살면서 밭농사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 리 씨는 외지에 나가 농민공으로 일하면서 연간 6천∼7천위안(99만∼115만원)을 벌어 집에 3천∼4천위안(50만∼66만원)을 부쳤다.

이들 가족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흙벽돌집에 살면서 재래식 아궁이로 밥을 짓는 등 문명 혜택은 물론 현지 정부의 복지 지원은 전혀 받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을 '특대형 고의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현지 정부당국이 빈민구제 정책 실행 과정에서 심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쑤성 당국은 현지 정부의 담당부서가 적극적으로 적시에 양씨 가족의 취약한 주거환경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빈민구제 정책의 실행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아울러 양씨 집에 남은 부친과 조모 등 유족들에 대한 위로도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마융충(馬永忠) 캉러현 부현장이 당내 경고 처분을, 바이중밍(白仲明) 징구진 서기 등 2명은 엄중경고, 천광젠(陳廣健) 부진장, 리진쥔(李進軍) 아구산촌 서기 등은 1년 관찰 처분과 함께 해임 처분을 받았다. 아구산촌 주임 웨이궁후이(魏公輝)는 파면 처리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징계조치 역시 말단 행정조직인 현, 진, 촌급 관리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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