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상 제대로 알리고 파” 탈북자 BJ 이평 인터뷰

2016-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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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쳐졌던 것처럼 북한이라고 감자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아오지 탄광에 가지도 않았다. 내가 겪었던

유튜브, BJ이평

"언론에 비쳐졌던 것처럼 북한이라고 감자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아오지 탄광에 가지도 않았다. 내가 겪었던 얘기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을 뿐"

"탈북과정 썰"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BJ계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실제 '탈북자'인 BJ 이평(22) 씨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이평 씨는 아프리카 TV에서 지난 5월부터 북한 얘기를 방송해왔다. 아프리카 TV에 '탈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등장시켰다는 평도 받았다.

이평 씨는 아이돌을 닮은 외모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탈북 훈남 BJ'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달 6일 서울 정동에서 이 씨를 만났다. 이 씨는 회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하얀색 차에서 내린 그는 인터뷰가 어색한지 한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울 정동에서 촬영 된 이평 씨 사진 / 위키트리

카페에 앉아 그에게 "아프리카 BJ를 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인기 BJ 세야 씨에게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했어요. 그냥 방송이 하고 싶었어요. 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BJ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BJ 세야는 누적 시청자 약 7887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BJ다.

BJ 세야는 이평 씨 출연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지난 5월 BJ 세야 방송에 출연한 이평 씨는 '탈북' 얘기를 진솔하게 털어놔 시청자들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은 4일 오후 2시 기준 조회수 36만회를 넘어섰다.

지난 5월 BJ 세야 방송에 출연한 이평 씨(왼쪽 두 번째) / 유튜브, BJ 세야

이 방송을 계기로 이씨는 자기만의 채널을 만들어 방송을 시작했다. 이평 씨는 자기 방송 때문에 탈북자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분들도 많다. '옮고 그르다'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실을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제가 하는 방송이 탈북자들 그리고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은 바꿔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평 씨는 자신이 하는 방송에 대해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에 있었을 때 꿈은 뭐였는지 알고 싶다

이평: 그냥 뭐 하고 싶다는 꿈은 없었다. 유일하게 바라던 것은 그냥 빨리 부모님을 보는 것이었다. 얼굴도 몰랐다.

3살 때 부모님이 탈북하셨다. 헤어졌을 때가 기억난다. 제 기억 속에 있는데 (부모님) 얼굴만 없었다. 그래서 집에 가족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만 보고 부모님인 줄 알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진 후 한국에서 부모님을 만났던 첫 순간을 기억하고 있나요

이평: 울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렸다. 원망스러웠다. 북한에 있을 때는 진짜 힘들었다. 뭐만 하면 친구 부모들이 한 욕이 똑같았다. "부모 없는 새끼" 이런 말을 항상 들어서 서러웠다. 부모님 손 잡고 갈 때 저는 할머니 손 잡고 갔다.

지금은 원망하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아버지가 아프고 나신 이후로 잘 지내고 있다.

북한에 어린 시절 키워주셨던 할머니만 혼자 남아있다고 들었다. 할머니 소식은 듣고 있나요

이평: 처음에는 할머니와 탈북을 같이 시도했지만 1번 실패 후 결국 다시 탈북을 시도해 그때는 저만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 계시는데 연락이 되지 않은지 오래됐다. 기억 속에 많이 남아있다.

방송에서도 왠만하면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힘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할머니 어때요' 이러면 연락이 안 되는데 말해봤자 저만 힘들어서 얘기를 안 한다. 가슴에 맺혀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적응했나요

이평: 제가 한국에 왔을 때 말투랑 이런 것들이 너무 (북한 사람) 티가 나니깐 말투를 1달 만에 고쳤다. 어머니께서 한국에 왔으면 한국인처럼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탈북자 중에 말투를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놀리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에는 신기해하는 애들이 많아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신기하고 좋아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이평 씨 탈북 과정을 담은 영상 / 유튜브, BJ이평

이평 씨가 얘기한 탈북 과정

첫 번째 탈북 시도

8살 때 할머니와 함께 브로커 제안을 받아 탈북 시도. 당시 겨울.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감. 첫 탈북 때는 중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브로커가 경찰에 신고해 중국 감옥으로 들어감. 탈북 실패.

한달 동안 감옥에 있다가 삼촌이 감옥 관계자에게 돈을 줘서 감옥에서 빠져나옴. 탈북 이후 '변절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북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음.

두 번째 탈북 시도

11살 때 다시 브로커 제안으로 혼자 탈북을 시도함. 브로커는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다. 부모님 볼 수 있다"고 설득함. 할머니가 "괜찮다. 너라도 가"라는 말에 탈북을 다시 시도함.

첫 번째 실패를 경험삼아 북한→중국→몽골→한국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함.

두만강을 건너려고 했지만 물이 깊어 수영을 하지 못해 강을 지키는 군인에게 돈을 주고 강을 건넘. 브로커와 중국 연길로 감. 연길에서 지낸 후 북경으로 넘어감. 호텔에서 지내다가 브로커와 함께 걸어서 몽골 국경에 도착함.

몽골 국경을 넘을 때 몽골 경비대와 만나 잡힐 뻔 하기도 함. 경비대를 피해 뛰다가 몽골 유목민들을 만남. 유목민들 도움으로 지내다가 몽골 울란바타르 대사관에서 사람이 나와 "국정원에서 사람이 온다. 그때되면 남조선 갈 수 있다"고 들음. 이후 한국에서 온 사람을 만나 비행기를 타고 지난 2004년 10월 12일 한국으로 오게됨.

11살에 탈북한 걸로 알고 있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얘기해 달라

이평: 크게 힘든 적은 없었다. 좋았던 점은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좋았다. 어린 나이였으니깐.

'탈북자'를 두고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 경계에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이평: 생각보다 이런 생각 안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북한에 대해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이평: 요즘 따라 탈북자 프로그램들이 많다. 저는 이런 것들이 별로다. 출연자들이 울면서 힘들다는 얘기만 한다.

감성팔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또 탈북자들은 같은 말만 한다고. 북한은 그런 나라라고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이평: 저는 되게 빨리 적응한 케이스다. 대안 학교에 있을 때도, 북한에서 탈북하자마자 대안 학교에 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하는지 지금도 이해 안 된다. 끼리 문화가 있어서 오히려 사고도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 한국에는 하늘꿈학교, 여명학교, 한겨레 중고등학교 등 탈북청소년 대안학교가 있다. 이 학교들은 탈북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심리, 정서적 안정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자들 끼리 문화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탈북자들에게 편견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제 주위에서 탈북자와 관련된 욕이 정말 많이 들렸다. 그런 편견들을 알고 나서 제대로 된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시청자가 몇 명 들어왔나요

이평: 처음 방송 시작할 때는 2000명이 들어왔다. 수익은 평균 500만 원 정도 들어온다. 저번 달에는 그 배로 들어왔다.

방송은 매일 하는 건가요

이평: 매일 하는데 힘들다. 안 쉬고 할 생각이다. 방송 시간이 유명 BJ보다 훨씬 길다. 그분들은 보통 2~3시간이지만 저는 그 이상 하루 종일 할 때도 있다.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남남북녀'에 대한 얘기라고 들었다. '남남북녀' 맞는 말인가요

이평: 하루에 몇십번 씩 그런 얘기를 듣는다. 저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여자들이 훨씬 예쁘다고 얘기한다.

물론 북한에도 예쁜 사람이 있긴 하다. 그리고 북한에서 어떤 이성이 인기를 많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 그냥 똑같다. 예쁘고 잘생긴 여자, 남자가 인기 많다.

시청자들에게 호평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평: 사람들이 제 방송을 보고 솔직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저는 나와서 감성팔이 할 생각이 없다고 애초에 말했다. 제 말을 말할때도 제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저는 10년 전 제가 아는 기억만 말한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들어만 달라고 한다. 저는 거짓 없이 말한다. 이런 점들을 와 닿아 하시는 것 같다.

시청자들 중에 연예인 해보라는 분들도 많다

이평: 연예인에는 전혀 관심 없다. BJ도 준 연예인이라고 하지만 이 방송은 자유롭다. 물론 말은 조심해야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BJ가 매력 있다.

'탈북 BJ'라는 이유로 이평 씨를 욕하는 분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이평: 저에 대해 욕하는 분들도 많다. 기껏 한국에 와서 피어싱에 문신이 뭐냐고. 그런데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탈북자는 한국에 와서 거지처럼 하고 다녀야 하냐고 대변해주는 분도 있다.

저는 허세에 관심 없다. 괜히 시비 건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냥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분들을 보면 제가 한국에 와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주변에서 이평 씨처럼 아프리카 BJ를 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이 있나요

이평: 제가 유일하게 연락하는 북한 동생 2명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이 하고 싶어 한다. 그 친구는 저보다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 북한 그리고 북한 남자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시청자를 만날 생각인지 얘기해 달라

이평: 북한에 대한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생각보다 얘기할 거리가 많다. 음식, 직업, 패션 등등. 제가 굳이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진=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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