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고 버리고 때리고…"살려달라" 말 못하는 동물 학대 많다

2016-10-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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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기 성남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견된 아사 직전까지 간 시베리안허스키 / 이하

지난 7월 경기 성남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견된 아사 직전까지 간 시베리안허스키 / 이하 연합뉴스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잔혹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사례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멀쩡히 살아있는 고양이를 쓰레기 봉지에 담아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리기는 가하면 키우는 반려견을 굶겨 아사 직전까지 방치하기도 한다.

(천안=연합뉴스) 발이 묶인 채 쓰레기봉투에 담겨 유기된 고양이가 발견돼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평소 버려진 고양이 보호·구조활동을 펼치는 한 네티즌은 16일 새벽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날 밤 충남 천안 서북구 성정공원 인근 쓰레기장에 3살 고양이가 버려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고도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현실에 전문가는 "생명존중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밤 충남 천안 서북구 성정공원 근처에서 고양이가 앞발과 뒷발이 묶인 채 100ℓ짜리 쓰레기 봉지 안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양이가 조금만 더 방치됐더라면 질식해 죽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양이를 발견한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이경미 소장은 "동물병원은 '고양이가 오른쪽 눈 각막과 송곳니가 손상되고, 뒷다리도 이상 증상을 보이는 점을 미뤄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며 "유기한 사람을 찾아내 도대체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지난 7월에는 경기 성남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빈방 바닥에 쓰러져 숨만 겨우 붙어 헐떡이는 생후 3개월 시베리안허스키 강아지가 발견됐다.

집주인의 보살핌을 받은 지 오래된 듯 강아지 주변은 쓰레기와 오물 투성이었다. 배와 엉덩이 등에 난 상처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렸다.

당시 경찰과 성남시로부터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동물자유연대는 구조된 시베리안허스키가 최소 1주일 이상은 밥을 먹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자신이 기르던 개한테 공격을 받아 생명이 위독한 길고양이를 그대로 방치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있었다.

아프리카TV 인기 BJ 김모씨는 지난 6월 30일 경기 여주의 자택 인근에서 자신이 키우는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종(種) 개를 데리고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하다가 개가 길고양이를 심하게 물어뜯도록 했다.

영상을 보면 김씨의 핏불테리어는 길을 가다가 풀숲 속의 길고양이를 발견하고서 달려들어 세차게 좌우로 흔들며 공격한다.

그러나 김씨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바닥에 축 처진 고양이를 내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다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작고 연약한 동물들은 인간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북 전주 완산구의 한 중화요릿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박모(35)씨는 사장이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가게에서 키우던 애완견 말티즈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와 틈만 나면 학대했다.

박씨는 수시로 애완견 머리와 눈, 귀 부분을 손으로 내려쳤다. 말티즈 눈은 벌겋게 충혈됐고 양쪽 귀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밖에 지난 9월 경남 김해에서는 키우는 진돗개를 8개월가량 매일 2∼3차례에 걸쳐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찬 개주인(45)이 입건됐고, 그 이전 달에는 개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살아있는 개를 흉기로 죽인 도살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16일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약하다 보니 별다른 죄의식 없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인 행동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법망을 정비해 동물 학대자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교육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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