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허니버터칩, 예상 매출 '반토막' 위기

2016-10-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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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 때 '없어서 못 팔던'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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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 때 '없어서 못 팔던'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지면서 예상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선 벌써 정확한 시장 예측 실패로 생산시설 증설과 동시에 인기가 추락한 '팔도 꼬꼬면'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해태제과가 지난 5월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허니버터칩' 생산시설 증설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와 혼란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 상장 전 증설효과 '과장' 논란…실제 연 1천억도 힘겨워

해태제과는 상장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5월 10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허니버터칩 제2공장 준공 사실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해태는 "품귀 현상이 여전한 허니버터칩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며 "풀(100%) 가동되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1일 1만5천 박스에서 3만 박스로, 월 생산량도 75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두 배가 된다"고 선전했다.

해태는 "(허니버터칩 인기로) 생산량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상황이므로 2공장 증설로 공급이 두 배로 늘어도 (그만큼 증가하는) 매출을 자신한다"며 올해와 2017년 허니버터칩 매출 예상 값을 각각 1천400억 원, 1천800억 원으로 제시했다. 1천800억 원은 2015년(900억 원대) 매출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아울러 "공장 증설로 단숨에 연 매출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브랜드로 올라설 것"이라며 연간 매출 '2천억 원'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해태제과는 앞서 4월 20일 신정훈 대표가 참가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문막 제2공장 증설 작업이 끝나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 허니버터칩 매출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후 5개월여가 지난 지금, 허니버터칩의 현실은 해태의 기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태에 따르면 현재 1, 2공장에서 생산하는 허니버터칩의 월 매출은 1공장만 가동했을 때(75억 원)보다 불과 4억~5억 원 안팎 늘었다.

현재 허니버터칩의 월 매출을 최대 80억 원(75억+5억 원)으로 보고, 내년에도 현재 수준의 수요는 유지된다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가정해도, 내년 전체 허니버터칩 매출은 960억 원(80억×12개월)에 그칠 전망이다.

해태가 5월에 내놓은 2017년 매출 목표(1천800억 원)의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한때 '품귀' 현상까지 보이던 허니버터칩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시중 소매 현장, 개별 유통 채널에서는 허니버터칩 매출이 '전성기'보다 오히려 급감했을 정도다.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A 편의점에서 지난 9월 허니버터칩 월 매출은 2015년 6월 최고 매출의 43% 수준에 불과했다. 1년여 만에 무려 60%나 허니버터칩 수요가 축소됐다는 얘기다.

B 슈퍼마켓 체인에서도 허니버터칩 매출은 2015년 6월을 정점으로 줄어 올해 9월에는 2015년 6월보다 41%나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출시 초기였던 2014년 하반기 중고 사이트 등에서 5~6배까지 뛰었던 허니버터칩의 소비자 가격(정상가 60g 1천500원·120g 3천 원)도 폭락한 상태다.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허니버터칩 최저가격(쿠폰 할인 비적용)은 60g 봉지가 800원대, 120g 들이가 1천600원대 수준이다.

해태제과가 자신했던 '1천800억 원' 연 매출 예상 값이 단순히 예상 생산량에 정상 소비자 가격을 곱해 산출된 것인 만큼, 정상 가격의 거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진 현재 소비자 가격을 반영하면 1천800억 원은 더 현실성이 없는 수치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 주가 70%↓ 시총 1조4천억 증발…투자자들 '어쩌나'

이처럼 해태제과가 주식 상장에 앞서 강조했던 '간판 품목' 허니버터칩 증설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실망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허니버터칩 증설 홍보 등에 힘입어 해태제과(상장 종목명 해태제과식품) 주가는 5월 11일 상장 후 7일 만에 공모가(1만5천100원)의 4.5배에 이르는 6만8천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을 달려 18일 종가 기준 1만9천600원까지 추락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71%나 빠져 무려 1조4천억 원(1조9천800억-5천707억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셈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현재 해태제과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은 0.7%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의 시각도 해태와는 달리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120억 원(일본 가루비 포함 총 240억 원 투자)이 투자된 허니버터칩 제2공장의 가동률은 당초 기대보다 낮다"며 "제2공장 증설로 기대되는 허니버터칩 매출액은 지난해 500억 원대(공장도가격 기준)에서 올해 600억~700억 원으로 전망되나 이전과 같은 시장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허니 맛 스낵의 인기 약화를 기존 제품이나 신제품으로 얼마나 메울지가 이후 실적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허니버터칩 수요가 생각보다 늘지 않자, 현재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증산 목적으로 지은 문막 제2공장의 잉여 설비를 통해 '생생칩' 등 다른 감자 스낵 제품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병규 해태제과 이사는 "5월 제2공장 준공 당시에는 매장에 풀린 허니버터칩이 이틀 만에 매진되던 때였기 때문에 당연히 생산이 두 배로 늘면 그만큼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후 실제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꾸준히 월 8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올해 예상 매출 1천4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해도 1천억 원(소비자 가격 기준)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허니버터칩에 대한 적극적 마케팅에 나서면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4월 신 대표가 참석한 기업공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허니버터칩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2공장 설비를 활용해 다른 감자 칩을 생산하겠다는 대안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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