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엄마 옷이?" 유행하는 복고 패션 아이템

2016-10-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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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가 넓은 '와이드 커프스 셔츠'를 입고 '벨벳 소재 뷔스티에'를 걸쳤다. 바지는 무릎

소매가 넓은 '와이드 커프스 셔츠'를 입고 '벨벳 소재 뷔스티에'를 걸쳤다. 바지는 무릎 아래부터 점점 넓어지는 '부츠컷' 청바지로 골랐다. 포인트로 '베레모'도 써줬다.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엄마가 외친다.

"그러고 나가게?"

엄마가 혀를 차며 말했다. "얘가 요즘 왜 이렇게 촌스러운 옷을 입어? 소매 넓은 셔츠에, 벨벳 조끼 이거 다 엄마 20대 때 입던 옷이잖아. 거기다 그 나팔바지랑 빵 모자는 또 뭐니"

"엄마, 이건 '조끼'가 아니라 '뷔스티에'야. '나팔바지'가 아니라 '부츠컷'이라고" 나는 강하게 항변했지만 엄마가 보여준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은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똑같았다.

NBC 인기 드라마 '프렌즈'에 출연한 제니퍼 애니스톤 (레이첼 그린 역) / NBC

 

1990년대 X세대 패션 / 연합뉴스

 

요새 40~50대 장년층들은 젊은이들 복장을 보면 깜짝 놀란다. 자기네 젊었을 때 모습과 매우 흡사해서다. 최근 10~20대들은 '뷔스티에', '와이드 팬츠' 같이 엄마 옷장에 있었을 법한 아이템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상과 어떤 소재가 복고 열풍을 타고 돌아온 걸까?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린 'S/S 서울패션위크'에서 만난 복고 아이템 10개를 소개한다.

1. 벨벳

벨벳이란 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있는 원단으로 '부들부들'한 촉감이 특징이다. 1994년 11월 4일 경향신문은 '쌀쌀해진 거리에 벨벳 바람'이라는 기사에서 벨벳 열풍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1993년) 가을부터 귀부인의 전유물이던 벨벳은 캐주얼 의상으로까지 확산, 벨벳은 최근 국내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패션 소재로 떠올랐다"고 한다. 

벨벳이 유행일 당시 태어나지 않았던 17, 18살 소녀들에게 벨벳은 '복고 패션'이 아니다. 이날 박채운(18) , 전민이(18) 양은 "벨벳도 복고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새롭게 느껴지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Sirinun (25) / 이하 위키트리

 

 

2. 뷔스티에

뷔스티에는 브래지어와 코르셋이 결합한 여성용 상의를 말한다. 1997년 6월 13일 경향신문은 '거리로 뛰쳐나온 브래지어 컵 티셔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 소제목은 '앗! 브래지어 차림으로 거리를'이다. 

기사는 "뷔스티에는 가슴선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으로 섹시함이 최고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20대 초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라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뷔스티에는 '노출 패션'이 아니다. 다양하게 레이어드해 입는 것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이희주(17), 신유진(17)

3. 베레모 

베레(Béret)란 챙 없이 둥글며, 펠트로 만드는 모자를 뜻한다. 프랑스인들이 전통적으로 쓰고 다녔다. 1995년 1월 5일 동아일보는 '신세대 멋부리기 모자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속칭 벙거지라고 부르는 방한용 모자나 베레모와 같이 귀여운 인상을 강조하는 캐주얼 모자가 요즘 유행이다"라고 전했다. 

조혜수(20) 씨는 "최근 베레모는 '핫'한 아이템으로 통하는데, 예전에도 유행이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조혜수(20)

 

정윤서(22), 장윤희 (21)

 

4. 와이드 팬츠 

 

과거 '나팔 바지'로 불렸던 와이드 팬츠는 허벅지 부분은 몸에 달라붙고 무릎 아래부터 점점 넓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나팔바지는 90년대에도 '70년대 유행했던 복고 패션'으로 통했다. 

1993년 2월 24일 경향신문은 '돌아온 나팔 바지 거리 활보'라는 제목 기사에서 "나팔바지는 복고풍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는 물론이고 70년대에 히피 스타일을 즐겨 입었던 30대 후반~40대 초반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앞으로도 한동안 거리를 휩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이드 팬츠를 입은 정민주(18) 양은 "최근 '엄마 옷'이 트렌드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패션위크 첫날 실제로 엄마 옷을 입고 나왔다"고 밝혔다.

Chou

 

박정원(18)

 

정민주(18)

5. 크롭탑 

'배꼽티'로 알려져 있는 크롭탑은 끝부분이 짧은 상의다. 1996년 6월 5일 매일경제는 '배꼽티 단상'이라는 기사에서 배꼽티 열풍을 전했다. 기사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꼽이 훤히 보이는 티셔츠를 입고 전철을 탔다가는 객차 내 모든 놀랍고 당혹한 시선 집중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배꼽티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더라도 그때처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되었다"고 쓰여 있다. 

2016년, 크롭탑을 입은 여성들은 배를 드러내는 패션을 어색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신윤주(21)

 

배민지(18), 이수빈(18), 강민주(18), 손정원(18), 김나경(18)

 

6. 테니스 스커트 

최근 테니스 스커트는 걸그룹 사이에서 유니폼으로 통한다. '주름'과 '파스텔 색상'으로 발랄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1999년 3월 10일 경향신문은 "올 봄에는 '치맛 바람'"이라며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잔주름이 잡힌 플리츠스커트"라고 전했다. 매체는 "플리츠 스커트에는 단정한 셔츠에 조끼를 받쳐 입거나 카디건을 입으면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0일 서울패션위크에는 조끼, 카디건과 매치해 테니스 스커트를 입은 소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염나영(18) 양은 돌아온 테니스 스커트 유행에 대해 "신기하다"며 "유행이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원(18), 염나영(19), 김지성(19), 김상화(18), 강해경(19), 배윤지(19)

 

배민지(18)

 

7. 빈티지 재킷

불과 얼마 전 까지도 '촌스러운 옷'이라고 여겨졌던 빈티지 재킷들도 유행이다. 체크무늬에 큼직한 단추들까지, 과거 엄마 옷장에서 봤을 법한 아이템이다. 

한 빈티지 재킷을 입은 이예은(23) 씨는 "대부분 과하다고 여겨지는 복고 패션이 유행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예은(23)
히라카와 레나(22)

8. 와이드 커프스 

팔꿈치부터 소맷단까지 품이 넉넉하거나 퍼지는 모양, 또는 소매가 손목 길이보다 길고 단이 넓은 모양을 와이드 커프스라고 부른다. 와이드 커프스 역시 복고 열풍에 힘입어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다운(19) 양은 "넓은 소매가 과거 유행했었다는 것을 안다"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가 가끔 내 옷을 보고 '초등학교 때 입었던 옷'이라고 한다"고 했다.

황인영(16), 이다운(19)

 

유율민(27)

 

9. 코르덴

'골덴'으로 알려진 '코르덴'은 누빈 것처럼 골이 지게 짠 옷감을 말한다. 코르덴 의상은 1970년대에도 '복고 패션'으로 통했다. 1979년 11월 8일 동아일보는 '우단 코르덴 의상 유행'이라는 기사에서 "20년 만에 다시 온 복고풍"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드러우면서 따뜻해 인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코르덴 소재에 관해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 다시 코르덴 소재 아이템들이 떠오르고 있다. 김하늘(18) 양은 "엄마가 옷 보고 '옛날 생각 많이 난다'고 하셨다"며 중년층이 복고 열풍을 보며 향수를 느낀다고 전했다.

김하늘(18)

10. 롱 원피스

짧은 치마 인기 뒤에는 긴 치마가 있다. 1997년 7월 24일 경향신문은 '길수록 섹시한 멋쟁이 롱 스커트・원피스'라는 기사에서 "올 여름 패션은 롱스타일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최근에도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치마, 원피스가 유행이다.

하재경(20) 씨는 "평소에도 복고 패션을 즐겨 입는다"며 "엄마 세대가 제 옷을 보고 좋아하신다"고 밝혔다.

허재경(20)
* 박수정, 김민진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사진 = 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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