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는 시체였다" 5년 억류 끝에 석방된 소말리 해적 인질

2016-10-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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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약 5년 만에 석방된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약 5년 만에 석방된 아시아계 인질 수십명이 그간 받은 '동물만도 못한' 대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매일 식수 1리터만을 지급 받았으며 쥐를 잡아 먹으며 가까스로 삶을 유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필리핀 출신 선원 아르넬 발베로는 2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적들이 자신을 포함한 인질들에 매일 소량의 식수만을 제공했으며 이에 따라 석방 직전엔 "살아 있는 시체"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2년 3월 납치된 상선 '나함3' 선박의 선원들로, 22일 비정부기구(NGO)와 정부 단체들의 협상 끝에 몸값을 지불 받아 무려 4년6개월 동안의 억류에서 풀려났다.

모두 아시아계인 인질들은 각각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국적자로 이뤄졌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마지막 상선 소속인 이들은 세계에서 2번째로 오랜 기간 납치된 인질로 기록됐다.

발베로는 그동안의 역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해적들은 우리에게 소량의 식수만을 줬다. 우린 쥐를 먹었다. 그래, 우리는 숲에서 요리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뭐든 먹었다. 뭐든. 사람은 배고프면 (뭐든) 먹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한 대만 언론의 영상에 따르면 인질들은 아프리카의 이글거리는 열기에도 매일 1리터의 물만을 지급 받았다.

이 영상에서 한 대만인 선원은 "물도 없고 음식도 없다"며 "모두가 각자의 질병들을 앓고 있지만 해적들은 약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약을 살 돈이 없다고 한다. 이것이 앞서 숨진 2명의 청년들이 죽은 이유"라고 언급했다.

석방을 도운 존 스티드 인질지원협력단체(HSP) 조정관도 앞서 이들이 "4년하고도 반년 가까이 처참한 환경 속에서 가족과 떨어진 채 살았다"며 "모두 영양실조에 걸렸고 4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선원은 발에 총상을 입었고 다른 이는 뇌졸중을, 또다른 선원은 당뇨병을 앓기도 했다.

해양 범죄를 감시하는 NGO인 해적 없는 바다(OBP)는 해적이 당초 '나심3'에서 29명의 선원을 납치했으며 이들 가운데 한 선원은 납치 과정에서 숨졌고 2명은 억류 과정에서 질병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한편 26명은 이날 케냐 나이로비의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참혹한 역경이 끝났음을 자축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얼싸 안았다. 이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인질 가운데 하나인 수디 아만은 "난 너무, 너무 기쁘다. 유엔과 존 스티드 조정관, 전 세계에 감사한다"고 감격의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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