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들' 따라간 여중생, 모텔방 갇혀 악몽의 7시간

2016-11-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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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오해를 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모텔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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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오해를 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모텔 방에 갇힌 채 폭행당하며 악몽 같은 7시간을 보냈습니다."

또래 10명에게 감금·폭행당하고 돈까지 빼앗긴 A(15)양은 25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 듯 괴로워했다.

중학교 3학년인 A양 등 2명은 지난 21일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전 중구의 한 모텔에서 B(18)양 등 10명에게 50여대 가량 맞아 진단 미상의 상해를 입었다.

대전경찰에 따르면 둔산동 일원에서 친구들과 놀던 A양 등은 길가에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언니인 B양 일행과 우연히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가려 했으나 과거에 말다툼을 벌였던 B양이 "오해를 풀자"고 제안했고, A양 일행을 모텔이 밀집해 있는 중구 선화동으로 데려갔다.

주변에 있는 모텔을 잡아 방에 들어간 순간 B양 등은 돌변했다.

말투가 건방지고, 자신들을 주변에 안 좋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A양은 경찰에서 "억지로 술을 먹이고, 옷 단추를 풀더니 술을 부었다"며 "얼굴이나 몸에 침을 뱉고 담뱃재를 털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B양 일행은 A양 등을 무릎 꿇린 뒤 얼굴에 낙서하고, 수치스러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강요했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모텔 주인이 방에 올라와 A양 일행 상태가 이상한 것을 봤지만, B양 등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주인에게 말해 당시 상황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B양 등은 손과 발로 A양 등의 얼굴과 머리 등을 50여 차례 때리고, 현금 8만원과 화장품을 빼앗기도 했다.

가족과 경찰에게 알리면 촬영한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A 양 등은 전했다.

A양은 사건 다음날인 22일 "예전에 만났던 언니들에게 집단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범행 장소인 모텔에 남아있던 B 양 등 3명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벌였다.

B양 등은 경찰 조사에서 'A양 등의 평소 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모텔에 데리고 가 때렸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B양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한편 또 다른 가담자 등에 대한 신원을 확인해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 있던 가해자 10명의 진술이나 동기가 모두 달라 조사를 더 해봐야 경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순차적으로 조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한편 가출청소년 선도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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