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끼리 하는 택시 합승도 불법일까

2016-12-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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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보호자가 택시를 잡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친구랑 타서 각자 다른

학생과 보호자가 택시를 잡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친구랑 타서 각자 다른 곳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택시 기사님이 이건 예의가 아니라고 했어요... 이것도 불법인가요?"

택시 합승이 '불법'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합승'이란 택시 기사가 요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서로 모르는 승객을 함께 태우는 것이다.

반대로 사는 곳이 다른 일행이 함께 타거나, 목적지로 가던 길에 가족을 태워야 할 때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서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일행을 태우려고 하자 기사가 화를 낸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택시타고가다가 중간에 지인태우고 가면 안되나요?
승객이 자발적으로 원한 '합승'도 불법인 걸까?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 등에 올라온 합승 사례를 정리했다.

1. 친구와 저희 집이 5분 거리입니다. 친구 내리도록 잠깐 세워달라고 했더니 기사 아저씨가 "그럴거면 따로 타야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내리겠다고 하자 택시는 바로 떠나버렸어요

2. 친구 두명이랑 택시 탔습니다. 경유해서 가달라고 말씀드렸더니 한 명 내릴 때마다 미터기를 다시 켜야 한다고 했어요. 택시 번호를 물었더니 오히려 욕을 들었습니다.

3.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친동생이 전화가 왔습니다. 동생이 중간에 자신을 태우고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자 택시 아저씨가 통화 내용을 듣고 화를 내셨습니다. 아저씨는 "택시를 따로 잡아야지. 동생 태울거면 합승 비용을 내라"고 하셨습니다.

SNS상에서도 사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자신이 일행과 함께 택시를 탔을 때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댓글 역시 많았다. 그러나 택시를 같이 타서 동시에 내리는 것이 아니니 애매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에 대해 지난 달 25일 서울시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승객이 자발적으로 했을 경우, 합승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고 했다. 그는 "합승은 불법이지만 택시 기사가 요금을 더 받기 위해 했을 경우에만 (불법에) 해당된다"며 "탑승자가 하는 합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합승 어플을 통해 승객들이 택시를 함께 타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요금 역시 첫 출발부터 최종 목적지 도착까지 미터기에 찍힌 금액을 내면 된다.

만약 탑승자가 합승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개인 사업자)가 승차 거부한 것이 적발되면 1차에는 과태료 20만 원을 내야 한다. 2년 이내에 2차 적발됐을 경우 과태료 40만 원과 자격정지 30일을 받게 된다. 3차 적발되면 과태료 60만 원에 기사 자격이 취소된다.

합승을 두고 택시 승객과 기사가 갈등을 빚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경기일보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에서 타는 택시 승객 일부와 기사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시내버스가 끊긴 늦은 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주민들이 모여 택시를 타자 기사들이 "합승은 불법"이라며 승차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청라역 주변 택시기사와 주민 간 합승 여부 놓고 갈등

지난 달 30일 택시기사 윤모(63)씨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승객들이 함께 타서 다른 목적지에서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승객끼리 자발적으로 하는) 합승이 불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윤 씨는 "하지만 꺼리는 택시기사들도 있긴 하다. 개인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합승 자체보다) 술 취한 일행들이 타셔서 동네를 빙글빙글 돌거나 갑질을 하시는 경우, 심적으로 힘들기도 하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