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과학자가 빌린 책, 손녀가 '120년' 만에 반납

2016-12-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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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과학자 아서 보이콧이 청소년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지 120년여년만에 학교로 돌아

영국 과학자 아서 보이콧이 청소년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지 120년여년만에 학교로 돌아온 책 / 이하 연합뉴스 (BBC 트위터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영국의 한 과학자가 1890년 즈음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고 반납하지 않은 책을 손녀가 120여 년 만에 발견해 학교에 돌려줬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병리학자 겸 동식물학자 아서 보이콧은 10대 시절 다닌 헤리퍼드 성당 학교(HCS) 도서관에서 1886∼1894년 사이에 '현미경과 발견'(윌리엄 카펜터 저)이라는 책을 빌렸다.

하지만 보이콧은 이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고 졸업했으며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책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1938년에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현미경과 발견' 책은 120여 년 만에 기적적으로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보이콧의 손녀 앨리스 질럿이 올해 남편과 사별한 후 집에 쌓인 책 6천 권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한 덕분이다.

질럿은 책 표지 안쪽에 헤리퍼드 성당 학교 도장이 찍힌 것을 보고 많이 늦었지만 학교에 책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는 책을 학교에 반납하면서 "귀교 학생이었던 아서 보이콧 교수가 이 책을 훔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며 할아버지 대신 사과하는 메모를 남겼다.

영국 과학자 아서 보이콧이 청소년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지 120년여년만에 학교로 돌아온 책과 책을 반납한 손녀가 남긴 메모 / 헤리퍼드 성당 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서 연체료를 물리지 않는다. 다만 헤리퍼드 지역 공립 도서관의 책 연체료인 하루 17펜스(약 250원) 기준 120여 년 치 연체료는 7천446파운드(약 1천 94만원)에 이른다.

물론 학교 측은 120년 만에 책을 반납한 보이콧의 후손에게 연체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보이콧은 15세 때 달팽이 종을 연구해 논문을 작성하는 등 학교에서 '현미경과 발견'을 빌려 읽은 청소년 때부터 과학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 책이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해 자연 과학을 공부하고 저명한 학자로 성장한 보이콧에게 어린 시절 좋은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BBC는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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