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일회용품 아니다" 정규직 전환 요구하며 거리 나선 예술인들

2016-12-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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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정동극장 측 노동 처우를 규탄하며 시위에 나섰다.26일

이하 위키트리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정동극장 측 노동 처우를 규탄하며 시위에 나섰다.

26일 공공예술문화체육 지부 소속 정동극장 예술단 지회(이하 정동극장 예술 단원지회) 단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울 중구 정동길을 행진하며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피켓에는 "우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정동극장 측이 근로자 보호 법률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정동극장 예술 단원지회 단원은 "우리 정동극장 예술단은 많게는 10년, 적게는 5년 이상을 일했다"며 "1년마다 노동계약을 해오며 우리 문화예술을 위해 헌신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동극장은 우리 예술단을 기간제 노동자로 2년 이상 고용했다"고 했다. 단원은 "우리는 기간제법에 의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했지만, 정동극장은 2014년부터 단원을 감축하는 등 편법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016년에는 기악 연주팀 전원이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기간제 노동자를 2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노동자는 기간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정동극장 측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극장 노동자들에게 편법을 적용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우리 극장은 공연 하나를 기획하면 1년 동안 그 공연을 진행한다"라며 "거기에 맞춰 1년마다 오디션을 해서 출연진들을 뽑아 계약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극장과 예술단원들은 공연에 대한 출연 계약 관계일 뿐, 정동 극장 직원으로서 계약을 맺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악연주자들이 2016년에 전원 해고됐다는 예술단원들 주장에 대해 정동극장 관계자는 "2015년에 '배비장전' 공연이 있었고 2016년에 '가온' 공연이 있었다"며 "2015년 상연한 '배비장전'은 라이브 형태 공연이었으나, 2016년 상연한 '가온'은 기악 라이브 연주가 필요한 공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선보일 공연에서 기악 연주가 필요 없었던 것이지, 부당 해고를 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동극장 예술 단원지회 단원들 생각은 달랐다. 한 단원은 "극장 측은 우리가 프리랜서처럼 '1년마다' 공연에 대한 출연 계약을 했다고 강조하는데, 우리는 실질적으로 '1년짜리' 작품이 아닌 몇 년씩 연속성을 가진 작품에 참여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원들 말에 따르면 정동극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춘향연가'를 상연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배비장전'을 상연했다.

한 예술단원은 "극장 측 주장대로 매년 오디션을 새로 하고, 그해 공연에 참가할 예술단원들이 1년짜리 계약을 했던 건 맞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계약하는 단원 80% 이상이 지난해 참가했던 사람들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예술단원은 "이렇게 한 사람이 한 극장에서 몇 년씩 같은 공연에 참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법 조언을 구했고, 우리는 기간제법에 의해 정규직으로 전환될 자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악연주팀 해고 관련 극장 측 해명에 대해서는 "기악연주팀은 '배비장전' 뿐 아니라 훨씬 전부터 정동극장 공연에서 음악을 맡아왔다"라며 "갑자기 공연에서 쓰임이 없다며 해고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 '원각사'를 복원한다는 역사적 의미와 근현대 예술정신을 바탕으로 1995년 건립됐다. 1997년부터 극장에서 한국무용, 한국음악, 풍물, 판소리 등 네 분야 예술단원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술단원은 "2011년 예술단원에게 사대보험이 적용됐고, 2012년부터 기간제법 적용 가능한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동극장은 예술단원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정동극장은 "우리는 매년 새로 제작하는 작품에 대해 재능있는 예술인 참여 기회를 높이기 위해 공정한 오디션으로 '공연 출연자'를 선발해왔다"고 전했다. 극장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동극장은 공개 오디션으로 매해 새로운 참가자를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더 많은 예술인 참여 기회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동극장 예술단원은 2013년 재직증명서를 공개했다. 증명서에는 "소속:정동극장 예술단"이라 표기돼 있었다. 정동극장은 "우리는 법인으로 예술단을 둔 적 없고, 2014년 이후 계약서에는 '예술단' 표기가 없다"라며 "당시는 관습적 용어로 '예술단'이라는 용어를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