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빚 8000만원에 10년간 노예 됐던 보험사 정비공

2017-01-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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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생활하던 전북 전주에 있는 한 대기업 출동서비스 지점 사무실 옆 쪽방/ 이하 뉴스1

정씨가 생활하던 전북 전주에 있는 한 대기업 출동서비스 지점 사무실 옆 쪽방/ 이하 뉴스1

(전주=뉴스1) 박아론 기자 = "회사를 그만두려면 8000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했어요."

대기업인 D보험사 출동 서비스를 맡고 있는 전북 전주의 한 지점에서 10여년간 온갖 착취를 당해 온 정비사 정모씨(47)는 더욱 극심해져 가는 업주의 악행을 참다못해 지점을 도망쳐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회사의 출동 차량이 낡아 폐차를 시키는 과정에 업주로부터 차량을 지입차(회사의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의 차량) 방식으로 구매해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은 정씨.

'출동 차량을 사게 되면, 차량 유지비(주유비, 부품 교체비 등)가 급여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니, 매달 200만~250만원 이상의 급여를 챙길 수 있다'는 게 당시 업주의 설명이었다.

정씨는 업주의 말을 그대로 믿고, 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5000만원 상당의 차량을 구매했다.

지입차로 구매할 경우 업체와 개인간의 이익 배분 비율을 정해야 하지만, 구두상으로도 이 같은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후 업주는 지입차로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회사 명의로 등록된 회사 소유의 차를 구매했다. 그리고 정씨에게는 정씨의 차량이라고 속여 5000만원(렉카차)의 차량 할부금을 매달 110만원씩 월급에서 삭감하며 갚아나가도록 했다.

회사에서 차량을 구매하면 지원되는 500만원가량의 부가세 환급금도 업주가 챙겨 갔다.

이 가운데 정씨가 2016년 2월과 5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내 차량을 파손하자, 업주는 그 수리 비용 135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업주는 차량 대금 5000만원, 회사차량 파손비 1350만원, 생활비가 없어 회사에 가불한 300만원 그리고 그 이자 등을 합산해 총 8000만원 상당의 빚을 정씨 앞으로 올려 두고, 정씨를 옭아맸다.

업주는 실제 정씨가 2016년 2월 이후로 현재까지 차량 할부금 110만원과 차량 수리비 등을 회사가 대납한다는 명분으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정씨가 이 지점에 입사하게 된 해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4년. 당시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정씨는 우연히 친구의 동생이었던 김모씨(해당 지점 업주)로부터 이 지점 입사를 권유받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때 급여는 보험 고객의 서비스 요청에 따라 출동에 나서 정비를 하는 건수에 따라 책정하기로 하고, 매달 130만~150만원가량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업주로부터 급여 책정 방식을 기존의 '출동서비스 요청에 따른 출동 및 정비 건수'가 아닌, '기본급을 책정해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당시 정씨는 업주와 180만원으로 급여를 협상했으나, 이 때부터 2015년까지 약 8년여간 정씨가 매달 수령한 돈은 적으면 50만~60여만 원 수준에 그쳤다.

업주가 급여 책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지각이나 출동 시간 지연에 따른 출동점수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급여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객에게 항의를 받으면 30만원, 지각을 하면 5만~10만원, 출동 시간 지연에 따라 출동 점수가 하락하면 20만원 등 여러 이유로 급여를 삭감했다"며 "통장에 입금할 때는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삭감된 금액을 다시 회사 통장에 환급해야 해 실제 받은 급여는 50만~60만원에 그칠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업주가 정씨로부터 새벽 2시까지 수기로 쓰게한 업무 일지

업주는 고객의 항의를 받거나 정씨가 일을 실수하면 새벽 2시까지 수기로 하루 있었던 업무일지를 쓰도록 했다.

또 정씨와 또 다른 직원에게 당번과 부당번을 세워 사실상 매일같이 24시간 사무실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이때부터(2007년) 정씨는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 옆 쪽방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정씨의 하루는 매일 오전 6시에 시작됐다. 일어나자마자 사무실 청소를 마치면 현장 출동부터 정비까지 '뺑뺑이'를 돌았다.

그나마도 출동이 없어 일이 일찍 끝나면 오후 10시, 늦으면 새벽 2시까지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쪽방은 침대도 없어 바닥에 그냥 누워 자거나, 의자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식사는 개인의 월급에서 쌀과 김치를 사 직접 밥을 지어 먹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일이 많거나 실수라도 하면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였다.

현재 정씨는 정씨의 사연을 우연히 접한 지인의 도움으로 2일 임시 거처로 대피해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정씨의 회사 업주 김씨는 "출동 지연 등으로 점수가 깎이면 월급에서 제하긴 했지만, 많이 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씨에게 구두상으로 차량을 지입차 개념으로 사도록 했는데, 회사에 갚아야 할 돈으로 정씨가 할부금을 내지 못하자 지입차 이행 절차를 밟지 못했다"며 "현재 회사가 대신 차량 값을 내주고, 매달 110만원의 할부금을 갚아나가게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또 정씨와 구두상으로 업무 중에 사고가 나면 개인이 부담하도록 했는데, 최근에 사고를 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쳐 그 수리비를 매달 70만~80만원 제하고 보니, 매달 180여만원을 제하고 월급을 지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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