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사건 빈발' 기강 해이해진 북한군 근황

2017-01-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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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김정은 정권 초기에 수도 평양을 방위하는 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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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김정은 정권 초기에 수도 평양을 방위하는 군부대에서 전단이 살포되는 등 북한군의 기강 해이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연합뉴스가 한국내 북한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로부터 입수한 '4월 중 집행위원들에 대한 당 생활평가'라는 제목의 2013년 인민군 3군단 내부 문건은 "지난 기간 부대 청사 안에서 콤퓨터(컴퓨터) 도난과 삐라(전단) 살포 등 비정상적인 문제들이 제기된 교훈이 있으나 현재까지도 지휘부 안의 대책을 강하게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4월만 하여도 울타리 철문과 객실 물자분실, 세멘트(시멘트) 도적질 현상이 자주 제기되여 부대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민군 3군단은 남포 특별시에 주둔하며 수도 평양을 방위하는 부대다. 북한 군부대 안에서 전단이 살포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에 '삐라'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에 비춰, '삐라' 내용은 2012년 최고권력을 공식적으로 승계한 김정은이나 김정은의 군 관련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정은은 2012년 7월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를 군 참모장에서 해임한 것을 신호탄으로 당시 현영철 군 총참모장과 최부일 부총참모장, 김영철 총정찰국장의 계급을 강등했다.

김정은은 이후에도 군부에 대한 숙청, 은퇴, 강등, 재임용이라는 '견장 정치'를 통해 끊임없이 군 길들이기에 나섰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군 우선) 정치'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는 '선당(당 우선) 정치'로 바뀌면서 과거의 영광과 특혜를 잊지 못하는 군관들 사이에서 쌓인 불만이 부대 내 전단 살포라는 현상까지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대 청사의 컴퓨터가 도난당했다는 대목은 북한군의 기밀 유출과 관련해 주목된다.

앞서 일본 NHK는 2014년 1만2천 쪽 분량의 북한 인민군 조직부 비밀문서를 입수, 지난해 6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리영호가 허가 없이 군부대를 움직였다가 숙청됐다는 사실 등을 보도한 바 있다.

NHK가 입수한 문서는 애초 북한 군부대에서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유출되면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정은이 2013년 5월 1일 당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에게 한 '말씀문건' 자료는 "우리 내부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불순 적대 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무자비하게 징벌하여야 한다"면서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이 아닌 군에서 체제에 저항하는 전단살포가 이뤄진 것은 우발적인 폭동 등 사소한 촉발요인이 급속한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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