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한 초등생' 신고 무시한 경찰…뒷북 감찰

2017-01-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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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지방경찰청이 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의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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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지방경찰청이 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의 112 신고를 무시한 소속 경찰관에 대해 뒤늦게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은 경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A(50) 경위에 대해 지난 12일부터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A 경위는 지난달 10일 오후 5시 59분 걸려온 한 초등학생의 112 신고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록을 보면 당시 초등학생은 "제 친구가 폭력을 당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애들한테요"라고 신고했다.

이 학생은 앞서 6학년인 피해 학생이 울먹이며 "경찰서 맞아요? 신고하려고요"라고 먼저 전화를 걸자 넘겨받아 대신 신고를 했다.

실제 피해 학생은 당일 김해의 한 PC방에서 게임 실력을 놓고 다른 5학년 학생과 말다툼을 하다가 학생들로부터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한 상태였다.

그러나 A 경위는 "부모님한테 연락해요"라고 한 뒤 재차 "엄마한테 신고하세요. 엄마한테, 엄마한테 이야기해가지고 엄마한테 신고하도록 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A 경위는 신고를 받고도 일선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후 6시 12분 다른 경찰이 폭행 피해 학생 어머니로부터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학생 어머니는 피해 사실을 알리며 "(아들이 전화하니까) 부모한테 신고해서 하라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라며 항의했다.

신고를 받던 B 경사도 "112에서 그런 얘기를 한다고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라며 당황해했다.

B 경사는 신고 내용상 폭행 상황은 종료된 점을 고려, 비(非)긴급 출동 지령인 코드 2를 발령했다. 학생 어머니가 신고하기 전 불안에 떨던 학생은 이미 아버지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상황실 지령을 받은 지구대는 오후 6시 35분 피해 학생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지구대 측은 아버지에게 응급실로 가는 대신 "파출소로 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인 오후 7시께는 학생과 아버지가 지구대를 방문,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경찰은 그 직후 PC방에서 CCTV를 확보하는 등 현장 조사를 했다.

학생은 이후 3주 진단을 받았고, 불안 증세 등을 호소했다.

경찰은 초등학생의 신고를 무시한 A 경위에 대한 사후 대처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B 경사도 피해 학생 부모로부터 항의성 신고를 받았음에도 상부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학생 부모가 녹취록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그제야 상황실장(총경)이 신고 무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 경위 등에 대한 감찰 조사 없이 구두 질책과 신고 응대 교육만 강화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측은 "신고 무시가 징계 사안인 건 맞다"면서도 "당시 구두 질책이 이뤄졌고 신고 응대 교육을 강화했기 때문에 별도 감찰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에게 신고하라고 한 건) 잘못됐다. A 경위는 엄중히 문책할 것이고,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피해 학생의 폭행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자 일선 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수사를 꼼꼼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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