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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D 트위터
 

코치 D(남세희·30)는 다이어트와 헬스에 대한 글을 쓴다. 

다이어트를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보통 필자는 뭘 먹으라거나, 먹지 말라거나,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코치 D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다이어트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과학과 연결해 이야기한다.

코치 D는 팬이 많다. 어려울 수 있는 다이어트 지식을 쉽고 재밌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가 쓴 '다이어트 진화론(민음사)'은 '2013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 교양 도서'로 선정됐다. 

지난 13일 그가 일하는 체육관에 들렀다. 


기자 : 얼마 전 선생님께서는 SNS에 "한국 청소년은 OECD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고, 가장 조금 자고, 가장 적게 운동한다"며 "이는 사회 구조적 한계이므로 개인을 나태하다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글을 남기셨죠. 그 글은 SNS 사용자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습니다. 위키트리는 젊은 독자가 많은 매체입니다. 10대 청소년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코치 D : 10대는 '성장'이 관건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운동이 중요하죠. 그런데 한국은 무너진 공교육과 기형적인 입시제도로 청소년 체육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나라입니다. 영양 교육도 부재한 상태고요. 학교에서 기술·가정 교과 잠깐 배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는 가정에서 식습관을 배웁니다. 그건 윗세대로부터 물려받는 문화이기도 하죠. 지금 청소년은 '맛없는 급식'을 먹고 학원 뺑뺑이를 돌아요. 쉬는 시간에는 편의점에서 '탄수화물 덩어리'를 사 먹고요. 저는 우리 청소년 미래가 걱정스럽습니다. 

기자 : 동감합니다. 식문화와 운동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코치 D : 식문화, 특히 미식은 어렸을 때부터 체감해야 해요. '절대 선'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무슨 무슨 버섯이 좋다고 해도 처음 먹으면 향이 어떤지 모르거든요. 미각 체험도 계급이에요. 지금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단짠단짠(단 음식과 짠 음식을 번갈아 먹음)'이니 '가성비'니 하는 것들, 실은 굉장히 건강하지 못하고 저렴한 맛이에요. 

단맛이 처음부터 저렴한 맛은 아니었어요. 자연계에서 단맛을 내는 재료가 제일 귀했거든요. 식민지에서 플랜테이션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탕수수는 유럽에 존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제일 싸죠. 다 액상과당이거든요. 극장만 봐도 제일 이윤이 많이 남는 게 팝콘과 콜라예요.

맥도날드
 

기자 : 달고, 짜고, 싸면 '가성비 좋은' 음식이 되는 듯해요.
 
그리고 '가성비'는 요즘 청년 소비 키워드인 듯해요. 10년 전만 해도 소비 키워드가 '웰빙'이었는데 말이죠. 음식을 고를 때 맛이나 영양보다 비용이 우선순위 고려 사항이 된 거죠. 물론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는 중요해요. 하지만 청년 삶에 여유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치 D : 맞습니다. 요즘은 음식을 고를 때 몸에 좋은지 안 좋은지 여부보다 가성비를 따지죠. 그런데 '가성비'는 요즘 사람, 특히 청소년에게 '문화'거든요. 이걸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교 교육도 늦습니다. 가정에서 식문화 교육을 시작해야 해요. 

그런데 쉽지 않을 겁니다. 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며 가성비 좋다고 만족하니까요. 이렇게 되면 우리도 영국과 미국처럼 소아 비만율 높은 나라가 되는 거죠. 

그저께 보건복지부에서 비만 백서를 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우리가 영국, 미국 전철을 밟고 있어요. 소아 비만율이 올라가고 있고, 빈곤계층 비만율이 올라가고 있어요. 전적으로 어른들이 잘못한 거예요. 

기자 : 미국과 영국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나요.

코치 D : 영국에 제이미 올리버(James Trevor Oliver∙41)라는 미슐랭 스타 셰프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청소년 계도 차원에서 공교육 현장에서 요리, 영양 교육을 합니다. 영국도 미국만큼 비만 문제가 심각한 나라거든요. 그는 "결국 교육이다, 밥이 곧 교육이고 문화다"라고 강조합니다. 잘못 잡힌 어릴 적 식습관은 평생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사람, '옥수수맨'이니 '시금치맨'이니 분장을 한 다음 아이들에게 밥을 해줬어요.

기자 : 예전에 제이미 올리버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인물이 있어야 할 텐데요.

코치 D : 네. 올리버는 영국 BBC 방송과 다큐멘터리도 찍었고, 당시 총리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Blair∙63)와 독대도 해요. 그 정도로 잘 나가던 그가 2012년 미국에서 깨끗하게 망해요. (웃음)

제이미 올리버는 미국 남부 비만율이 높은 동네에서 영국에서 하던 요리 활동과 비슷한 걸 시도했어요. 그가 영국 아이들에게 정찬, 파인 다이닝(Fine-dining·고급 식당) 같은 걸 보여줬을 때, 그래도 걔네는 "좋은데 비싸다, 좋은데 이걸 만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미국 아이들은 "아닌데, 이게 더 좋은데!"하며 냉동식품을 선호했어요. 그리고 텃세도 있었어요. "네가 우리 그레이트 아메리카를 무시하는 거냐" 같은 거요. (웃음)

기자 : 합리적인 방식보다 익숙한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듯해요. 제 친구가 선생님 책 읽고 짠 국물과 흰 쌀밥을 최대한 피하는 식단을 짰거든요. 근데 부모님이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며 좋아하지 않았대요. 

코치 D : '쌀밥 민족주의' 일종이에요. 아직은 많은 어른이 그래요.

기자 : '쌀밥 민족주의'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요. 

코치 D : 실은 다 민족주의죠. 신성한 쌀과 김치, 우리 것, 전통은 무조건 다 좋다는 환상. 그걸 누가 만들었냐? 관료들이 부추긴 거죠. 민족주의로 국민을 지배하기 쉽거든요. 좋은 식습관 갖기? 올바른 다이어트? 탈민족주의(민족주의적 가치관을 벗어나는 태도)와 연관이 큽니다. 

위키미디어
 

우리는 1976년까지 '먹기 위해' 살았어요. 1976년은 우리가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한 해입니다.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은 당시 "혼·분식 대신 쌀만 먹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굶지 않아도 되는 세대'였어요. 

해방 이후, 그러니까 1945년부터 1976년까지 걸린 시간이 31년이에요. 그리고 1976년부터 지금까지 41년이 흘렀거든요. 비슷한 시간이 두 번 지났습니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70년대 이전 세계관에 갇혀 있어요. 그들 주장은 비슷비슷해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니 살이 찐다. 쌀밥을 먹어라. 옛날엔 이것도 못 먹었다.'

기자 : '밥이 보약이다.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야 한다.' 추가합니다. (웃음)

코치 D : '한국 사람은 쌀을 덜 먹는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다.' (웃음) 딱 거기서 멈춰 있는 겁니다. 

기자 : 선생님께서는 한국인이 식문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코치 D : 지금 한국인은 지나칠 정도로 탄수화물 중심 식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 빵, 밀가루, 곡물 음식량을 줄이고 동물성 음식을 평소보다 더 자주,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해보세요. 우유, 달걀,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말입니다. 

기자 :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와 맥락이 비슷한 이야기네요. 

코치 D :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는 한국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요. 오늘날 밥과 반찬 중심 한식 문화로 살아가는 한국인 식생활과 정확히 반대인 식이요법이거든요. 물론 두 식단은 너무 달라서 어느 한쪽으로 이동은 쉽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절반만 따라 해도 사람들은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재밌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3~4년 전부터 저탄수고지방 이야기는 많이 나왔거든요. 그땐 이 이야기가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제 주목받는다? 어떻게 보면 쌀밥 민족주의가 임계점에 도달한 거죠.

MBC
 

기자 : 선생님, 저는 고기나 해산물, 채소나 샐러드 기반 식단을 즐겨 먹는데요. 이런 식단은 쌀밥 위주 식단보다 확실히 돈이 많이 들어요. 저야 돈을 버는 처지이니 어떻게 시도라도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여력이 부족한 사람은 쌀밥 위주 식단이 나쁜 걸 알아도 탈피하기 힘들 듯해요.

코치 D :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라가 가난하고 돈이 없다기보다는 도둑이 너무 많죠. (웃음) 

혁명을 해야 해요, 혁명을.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다 바꿔야 해요. 참 슬픈 게, 채소나 과일 가격은 비싼데 농민은 힘들거든요. 나는 딸기 한 상자가 만 원이라 못 사는데, 딸기 농사하는 우리 당숙 아재는 비룟값도 안 나온다고 말해요. 유통 단계에서 누군가가 떼먹는 거죠. 

제가 2013년까지만 해도 강연 나가서 정치 이야기를 잘 안 했습니다. 지금은 합니다. 할 수밖에 없어요. 

기자 : 국민 건강과 정치는 밀접한 관련이 있죠. 정치가 경제로, 경제가 건강으로 연결되니까요. 예전에 한 고등학생과 교류한 적 있는데 이 친구가 거의 굶다시피 다이어트를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좋은 걸 먹고 싶어도 집에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거든요. 

코치 D : 맞아요. 밥을 굶다시피 조금 먹는 건 다이어트에서 가장 원시적이며, 될 수 있는 대로 마지막에 시도해야 할 방법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양을 줄여요. 

세상 모든 다이어트는 셋 중 하나예요. 얼마나 먹느냐(How much), 어떻게 먹느냐(How to), 무엇을 먹느냐(What to). 

첫째, '얼마나 먹느냐(How much)'.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일차방정식처럼 생각하죠. 조금 먹으면 덜 찌고 빠질 거라 믿죠. 이건 말 그대로 '일차원적' 생각이거든요. 

두번째 방법이 '어떻게 먹느냐(How to)'입니다. 이게 딱 비과학과 유사과학이 되기 쉽습니다. "물을 마시지 마라" 이런 거요. (웃음)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느냐(What to)', 이게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에요. 먹는 걸 바꾸면 됩니다.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가 '무엇을 먹느냐(What to)'에 속하죠. 근데 사람들이 유기농 방목 소고기 같은 음식을 형편이 될까요. 악순환이죠. 

기자 : 굶는 건 정말 위험한 행동인데,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선 돈이 문제죠. 이차적으론 미디어 영향도 커요. 10대 아이돌이 나와서 "하루에 방울토마토 몇 개만 먹고 50kg까지 뺐다"고 말해요. 그럼 어떤 10대 청소년들은 "(쟤도 저렇게 한다는데) 우리도 내일부터 굶자."라고 말하거든요. 아무도 그분들에게 그게 위험하다고 알려주지 않아요. 미디어는 오히려 그걸 부추기고요. 

코치 D : 아이돌 몸매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없는 몸매입니다. 그 몸매 기준 자체가 잘못됐고 왜곡됐다는 것을 알려야 하고 합의점을 끌어내야 합니다. 

미국 가수 비욘세(Beyonce Giselle Knowles·35)를 떠올려봅시다. 그는 (성인 남성인) 저와 허벅지가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미국에선 모두가 그를 멋지다고 말해요. 그런 게 바로 (건강한) 합의점이거든요. 

코치 D 트위터
 

기자 : 미디어가 건강한 합의점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비현실적인 몸매 기준만 끊임없이 제시하지 말고요.

코치 D : 우리나라 미디어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죠. 

기자 : 모든 국민 건강 문제 원인이 부실한 교육으로 귀결되네요. 정부, 미디어, 학교, 가정 모두 문제가 많네요. 

교육은 백년대계라죠. 차근차근 준비해서 미래를 기약해야 할 텐데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지금 국가가 우선하여 주력해야 할 교육이 있을까요? 

코치 D : 예체능 교육이죠. 이걸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막지 못하면 건강하지 못한 청소년은 건강하지 못한 성인으로 성장할 거예요. 언젠가 온 국민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될 겁니다. 체육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 손실에 대한 예방입니다. 

곽노현(62) 전 교육감이 서울 시내 중학교에 레슬링을 보급했거든요. 근데 이게 보수에서든 진보에서든 환영을 못 받았어요.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은 예산을 이유로 화를 냈죠. 진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입시에 도움 안 되는 걸 왜 하느냐는 거죠.

기자 : 레슬링이라니, 생소하면서 흥미롭네요.

코치 D : 우리나라는 야구장, 축구장 만들 돈이나 땅이 많지 않죠. 레슬링은 그냥 매트 깔면 되거든요. 미국이 레슬링 강국이에요. 그 나이 애들에게 레슬링은 아주 격렬한 운동이거든요. 북미에서는 초등학교 과정까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섞여 레슬링을 하기도 합니다. 2차 성징 이전까지는 여자, 남자 성차가 크지 않아요. 여자 중학생이 남자 중학생을 이기기도 해요. 결론은, 관료들이 통찰력이 있어야 해요.

물론 이게 사교육으로 빠지는 방향이면 안 돼요. 요즘 대치동 초등학교 앞에 가면 무슨 체육 대학 입시처럼 앞구르기를 가르치는 과외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나하나 평가하면 안 됩니다. 놀이처럼 즐기는 체육으로 가야 해요.

고대 아테네 커리큘럼을 보면, 만 19세까지 학문을 안 배웁니다. 성인, 그러니까 '시민'이 될 때까지 "너희는 머리가 나빠서 (웃음) 철학 등 추상적인 걸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죠. 그럼 19세까지 뭘 하느냐. 노래, 활쏘기, 말타기, 수영 이런 걸 가르쳐요. 그 시기엔 몸을 많이 써야 해요. 그게 순리예요. 

기자 : 선생님은 정치, 사회, 역사, 과학, 문화인류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분으로 보여요. 선생님을 단지 '다이어트 코치'가 아닌 '필자'로 좋아하는 팬도 많습니다.

코치 D :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1932~2016) 선생에게 많이 배웠죠. (웃음) 그 양반 글을 초등학생 때부터 읽었거든요.

기자 : 움베르토 에코는 시대를 풍미한 지성인이죠. 작년에 타계 소식을 듣고 슬펐습니다. 에코 책 중 어떤 것을 좋아하시나요. 

코치 D : 저는 움베르토 에코 모든 책을 좋아합니다. 그는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이며 시사평론가이기도 했죠. 그가 쓴 모든 책은 두 번 세 번 곱씹어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학자로서 쓴 글은 제가 그 사람 학문적 성취를 평가할 재간이 없어 논외로 칠게요. 소설가로서 그는 대중들 일상과 유리된 학문을 소재로 굉장히 재밌게 글을 썼어요. 그는 추리 소설 형식을 빌려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풀어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주제 의식이에요. 데뷔작 '장미의 이름'부터 후속작 '푸코의 진자', 민담과 설화를 버무린 '바우돌리노', 유고작이라 할 수 있는 '프라하의 무덤'까지 일관되게 이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있어요. 

그것은 온갖 음모론, 신비주의, 비과학에 대한 혐오 그리고 조롱입니다. 이것은 특히 온갖 술수와 거짓이 난무하는 '다이어트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명심해야 할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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