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잡지에 실린 '고급영화 팬 되는 비결' 9가지

2017-01-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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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6월 '별건곤' 제29호 108면에서 111면까지 실렸다.

별건곤 / 국립민숙박물관
별건곤 / 국립민숙박물관

일제강점기 월간 취미 잡지 '별건곤(別乾坤)'에는 '고급영화 팬 되는 비결 십칙(高級映畵 팬되는 秘訣十則)'이라는 글이 있다.

'고급영화 팬 되는 비결 십칙'은 1930년 6월 '별건곤' 제29호 108면에서 111면까지 실렸다. 이 글은 당시 경성 영화 애호가에게 우아한 관객이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옛날 글이지만 지금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별건곤'은 1926년 11월 1일부터 1934년 7월 1일까지 나왔다.

1. 그리고 위연만한映畵이면 對切하기전에 新聞이나 雜誌에서 「試寫室에서」란題로 簡單한 批評비슷한 것이 실니는 法이다。 諸君은 무엇보담도 먼저(一面記事보담도) 그記事를 通讀해두어야한다。

(영화 개봉 전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시사실에서' 비평을 다 읽어야 한다.)

2. 그러나 너무어렵게 생각할것은업다 그저便所에가라는게다。 우수운말가트나 便所에가라는 것은 마음을가라안치는데 적지안흔도움이 될 아니라 다음方策을 세우는데도 必要한 것이다。

(영화 시작 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화장실에 다녀오자.)

pixabay

3. 그리고 寫眞이 始作되기전에 急해 저서 푸로그람이나 위-크리에쓰인 푸롯트를 닑는사람이잇는데 그것도 아름답지못한일이라 대관절 映畵를보기전에그런類의 解說을 닑지안고는 映畵의 스토리나 聯絡을 모른대서야 映畵으로써 적지안흔問題라할수잇다 이것만으로도 映畵의資格은 完全히喪失된다고 覺悟하고잇서도좃타。 크게注意할일이다。(중략)

그뒤에도 事件이 始作되는수가잇스며 첫제 last scene을보지안코 일어선다는 것은 映畵으로 容恕치못할일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 북에 실린 플롯을 읽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 영화가 끝난 뒤 마지막 장면을 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위키피디아

4. 그다음休憩時間에 奏樂이잇슬는 그것을들어도좃코 듯지안어도 상관이업다。 단지 要點은 奏樂에너무 귀를기우려서는 안된다는말이다。 더구나 난뒤에 感激해서 손벽을친든지 하고보면 남의嘲笑를 바들憂慮가 만흔것이니 注意할일이다。 하여튼 高級映畵이란 그리헐하게感激해서는 견대나갈수업는 處世術?이다。 무엇이고『정말 우수워못보겟네』라든지『나온 긔가막혀 이걸엇듯케 듯고잇서』라든가『이건 지독헌데』等等의 능청스런 態度를 가저야한다는 것을 늘 머리속에 銘念해두어야한다。

(휴식 시간에는 재미있는 것을 봐도 좋고 안 봐도 좋지만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영화 애호가는 그런 것에 너무 크게 감격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정말 우스워 못 보겠다", "이건 지독해"라고 말하는 능청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5. 그러면諸君! 映畵中에 突然히 음(film)이 허질 는 엇더한態度를 取할것인가 그는 크리스트와가튼 얼골을하고 黙黙히안저잇서야하다。『사진망햇다』『불켜라』하고 怒號한다든가 映寫室을 힐힐 들여다보는 것은 賤薄하기짝이업는짓이다。停電이되엿슬에도 자지에 가만히안저서 무엇을생각하고잇는것처름 보히는게좃타 그럿타고 너무생각하는척하노라고 눈을감고 그대로 잠이들어바리면 야단이다。

(영사 중 갑자기 필름이 끊어지면 예수와 같은 얼굴을 하고 묵묵히 앉아 있어야 한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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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 解說者가 쓸데업는것을 느려놋는다든지 字幕가튼것을 誤譯햇슬는엇더한態度를 取할것인가하면 그는 아주 무서울얼골로 解說者가서잇는편을노려보는것이다。 이것은 客觀的으로 아무른效果도업다고 생각할넌지모르나 主觀的見地에서 본다면 正義의 熱血이 러오르는 志士와가튼 興奮을 늣기게되여 다시업시 마음이 快한 것이다。

(해설자가 쓸데없는 것을 설명하거나 자막을 오역했을 때는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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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토리는? 시나리오는? 監督은? 俳優는? 이럿케 版에 박은듯한批評을한다면 발서諸君은 高級映畵이못된다。 그런 것을 짓거리는 徒輩를가르처諸君은 食少事煩의 注文도리라고 鼻笑하고잇서도 좃타。 그보다는 警句를 吐해야한다。

(영화를 보고 줄거리, 배우 등에 대해 판에 박힌 듯한 비평을 하면 고급 팬이 될 수 없다. 촌철살인을 토해야 한다.)

채널A

8. 반다시 일홈잇는映畵를 全部다보고 단이지안어도된다。 안이 보지안트래도 高級으로 通할수잇다 그대신 新聞雜誌에실니는映畵批評을 精讀해두엇다가 다른사람들이 웨안보느냐고 물을는 그批評의 攻擊部分만을 외워두어서『結局허잘것업는 스토리에左右된 映畵엿섯지뭐야! 흥그 진걸 누가보러간단말이야』 하고 한마듸로 擊退해바리면고만이다。

(유명한 영화를 다 보지 않아도 고급 팬이 될 수 있다. 신문에 실린 비평을 정독한 다음 사람들이 왜 안 보냐고 물으면 "하찮은 줄거리에 좌우된 영화"라고 답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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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服色은 너무혼란해서는 못쓴다 너무 지나치게 華麗하다든지 製法이別나고보면浮浪者나 모로 잘못보히기가쉬워서 헛되이 名聲을러트리게된다。 寧爲鷄口언정 不爲牛後로 맑스·이 로보힐지언정 모·로 잘못보혀서 쓸가부냐다。

(복색은 너무 화려하면 안 된다. 부랑자나 모던 보이, 모던 걸로 잘못 보이기 쉽다. 고급 팬은 비평가 부류와 혼동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영화 '밀정' 스틸컷
영화 '밀정' 스틸컷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