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면 벗을게요" 초등생도 가능한 스마트폰 '1인 방송'

2017-01-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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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직장인 김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직장인 김지희(가명·27) 씨는 지난해 9월 취미 생활로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 등 컴퓨터를 통한 개인 방송과 달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는 모바일 방송이어서 캠 카메라 같은 비싼 장비도 필요 없었다.

김 씨는 매일 퇴근 뒤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방송을 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김 씨의 채널을 즐겨 찾는 시청자들도 생겨 생방송 화면 밑에 함께 나오는 채팅방에서 일상을 공유하곤 했다.

그러던 김 씨는 약 두 달 만에 방송을 완전히 접었다. 평소 채팅방에서 알고 지내던 다른 방송진행자의 채널을 시청하러 갔다가 '음란 방송'을 보게 됐다.

채팅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나이 어린 진행자에게 "옷을 더 벗어보라"거나 "화면 캡처해 저장해야겠다"는 채팅 글을 올리며 부추겼다.

방송을 나온 김 씨는 바로 앱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려 했지만, 외국에 소재한 해당 앱 제작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끝내 포기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1인 방송' 시장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지만, 그에 맞는 규제가 마땅치 않아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방송 앱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소규모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휴대전화 앱스토어에 실시간 방송, LIVE 방송, 생방송 등의 검색어를 쳐 보면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는 앱들이 여러 개 뜬다.

이 중 한 앱을 다운로드해 보니 이름, 성,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바로 가입할 수 있었다. 이름과 성을 지어내서 적어도 가입이 가능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도 별도의 장비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바로 방송할 수 있을 정도로 절차가 간단했다.

일부 규모가 큰 방송 사업자는 24시간 방송 모니터링을 운영하지만, 소규모 사업자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는 경우도 대다수다.

또 대부분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시청자들로부터 유료 아이템을 받아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선정적 방송을 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사용자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선정적 방송을 내보내도 관계 당국이 인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방심위는 이러한 스마트폰 앱을 포함한 개인 인터넷 방송을 모니터링 요원 69명으로 감시하고 있다.

하루 수백만 건에 달하는 개인방송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는 없어 신고 전력이나 위반 사항이 있는 방송 사업자만을 중점적으로 주시하는 형편이다.

방심위는 지난해 모니터링을 통해 개인 인터넷 방송 총 718건을 심의했지만, 방송 사업자에 대한 시정요구는 55건에 그쳤다.

유해 인터넷 방송이 늘자 방심위는 기존 모니터링 요원을 활용해 '인터넷 방송'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모니터링단을 지난해 11월 따로 발족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모바일 앱을 포함한 개인방송 사업자가 급증했지만, 모니터링 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소규모 방송 사업자의 선정적 방송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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