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서울까지' 르 코르뷔지에 포스터 들고 달린 마라톤 선수

2017-01-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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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라토너가 충청북도 청주에서 서울까지 '르 코르뷔지에 전시' 포스터를 들고 달렸다.

이하 위키트리

지난 21일 송봉규(46) 마라토너는 서울 예술의전당에 도착했다. 그는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청주에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청주와 진천, 안성, 오산과 과천을 거쳐 서울에 왔다.

송봉규

이날 송봉규 마라토너는 예술의전당에 도착한 다음 전시관 앞마당을 돌았다. 송봉규 마라토너 손에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 포스터가 들려 있었다.

송봉규 마라토너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긴 코스를 달려왔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기자를 반겼다.

이하 위키트리

기자 : 청주에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송봉규 : 청주, 진천, 안성, 오산, 과천 그리고 서울 이렇게 왔습니다.

기자 :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송봉규 : 약 30km 거리를 각각 네 번 움직였습니다. 한 번에 4~5시간이니 전체 20시간 정도 걸린 듯합니다. 지난 1월 1일부터 마라톤을 시작했고요.

기자 :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 포스터를 들고 달렸다고 들었습니다.

송봉규 : 새해마다 좋은 전시를 응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2008년 1월 1일부터 그렇게 했습니다. 그땐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 전시 응원을 했고요. (제 방식대로) 순수하게 작가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마음에서 전시를 향해 달립니다. 지금은 르 코르뷔지에를 향해 달렸네요.

또 올해 문학과지성사 시집 통권 500호 출간을 기념하며 문학과 지성사 본사로 달리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오는 7월에는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1주년 응원을 위해 달릴 거고요. 9월에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개관 1주년 응원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3일에는 이응노미술관 개관 10주년 응원을 위해 달릴 예정인데, 이건 10년째 해오고 있는 거예요.

기자 :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나 봐요. 특히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송봉규 : 저는 대학 시절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가들에게 자유로운 설계 방식을 선물한 사람이지요.

기자 : 르 코르뷔지에 작품 중 어떤 걸 좋아해요?

송봉규 : 가장 좋아하는 건 롱샹 성당(Chapelle Notre-Dame-du-Haut)(1955)입니다. 라 투레트 수도원(Saint Marie de La Tourette)(1953)도 좋아하고요. 대학 시절 건축 디자인 캠프에 참가한 적 있는데 당시엔 빌라 사보아(Villa Savoye)(1928)도 좋아했어요. 당시 빌라 사보아 주택 설계를 시도하며 이분이 고안한 현대건축 5원칙을 알게 됐습니다.

르 코르뷔지에 '롱샹 성당'(1955) / 위키피디아

르 코르뷔지에 '라 투레트 수도원'(1953) / 이하 flickr

르 코르뷔지에 '빌라 사보아' (1928)

르 코르뷔지에 혁명적 '현대건축 5원칙' 한 눈에 본다

기자 : 나중에 빌라 사보아나 롱샹 성당을 기점으로 마라톤을 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송봉규 : 네. 그 지역에 꼭 갈 생각입니다. 여기서부터 (마라톤을) 시작할 순 없고 그 인근에서 할 수 있겠네요.

기자 :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거점으로 마라톤을 해도 재밌겠어요. 유니테 다비타시옹, 빌라 사보아, 롱샹 성당을 돌며 마라톤을 하는 거죠.

송봉규 : 좋은 생각입니다.

이하 위키트리

기자 :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보셨나요?

송봉규 : 저는 호기심을 끌어올려 전시를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아직 안 봤습니다. 마라톤을 하는 내내 이 전시장에 어떤 게 있을지 기대했습니다. 인터뷰 끝나고 전시를 볼 예정입니다. 늘 이런 전시를 꿈꿔왔습니다.

기자 : 충북 청주에서 마라톤을 시작하셨다고 했잖아요. 마라톤이 끝나자마자 인터뷰에 응하고 전시를 보는데 몸은 괜찮으신지요?

송봉규 : 그래서 마지막엔 무리하여 장거리를 하지 않기 위해 과천 시민회관에서 출발했어요. 거기서 여기까지는 10km 정도예요. 힘들지 않게,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거리죠.

기자 : 르 코르뷔지에를 생각하면서?

송봉규 : 그렇죠. 힘을 많이 빼면 전시를 제대로 못 보니까요.

기자 : 건축을 전공한 다음 마라톤으로 진로를 바꾼 건가요?

송봉규 : 마라톤은 취미이자 언어입니다. 저는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 가능성을 봅니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할 때, 풀코스를 뛰고 골인하면 쉬잖아요. 전 근데 목적지에 도달한 이후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기자 : 이제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보면 되겠네요!

송봉규 씨와 아들들

인터뷰를 마친 송봉규 씨는 포토월에 걸린 르 코르뷔지에 얼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대건축 아버지 :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가 르 코르뷔지에 건축물 17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후 최초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전시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