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금방 간다" vs "완전 후회한다" 남친 군대 기다린 여성 사연 10개

2017-02-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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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영화 '기다리다 미쳐' 스틸컷20대 때 연애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 찾아온

이하 영화 '기다리다 미쳐' 스틸컷

20대 때 연애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 찾아온다. 바로 '군대'다.

남성들은 약 2년 동안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기에 심적 고민이 커진다. 덩달아 고민하는 사람도 생긴다. 바로 군대 가는 남자친구를 둔 여성들이다. 이들은 남자친구를 기다릴지 그만 만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물론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를 만난 뒤 계속 연애를 할지 고민하는 여성도 있다.

이런 쉽지 않은 고민을 하다, 나보다 먼저 경험한 여성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도 들게 된다. 이런 분들을 위해 남자친구 군 복무를 기다린 여성 10명 사연을 받아봤다.

여성 10명 가운데 5명은 남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버티고 소위 말하는 '꽃신'을 신었다. 5명은 도중에 이별을 선택했다. 남자친구 군 복무를 끝까지 기다린 5명 가운데서도 현재까지 만나는 사람은 단 2명이었다. 사연을 보낸 여성들은 남자친구 군 복무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1. "내 보상 심리를 이해해준 남친, 아직도 잘 만나고 있어요"

(E 씨·26)

E 씨는 "남친이 없는 2년 동안 자기 계발에 집중하면서 보냈다"며 "남자친구가 보상 심리를 잘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사귄 지 5개월 만에 입대를 했어.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떨어지려니 많이 우울했지. 그것 때문에 자주 싸우기도 했어. 남친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는 공부도 하고, 학교 임원진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몽땅 하면서 지낸 것 같아! 은근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 가끔 싸울 때는 남친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맞춰줬어.

물론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처럼 내 남친도 전역하고 몇 달 동안은 친구를 더 찾고 우선으로 생각했어. 정말 서운했고 많이 싸웠지. 나도 모르게 남자친구에게 보상 심리가 생겼던 것 같아. 다행히 남자친구가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줬고, 먼저 사과해줬어. 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남친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2. "상대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H 씨·25)

H 씨와 남자친구는 3년 째 접어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C.C)이다. H 씨는 "꽃신 신으면 엄청 행복하고 구름 위를 떠다닐 것 같죠?"라고 반문한 뒤 "그 동안 쌓였던 오해들과 변화들을 맞닥뜨리면서 자주 싸우게 된다"고 했다. H 씨가 전한 조언 3가지다.

꿀 같은 시간을 위해서는 저랑 남자친구만의 비결이 있었어요.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해요. 연락도 자주 못 하는데, 문자나 전화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심해야 합니다. 섭섭한 일이 있어도 조금 참고, 더 큰 오해가 생기기 전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점이지만 상대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특히 남자친구는 밖에 있는 여자친구가 자유로운 환경에 있으니 무조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저 같은 경우도 그때 당시 인턴이나 대외활동이 많아 오히려 남자친구보다 바쁠 때가 훨씬 많았거든요. 그래서 면회도 자주 못 갔고, 외출이나 휴가 일정은 남친이 제 일정에 맞춰야 했죠.

또 중요한 점 한 가지! 상대방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요. 편지, 선물 등 이른바 '조공'을 무리하다 보면 당연히 보상 심리가 생겨요. 하지만 군인 남자친구가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그래서 당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성의를 보였어요. 그때는 제가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래서 훨씬 제 마음도 편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 씨와 H 씨처럼 제대 뒤에도 알콩달콩한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힘겨운 시절을 이겨내고도 헤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친구 제대 뒤 이별을 택한 여성 3명 사연은 이랬다.

3. "남친이 군대 간 날, 다른 여자랑 잔 걸 알았어요" (Y 씨·26)

Y 씨는 충격적인 사연을 전했다. Y 씨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날, 그가 다른 여성과 잠자리를 가진 사실을 알았다. Y 씨는 그럼에도 헤어지지 못했다. 그는 "너무 좋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일과 군 시절까지 모두 이겨낸 Y 씨도 제대 뒤 6개월 만에 헤어짐을 고했다. Y 씨는 이별 이유를 "제대 뒤 나태한 남자친구 태도와 생활 습관"으로 꼽았다.

남친을 보낸 날, 그의 친구 여자친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친구가 감성주점에 갔다가 딴 여자랑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죽일 남친이 없었다. 나 홀로 속앓이를 하고 '아닐 거야, 아닐 거야'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남친이 첫 휴가를 나온 날, 그는 끝까지 잠자리는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2년 동안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확인할 방법은 많았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좋아해서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2년을 참고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남친이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제대하니까 아니더라. 처음에는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6개월이 넘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나는 만날 때마다 데이트 비용을 모두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남자친구가 엄청 무능력해 보였다. 내 시간에 맞추다가 그랬다는 핑계까지도 찌질해 보였다.

4. "돌이켜보니... 난 연애 내내 을이였다" (S 씨·27)

S 씨는 "무작정 기다리지 말 것"을 충고했다. 그는 "아무리 좋아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내가 남자친구 우선순위에 밀린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남친이 카투사 복무할 때 사귀기 시작해서 주말에만 만나는 식이었음. 평일에는 연락 자체가 거의 안 됐음. 난 첫 연애라 모든 것이 서툴고 무작정 오빠가 좋은 상태였음. 오빠는 안 그랬지 ㅋㅋㅋ

오빠 휴가 때도 나 말고도 운동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술자리도 나가야 했고... 완전 우선순위에서 밀려남. 내가 중간에 교환학생 갔을 때 잠시 사이가 좋았고, 그때 오빠 제대함. 그치만 제대하고 얼마 안 돼서 헤어짐.

헤어짐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음. 지금은 내 연애 신조와도 같음. 나를 좋아하는 감정이 조금 생겼더라도 운동, 친구, 술 모두가 그에게 중요하고 나는 우선순위가 쫙~~~ 밀렸음. 돌이켜보니 난 연애 내내~~~~ 을이었음.

을. 개 乙. 군대를 기다리는 여자들이여. 기다리지마라.

5. "군대는 헤어져야하는 이유를 제 때 보지 못하게 했다" (R 씨·28)

R 씨는 "군대 때문에 이별한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없는 성격 차이로 인해 헤어졌다"고 전했다. R 씨는 "다만 군대 기간이 서로 간의 차이를 제때 보지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저는 남친 군 시절에 고시생이 되어서 고시공부를 했습니다. 스터디 사람들과 밥먹고, 공부에 몰두하면서 외로운 상황을 피했습니다. 고시공부와 남친에게만 몰입하다보니 다른 이성을 생각하거나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시 공부보다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됐던 것은 배려였습니다. 특히 남자친구의 노력과 배려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공부하는 저를 배려해 시간을 정해놓고 전화했고, 통화 비용은 본인이 스스로 댔습니다. 이게 사실 적은 돈일 수 있지만, 군인한테는 한 달 노동의 댓가로 받은 돈을 전화로 쓰는 것이기에, 아까울 수 있는데도 남친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또 편지도 자주 써주고, 포상휴가를 많이 받기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해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휴가 나와서는 항상 저를 1순위로 만났고, 공부하는 저를 배려해 도서관에서 같이 책을 읽는 등 군인 입장에서는 별로 즐겁지 못할 데이트도 불만 없이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군복무 기간에 싸운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대 기다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대 후 3년 정도를 더 사귀고,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함께 지낸 시간에 비해 서로에 대한 정신적 친밀도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참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정작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가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은 어떤 갈등 해결 방식을 갖고 있는지, 상대방의 취향과 성격은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오래 사귄 커플’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서로 간의 차이를 너무 뒤늦게 알아차렸고, 결국 차이가 이별을 가져왔습니다. 이별한 후에 생각해보니 기다리느라 애쓰고 노력했던 20대 청춘이 조금 아깝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 뒤에도 만남을 이어간 커플도 있었지만 군 복무 도중 헤어진 커플이 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군대 자체를 이별 원인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복무 도중 헤어진 여성 5명 사연은 이랬다.

6. "제대 코 앞에 뒀지만...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았다" (M 씨·26)

M 씨는 제대를 코 앞에 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M 씨는 "남자친구는 놀 생각에 바빴고, 나는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며 "서로 길이 너무 달랐다"고 전했다.

사실 남자친구가 군인이란 사실은 나쁘지 않았다. 부대가 가까워 일주일에 한 번 면회를 갔다.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얘기 나누다보면 ‘별로 안 힘든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왜 헤어졌냐고?

나는 제대가 한 달 밖에 안 남은 시절에 헤어졌다. 거의 제대한 것과 다름없이 휴가를 나오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4학년 2학기, 취업을 앞두는 시점이었고, 남자친구는 이제 막 복학할 생각이 들뜬 상태였다. 남친은 나에게 새로 살 핸드폰, 새로 가입할 동아리, 앞으로 해보고 싶은 취미 생활에 대해 신나서 떠들었다. 나는 당장 자소서를 써야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이별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너무 다른 길에 서 있었고, 결국 이별을 택했다.

군대를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도 이제 내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남에게 하게 된다. 남들 말처럼 정말 나중에는 헤어졌고, 돌이켜보니 시간이 아까웠고, 2년이란 세월은 정말 길었다.

7. "남친이 있는데도 외로웠다" (J 씨·24)

J 씨는 '외로움'을 이별 사유로 밝혔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5일은 붙어 있다가 갑자기 떨어져 있으려니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보내고 나서 한 달 정도가 제일 힘들었음. 많이 울었음. 매일 편지로 내 일상을 자문자답하면서 위로함. 내 얘기 포함 시시콜콜한거까지 다 적어서 편지에 향수 뿌려 보냈음. 나름 알바하면서 일부러 바쁘게 보냄. 하고 싶었던 영화관 알바하면서 그나마 재밌게 두 달 보낼 수 있었음.

하지만 남친이 있는데도 외로웠음. 씨씨라 일주일에 5일은 붙어있다가 갑자기 떨어져 있으려니 더 힘들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음. 또 내 경험상 200일 전후에 권태기가 오는 편임. 하지만 딱 그때 남자친구가 입대해 같이 극복할 수 없었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연애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너무 부족했음.

8. "기다리는 시간은 냉탕과 온탕의 반복" (C 씨·24)

C 씨는 남자친구 제대를 5달 남겨두고 헤어졌다. 평소 남자친구에게 의존적이었던 C 씨는 "함께 했다가 헤어졌다가를 반복해야 하는 군인 신분이 힘들었던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고무신 생활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냉탕과 온탕의 반복’이다. 냉탕에 넣어 차가워진 몸을 온탕에 담글 때, 그리고 온탕에 넣어 달궈진 몸을 냉탕에 담글 때, 우리 몸은 새로 들어간 탕의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야한다.

이처럼 나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을 동안 차갑게 굳어진 마음을, 그가 휴가에 나와서야 뜨겁게 녹일 수 있었다. 그리고 뜨겁게 녹은 마음을 그가 들어간 뒤 다시 차갑게 굳혀야 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계속 거쳐야 했다.

초반에 나는 남자친구가 휴가 나올 때 온 몸을 풍덩 담가 온탕에서 헤엄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중에는 허리까지만, 무릎까지만, 더 나아가 발끝만 온탕에 담그게 됐다. 온탕의 따스함에 익숙해질수록 다시 냉탕에 적응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탕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그리운 마음이 사라졌고 냉탕 생활이 당연해졌다. 평소에도 자주 헤어졌던 우리였다. 나는 헤어짐을 말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고, 헤어진 이후로부터 남자친구가 나를 붙잡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관계가 진정한 헤어짐을 향해 달려갔다.

9. "지쳤다" (N 씨·25)

N 씨는 "지나친 희생과 관심을 강요하는 것은 상대방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걔가 카투사였어서 그런지 군대 자체는 문제가 아니였다. 입대 때도 한두 달만 버티면 볼 수 있을 거라서 별로 감흥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싸웠고 남자친구의 집착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남자친구는 내가 힘든 부분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해주지 않았다. 나도 학교 생활이 있고, 친구가 있고, 스케줄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군인인 자신의 신분만 부각하며 내 이해와 희생만을 바랬다.

너무 지쳐서 결국 헤어졌다. 다시 돌아가도 절대 안 기다릴 것 같다.

10. "그냥... 안 기다리고 싶었어요. 그러면 안 돼요?" (K 씨·24)

K 씨는 "애초에 남친 군대를 안 기다리는 데 죄책감이 들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몸에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라며 "당시 나는 남자친구 없는 삶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고 전했다.

1년 만나고 군대에 갔어요. 저는 6개월 만에 못 하겠다고 했죠. 그러면 안 되나요?

그 때 저는 21살이었고, 이제 막 대학교 2학년이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학교생활도 바빴어요. 처음 몇 달은 어색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 인생은 오빠 없이도 잘 돌아갔어요. 근데 오빠는 자기한테만 신경 써주길 바랐어요. 어차피 오빠는 6개월에 1~2번 나오는 사람인데...

어차피 연인이 헤어지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잖아요. 저는 당시 그 어려운 시간을 견딜 만큼 연애에 집중하고 빠져있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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